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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un 24. 2020

#9 부잣집 사위는 살림 사는 내가 부럽데

남의 떡이 더 커 보여!


아는 동생 중에 하나가 부잣집 장녀와 결혼을 했다.  180cm가 넘는 키에 서글서글한 외모, 해외 유학까지 하고 와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결국에는 딸만 있는 부잣집에 맏사위로 장가를 갔다. 장가를 가자마자, 처갓집에서 반포에 신혼집을 마련해 주셨다. 결혼할 때 신혼집 구할 돈이 모자라 5천만 원 신용 대출받아 40년 된 아파트 전세로 들어갔던 나와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그 동생은 결혼과 동시에 처갓집에서 경영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3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하고 얼마 안 되어 부장으로 승진하더니, 최근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도  만년 과장을 달고 있던 나는 고속 승진하는 그가 안 부러웠다면 거짓말일 거다.

 

아이들 방학 때가 되면 1박에 백만 원이 넘는 5성급 호텔에 머물며 올리는 그의 사진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호텔비 아끼려고 에어비앤비 리뷰를 몇 시간 째 정독하고 있는 나와는 클래스가 달랐다.


그렇다고, 에어비앤비에서 머무는 내가 불행하다고 느꼈던 것은 아니다. 에어비앤비에서 머물며, 그 지역 사람들만의 독특한 주거 문화를 느낄 수 있어 더 좋은 거라고 되뇌었는데,   다만 가끔씩 SNS 상에서 보이는 그의 휴가 사진이 좀 부럽긴 했다.


그렇게도 완벽해 보이던 그에게로부터 오늘 전화가 왔다.


"손주부 오늘 시간 괜찮으면 점심 같이 할까?"


오래간만에 만난 그는 많이 늙어있었다.

날씬하고 튼튼했던 근육질 몸은 어느새 배 나온 40대 아저씨 몸으로 변해있었고, 머리카락은 어느덧 희끗희끗하게 물들어 있었으며, 무엇보다 안색이 너무 안 좋아서 어디라도 아픈 사람 같았다.


"형님, 나 요즘 너무 힘들어.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어. 그리고 장인어른 회사에서도 나오고 싶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SNS상에서 그렇게도 행복해 보이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간 처갓집에서 날 너무 무시해 왔는데, 이젠 그게 너무 견디기가 힘들어. 지금까지 두둑한 연봉과 사회적 지위, 물질적 풍요 때문에 조금 힘들어도 참고 회사를 다녔는데, 얼마 전 과로로 쓰러지고 죽음의 문턱에 다가간 이후로는 이렇게 살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갑자기 형님 생각이 났어, 솔직히 난 형님이 제일 부럽다."


'캬, 한 달에 천만 원도 넘게 버는 30대 전무님께서 집에서 글 쓰면서 살림 사는 내가 가장 부럽다는군' 사람 인생이라는 게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채플린 아저씨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어!  


그 말을 듣고 난 '사람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보지 못하는 것 같다'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남이 가지고 있는 것만 보는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난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로움과 건강한 신체를 보지 못하고, 동생이 가지고 있는 부와 명예만 부러워했다.


그 동생 또한 본인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 자유와 사회적 지위를 보지 못하고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로움만 부러워했다.


오늘 그 동생을 만나고 나니 행복도 불행도 다 내 마음에 달린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by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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