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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08. 2021

샤넬백은 왜 가격을 올려도 잘 팔릴까?

베블런 효과

요즘 어린 친구들은 정말 불쌍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까지는 행복하게 지내다가, 3학년이 되면 아이들의 학원 뺑뺑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금은 코로나라서 잠잠하지만, 코로나 전에는 수업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교문 앞에 수많은 봉고 차량들이 아이들을 납치(?) 하기 위해서 대기했다. 그렇게 납치된 아이들은 쉴 시간도 없이 여러 학원을 뺑뺑이 돌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면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느라 친구들과 놀 시간도 없다. 학원으로 이동하는 봉고차 안에서 가끔씩 하는 스마트폰 게임이 여가의 전부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극심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시험 점수와 등수로 "상대적 지위와 서열"을 드러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나의 지위와 서열"을 보여줄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졌다. 그리고, 샤넬과 같은 명품들이 이들 젊은이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었다. 경쟁에 익숙한 일부 젊은 세대들은 비싼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안심해한다. SNS의 발달로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명품은 가상공간에서 플렉스(비싼 명품 구매 후 자랑)하기에 최적의 상품이다. 인스타에서 플렉스한 명품은 다음 플렉스를 위해 당근 마켓에 재빠르게 판매를 한다.  


소스타인 베블런이 쓴 <유한계급론>을 보면 "물건의 효용이 아니라 상대적 지위와 서열을 보여주고자 하는 과시적 소비"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가방의 효용(본질)은 휴대폰, 지갑과 같은 소지품을 보관하는 용도인데,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지위와 서열을 보여주는 용도로 변질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샤넬과 같은 명품들은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가격이 높아지면 제품을 고급이거나 특별한 것으로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 (Veblen effect)라고 한다.

 

그 옛날 청동기 시대에도 유한계급(있는 놈들)은 자신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 소비를 했다. 청동기 시대에는 샤넬 가방 대신 부족장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기 위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대한 고인돌이 지어졌다. 물론 쓸모가 있긴 했다. 고인돌의 크기를 보고 마을의 침략 여부를 결정했으니 전쟁 방지 효과가 있긴 했다. (자기 마을의 고인돌보다 크면 침략하지 않았다.) 이 쓸데없어 보이는 전 세계 고인돌의 60%가 한반도에 있다. 우리나라 샤넬백 가격이 프랑스보다 훨씬 비싸도 잘 팔리는 것은 아마도 청동기 시대 때 고인돌을 컬렉팅 하던 자들의 후손 이어서이지 않을까?


<오늘 배운 경제 용어>


베블런 효과 (Veblen effect) : 가격이 높아지면 제품을 고급이거나 특별한 것으로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과시하려는 유한계급에 의해 생긴 현상.


<참고 문헌>


최소한의 경제법칙, 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위키피디아,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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