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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04. 2021

나 강남 사는 여자야!  

밴드웨건 vs. 스노브 효과

199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다. 당시 EASTPAK이라는 백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 유학생들이 여름에 한국 들어와서 유행을 시켰다는 그 가방은 당시 어린 내 눈에 너무 예뻤다. 학창 시절 첫눈에 반한 그녀도 찰랑찰랑한 긴 생머리에 EASTPAK 가방을 메고 있었다. 90년대 초반에 EASTPAK 가격이 3~5만 원 정도 했으니, 정말 후덜덜한 가격이었다. 일부 친구들은 부모님에게 속아서 복제품인 EASTPARK를 메고 다니다가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곤 했다. 얼마 전 노스페이스 패딩이 그렇게 유행을 했었는데, EASTPAK이 당시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였다.


이처럼 타인들이 소비하는 것을 따라서 소비하는 현상을 "밴드 웨건 효과"라고 말한다.


예전에 프랑스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과 어울리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밴드웨건식 소비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또래 집단과 동일한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집단에 포함된 듯한 느낌을 중요시한다. 정작 루이뷔통을 만든 프랑스 사람들은 브랜드 로고가 보이는 물건들은 절대 사지 않는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 중요시하며, 남들과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극도로 싫어한다. 대중적인 패션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참 많이 달랐다.


이처럼 밴드 웨건과 반대 지점에 있고 남들과는 다르게 소비하려는 현상을 "스노브 효과"라고 한다. 특히 상류층에서 흔히 나타나는데, 상류층은 다른 계층과 철저히 구분되기를 원하고 섞이기를 싫어한다.

 

루이뷔통 가방을 메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상류층은 루이뷔통 가방을 더 이상 사지 않게 된다. 개나 소나 다 들고 다니는 가방은 아랫것들과 차별화가 되지 않으니 더 이상 사지 않는다(스노브 효과). 그래서 상류층은 아무나 살 수 없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산다. 버킨백은 돈만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가방이 아니다. 프랑스 장인이 수제로 만들어, 제작 수량이 적기 때문에 점포별로 할당되는 수량이 적다. 따라서, 평소 에르메스 셀러와 친분을 갖고 있는 사람 (평소 에르메스에서 이것저것 많이 사는 사람) 들만 구매할 수 있는 가방이다.


벤츠나 BMW와 같은 차들도 이젠 상류층으로부터 점점 외면받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상류층만 타던 차인데, 요즘에는 사회 초년생들도 캐피털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구매한다. 캐피털을 이용해 신차 가격의 20~30%만 선수금으로 내고 60개월 할부로 외제차를 살 수 있다. 그러니, 소나타 살 돈만 있으면 1억에 가까운 외제차를 60개월 할부로 살 수 있다. 외제차 몬다고 만난 남자 친구가 60개월 할부로 차를 산 카푸어일 수 있으니, 잘못 결혼했다가는 같이 골로 갈 수 있다.  


상류층 스노브식 소비의 마지막 끝판왕은 부자 동네에 소재한 주택이다. 비싼 가방이나, 자동차는 중산층이 조금 무리를 하면 상류층 흉내를 내며 살 수 있지만, 평당 1억이 넘는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아파트는 절대 따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가 점점 심해질수록 상류층은 다른 계층과 섞이지 않고 그들끼리 모여 살고자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역시 불평등 정도가 심해지면서 (지니계수 증가)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스노브 현상과 더불어, 신흥국에서 돈을 많이 번 부자들의 "에셋 파킹"(개발도상국 부자들의 선진국 투자)까지 가세를 하면서 전 세계 주요 도시 주택 가격은 더 이상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가버렸다. 영국의 첼시, 미국 맨해튼처럼 상류층들이 모여 사는 곳들의 주택 가격은 이미 오래전에 100억 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지정학적 요인으로 아직까지 신흥국 부자들의 "에셋 파킹"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북한과의 관계가 점차 개선될 시 "에셋 파킹"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부자들의 주택에 대한 스노브 현상 가속화 및 신흥국 부자 (중국, 러시아 등)들의 한국 주택 구매 증가로 우리나라 집값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 배운 경제 지식>


ㄱ. 밴드웨건 효과 (Bandwagon effect) : 타인들의 소비를 따라서 소비하는 현상, 편승효과라고도 불린다. 어떤 선택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가, 그 선택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말한다. 예컨데, 쿠팡에서 장을 볼때 리뷰수가 많이 달린 것을 구매하는 것도 밴드웨건 효과의 하나임.


ㄴ. 스노브 효과 (Snob effect) : 타인과의 차별화를 위해 소비하는 현상. 백로 효과라고도 불린다. 특정 상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 희소성이 떨어져 차별화를 위해 다른 상품을 구매하려는 현상을 말하고, 우아한 백로처럼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는 심리를 반영한다고 해서 백로 효과라고 한다.


ㄷ. 에셋 파킹 (Asset Parking) : 개발도상국에서 돈을 많이 번 부자들이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에 투자하는 것.


자료출처 : 최소한의 경제법칙 (태지원 지음),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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