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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사람 최지인 Aug 17. 2024

VC 업에 대한 작은 질문들

이따금 VC 업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쉽게 결론을 찾는 것도 있지만 가끔씩 정답이 뭔지, 심지어 정답이 있는 것인지 조차 모르겠는 어려운 주제들도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고민해 봤던 질문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스스로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도 있고 여전히 고민 중인 것도 있는데요. 같은 주제에 대해 고민 중인 분이 계시다면 이야기 나눠보고 싶네요!



스타트업 투자를 할 때는 항상 안타보다 홈런이 중요한 것일까


앞선 글(심사역으로서 1년, 내가 발견한 비밀들)에서도 설명했지만 스타트업 투자의 특성상, VC의 성공은 10배 이상 성장하는 아주 소수의 스타트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인 피터틸 역시 펀드 전체의 수익을 견인할 만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그렇지만 후기 투자로 갈수록 큰 수익이 기대되지만 실패할 확률도 높은 스타트업 + 기대 수익은 크지 않지만 실패할 확률도 낮은 스타트업을 한 펀드에 담아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유효한 전략일까요? 요컨대 예상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나 많고, 각 스타트업 모두 독립 사건인 하나의 펀드에서 위처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실제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것일까요?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 예시


대박 날 스타트업을 찾는 것에 몰두해야 하는 것인지, 리스크와 수익의 기대치를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것인지 등 다양한 파생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C의 사후 관리(성장 지원)는 정말 효과가 있는가


VC의 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정말 다양한 해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VC 하우스의 입장에서는 개별 심사역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면 제대로 진행이 안 될 수도 있고,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으면 너무 형식적이 될 수 있기에 어떤 방법으로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균형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때도 있고 발목 잡을 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한 '성공할 스타트업은 어차피 성공한다'라는 전제라면 사후 관리 자체가 의미 없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같은 전제라도 성공에 필요한 시간을 사후 관리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관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창업자로서 외롭게 고군분투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사후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만 무엇을, 어떻게, 언제, 어떤 시스템으로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좀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펀드는 선행 지표일까, 후행 지표일까


(본 계정 투자를 제외하고)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펀드가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은 누구나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질문은 투자 수익률이 높으면(=투자를 잘하면) 펀드는 잘 만들어지는 것인지, 일단 펀드를 잘 만들면 투자는 잘 되는 것인지입니다. 물론 투자도 잘하고 펀드도 잘 만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투자와 펀드는 닭과 달걀처럼 선후관계가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각 VC 하우스마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다른 것 같습니다.


펀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우스는 LP 네트워킹과 펀드 레이징에 회사의 자원을 더 투입할 것이고, 투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우스는 딜 소싱과 투자 방법론, 사후 관리에 더 힘을 쓸 것입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VC 업을 다루는 근본적인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사역들의 개인적인 스타트업 투자 활동


심사역들의 개인적인 스타트업 투자 활동 역시 많은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심사역은 투자 기업에 대한 발굴과 심사를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대한 개인 투자를 한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있습니다.


먼저 문제의 소지가 분명해 보이는 경우는 심사역이 개인 투자를 한 후 회사의 펀드로 후속 투자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회사의 자원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투자하는 시점에 심사역 개인 역시 같이 투자한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도 해당 펀드에서 투자한 모든 기업에 심사역이 같이 투자하지 않는 이상, 좋은 기업에만 개인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투자한 이후 심사역이 투자한 경우도 마찬가지죠. 세 경우 모두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남은 방법은 심사역 개인이 회사의 펀드에 출자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출자한 펀드에서 최선을 다해 투자 활동을 하는 것이죠. 제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고민해 본 바로는 이 케이스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상장 주식 투자와 비상장 주식 투자(VC 투자)는 본질적으로 같은가


상장 주식 투자와 VC 투자(CB 등 메자닌 제외)는 기업의 주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같습니다. 그렇지만 상장 주식 투자는 공개되어 있는 정보로 공개된 시장에서 주식을 구매하고, VC 투자는 공개되어 있지 않은 정보와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 둘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봐야 할까요, 다르다고 봐야 할까요? 즉 VC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상장 주식 투자도 잘할까요? 아닐까요? 궁금한 주제입니다.



한두 번의 인생 투자가 아닌 지속적인 투자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마지막 질문이자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질문입니다. VC로서 전문성이 있다, 전문적인 스타트업 투자자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반복 가능한 투자 방법론'과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투자 성공'이 필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펀드의 사이즈를 키워 타석에 설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 말고 타율을 높이는 방법이 과연 VC 투자에서도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하고 검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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