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변화가 많은 나날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준비하며 바쁘고, 업무적으로는 새로운 메가트렌드의 시작을 목도하고 따라가느라 바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직전 글에 썼으니 업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스타트업 투자씬에서 가장 큰 변화는 단연 AI(인공지능) 일 겁니다.
AI가 만드는 거대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AI 툴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주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죠. 저는 아직 본 적 없지만 유명한 시리즈의 이름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따와서 'AI 세계를 여행하는 투자자를 위한 안내서'를 써봅니다. 제가 시도해 본 여러 AI 툴 중에 꾸준히 유용하게 쓰는 몇 가지 툴에 대해서 아주 실용적으로 소개해보겠습니다.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글을 쓰는 말투를 좀 바꿔봤습니다. 그동안 독백체를 썼던 이유는 독자가 있다는 가정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저에게는 좀 오글거리는 일이었기 때문이지만, 이제는 꽤 많은 분들이 저의 브런치와 링크드인을 봐주시기 때문에 조금 더 대화의 형식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1. ChatGPT
이 분야의 대표적인 툴이죠. 많은 분들이 쓰고 계실 것이기에 소개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아직 쓰지 않는 분들을 위해 소개해봅니다. 저는 유료 버전을 쓰고 있는데요. 아주 만족도가 높습니다. 월 $20에 RA를 한 명 두고 있다고 생각하면 비용 효율이 아주 높죠. 제가 주로 쓰는 기능들을 아래와 같습니다.
- 정보 리서치 : 저는 주로 '정량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때 쓰고 있습니다. 그를 위해서는 반드시 '근거 링크를 남겨줘'라는 Prompt를 넣습니다. 간혹 잘못된 데이터를 내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근거 링크를 더블 체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ChatGPT는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 'Chat'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데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잉크젯 프린터가 뭐야?'라는 질문을 하면 ChatGPT는 잉크젯 프린터에는 잉크를 가열하고 분사하는 방식과 전기적 신호로 분사하는 방식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이에 꼬리를 물고 '각각 방식의 장단점에 대해 알려줘'라고 물어본다면 제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그것에 대해 더 알 수 있겠죠.
- PDF 요약 : VC업의 특성상 아주 많은 IR Deck을 받습니다. 모든 Deck을 자세히 살펴보고 싶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ChatGPT에 PDF 파일을 첨부하고 이런 Prompt를 넣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분석해서 아래 목차로 알려줘. 서비스 개요 (100자 이내) / 서비스 시장분석 (200자 이내) / 서비스 핵심 경쟁력 (200자 이내) / 팀원 구성 (100자 이내) / 국내외 비슷한 경쟁 서비스 사례 3가지(200자 이내)'. 이렇게 하면 PDF에 대한 핵심 내용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생긴다면 실제 PDF를 열어보면 되겠죠.
2. Otter.ai
Otter는 자동으로 회의록을 만들어줍니다. 저희 회사도 그렇고 많은 곳에서 구글 캘린더를 쓰실 텐데요. Otter.ai는 구글에 최적화된 툴인 것 같습니다. 구글 메일로 가입 후 캘린더 접근을 수락하면 Otter가 사용자의 캘린더 일정을 팔로우하다가 온라인 미팅 링크가 추가된 회의는 자동으로 따라 들어옵니다. 회의 접근 권한을 가진 주최자가 Otter bot의 참가를 수락하면 bot이 해당 회의의 내용을 녹음하고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내용을 요약해서 회의록을 만들어 줍니다.
회의록이 마음에 들 때도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해당 회의록을 복사해서 ChatGPT에 다시 넣습니다. 그리고 '해당 회의록을 1) 날짜, 시간, 참가자 표기 2) 전체 주제 200자 내외 요약 3) 참가자 별 해야 할 일 한 문장씩 요약해 줘'라고 입력한 뒤 그 결괏값을 저장해 놓는 편입니다.
3. HubSpot
HubSpot은 전형적인 AI 툴이라기보다는 CRM과 영업 리드 관리를 위한 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구글이 인수를 노리고 있기도 하고 지난 9월 HubSpot AI 도입을 발표하기도 할 만큼 곧 엄청난 AI 회사로 발돋움할 것 같습니다. HubSpot에는 많은 기능이 있지만 이것만 써도 본전 뽑는다 하는 기능은 바로 연락처 관리입니다. 받은 메일함에서 클릭 한 번이면 메일 주소 기준으로 같은 회사 사람들을 묶어주고, 그 회사의 대략적인 정보까지 자동으로 서칭 해서 넣어줍니다. 세팅 방법이 조금 복잡하니 아래 설명을 잘 따라와 주세요!
1) HubSpot에서 지메일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2) 해당 지메일에 들어가서 오른쪽 툴바에 + 버튼을 눌러주세요.
3) HubSpot을 검색해서 툴 설치 후, 상단의 HubSpot 로고를 눌러주세요. 거기서 'Turn on extension for this Gmail inbox'를 눌러 익스텐션을 켜주세요.
4) 받은 이메일에 들어가서 아래 이미지처럼 HubSpot Log 영역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이제 받은 메일마다 저 'Log email to HubSpot' 버튼을 누르면 내 HubSpot 계정에 메일 내용과 보낸 사람의 정보가 자동으로 저장되고 분류됩니다. 해당 보낸 사람과 같은 회사(메일주소 기준)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면 자동으로 묶어서 관리되고 회사의 웹사이트나 매출 등 공개된 정보도 크롤링해서 보여줍니다.
HubSpot은 혼자 연락처를 관리할 때도 좋지만, 회사 구성원들 간의 메일 주소록 관리에 더욱 좋습니다. 각자가 받은 이메일 간 같은 회사 사람들을 묶어주고 기록을 남기고 편하게 필터링해서 검색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곧 AI 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대화형으로 이 DB를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험난한 AI 시대에 여러 AI 툴들을 사용해서 효율성을 늘리시기를 바랍니다. 사용하시는 좋은 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