갑상선 유두암 판정을 받다
2023년 11월 6일이었다. 가양역 근처에 위치한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날이었다. 늘 그렇듯 재킷을 락커에 걸어두고 센터에서 제공한 옷으로 환복을 했다. 소변검사, 시력검사 같은 것들을 마쳤다. 마지막은 회사에서 무료로 추가할 수 있다고 말해 추가로 신청한 초음파 검사였다. 초음파를 하기 전 의료용 젤을 바르고 초음파 기기를 피부 표면에 문댔다. 사뭇 차갑다고 생각했다. 화면에 뜬 갑상샘을 봤다.
선생님은 꽤 평온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석회가 껴있다고, 모양이 이상하다고 했다. 시간을 더 쓸 수 있냐고 여쭤보셨다. 다행히도 건강검진 날은 연차를 소진하지 않는 휴무일이었다.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화면을 캡처하는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세침검사를 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3시간 같은 30분의 대기시간이 지났다. 침대에 누워 있는 몇 분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세침 길이가 거의 20cm는 되는 것 같았다. 꽤 긴 길이에 놀랐지만,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침이 2번 들어갈 거라는 안내가 뒤따랐다. 한 번은 마취용 침이고, 한 번은 세포 채취용 침이라고 했다. 그 시간 동안 침을 삼키면 안 된다고 했다. 채취 시간은 3분 정도였던 것 같다. 침이 목에 들어오는 기분은 생각보다 너무 끔찍했다. 목에 칼이 들어온다는 느낌을 간접 체험한 느낌이었다. 세포 채취를 하는 3분 동안 술을 연거푸 마셨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세침 검사를 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암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대신 울어주는 친구도 있었다. 그래도 인생을 헛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양역에서 집까지 오는 1시간 동안 엄마와도 짧게 통화를 했다. 엄마는 암은 아닐 거라고 했다. 근데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건 암이라고. 암이 아니라고 해도 추적관찰을 해야 할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집에 도착해 바람 빠진 풍선마냥 쓰러져서 잠에 들었다.
다음날은 공교롭게도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이었다. 선배들에게 알렸다. 세침검사를 받았다고. 이만한 침이 내 목에서 세포 채취를 하는 게 느껴졌다고. 선배들은 아무 일 아닐 거라고 위로했지만 이미 병을 예감하고 있던 내게는 도움이 별로 안 됐다. 그래도 그냥 그날은 일을 열심히 했다.
출입처 자회사에서 1억 원대 횡령이 일어났던 것을 제보받고 취재를 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횡령 기사는 제대로 확인이 안 된 채로 쓰면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를 한참 많이 들을 때였다. 사실 확인을 집착적으로 하던 때였다. 명예훼손 소송에 걸리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컸다. 스트레스가 계속됐지만 일은 해야 했다.
대망의 11월 10일.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사 결과를 발송했다. 갑상샘 유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유소견이 있습니다. 다시 방문하셔서 세포 채취를 한 '슬라이드'를 가져가셔야 하고, 저희와 제휴돼 있는 대학병원 예약을 잡아드릴게요"라고 했다. 그날 마감을 어떻게 했는지는 지금도 기억이 가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