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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un 26. 2020

#10 어린시절 '백원'짜리 쌍쌍바에도 행복했었는데

나이들수록 행복 느끼는 방법을 점점 까먹는 것 같아

어젯밤에 택배 아저씨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빠, 택배 왔나 봐! 내가 나가볼게!!!!"


우리 딸은 아빠보다 택배 아저씨를 좋아함이 틀림없다. 번개 같은 속도로 현관으로 달려간다.


"이야! 신난다!!! 고양이 캐릭터 모양 모기장 도착했어!"


택배 박스를 빛의 속도로 뜯더니 모기장을 지들끼리 설치하기 시작한다.

모기와 초파리를 극혐하는 딸아이를 위해 귀여운 고양이 모양의 모기장을 하나 사줬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너무나도 신이 나서 모기장안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원터치 자동 모기장인데, 생긴 것이 꼭 텐트 같아 그런지 캠핑 온 기분이란다.


만 원짜리 모기장 하나에 저리도 기뻐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옛날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백원짜리 새우깡 한 봉지에 너무 행복해 하던 모습 말이다. 과자가 주는 것이 너무 아까워 입으로 녹이면서 먹었다. 다먹어 갈 즈음엔 입안이 다 헐어서 양치할 때면 입안이 얼얼했다. 그래도 좋았다. 과자 한 봉지 덕분에 난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했다.


오랜만에 그 때 그 기분을 느끼려 새우깡을 샀다.아, 옛날에 먹던 그 새우깡 맛이 아니다. 예전에 느꼈던 그 황홀한 맛이 아니다.


이렇게 나이를 먹을 수록 세상의 자극들이 점점 무덤덤해진다.


이젠 미슐랭 정도 가야 그때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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