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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09. 2021

잘 가라 마시모두띠!

정상재와 열등재

27살에 경제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옷이었다. 부모님께 용돈 받아 쓰던 시절에는 월마트에서 옷을 사 입었다. 9.99달러짜리 물 빠진 청바지에 5.99달러짜리 검은색 슬리퍼를 신고 4.99달러짜리 목 늘어난 흰 티를 입고 학교를 활보했다. 그 딴 식으로 옷을 입었으니, 여자 친구가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졸업 후 취업을 하고 나니 옷을 살 돈이 넉넉해졌다. 이때부터는 월마트 옷이 아닌 ZARA와 H&M에서 옷을 사기 시작했다. 그것도 정가를 주고 사는 것은 아까워서 12월 정기 세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70%까지 할인하면 옷을 샀다.

ZARA와 마시모두띠 매장

30대 중반에 진급과 함께 러시아에 파견되었다. 러시아 영업팀장이 되었고 월급이 갑자기 껑충 뛰었다. 소득이 늘게 되니 더 이상 ZARA에서 옷을 사고 싶지 않았다. ZARA의 디자인이 싫진 않았지만, 당시 내 나이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았고, 옷의 마감이나 품질이 그리 좋지 못해서 몇 해 입고 나면 옷이 걸레처럼 너덜너덜 해졌다.


그렇게, ZARA와 이별을 하고 러시아 법인장님의 손에 이끌려 프리미엄 SPA 브랜드인 마시모두띠에 가기 시작했다. ZARA보다 클래식한 디자인도 좋았지만, 옷의 마감과 품질도 좋아서 오랫동안 입을 수 있었다. 매년 2월에 상여금을 받는 날이면 마시모두띠로 달려가 맘에 드는 옷들을 쓸어 담았다.


오늘 설명할 경제 용어는 정상재와 열등재이다. 정상재는 소득이 늘 때 수요가 느는 재화(마시모두띠)이고, 열등재는 소득이 늘 때 수요가 주는 재화(ZARA)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기생충에 나오는 기택네(송강호 분) 가족들이 집에서 마시고 있는 술은 12캔에 만원 하는 필라이트다. (필라이트는 맥주가 아닌 맥아 함량이 낮은 발포주다.)

필라이트 -> 삿포로 -> 양주 4종 (발렌타인 30, 로얄살루트 21, 글렌피딕 15, 패트론)

기택네 자식들이 박사장 집에 취업을 하자 필라이트 발포주 대신 4캔에 만원 하는 삿포로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기택 가족은 소득이 늘었을 때 필라이트를 더 많이 마신 것이 아니라 삿포로를 마셨다. 소득이 늘었을 때 필라이트의 수요가 줄었기에 이는 열등재이다.


그리고, 온 가족이 박사장 집에 취직하여 소득이 더 증가했을 때는 양주(정상재)를 마셨다. 


취업하면 남자들이 가장 먼저 사는 것 중에 하나가 자동차다. 차가 없을 때는 버스나 지하철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소득이 증가하면, 버스와 지하철(열등재)을 점점 멀리한다.


백수 시절 때는 김밥천국에서 라면에 김밥을 먹는 것이 너무 행복했는데, 취업을 하는 순간(소득 증가) 더 이상 김밥천국(열등재)은 가지 않게 된다.


필자는 20년 6월에 회사를 관두고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소득이 갑자기 줄자 열등재와 다시 친해졌다. 기름값 아끼기 위해 자동차보다는 버스와 지하철(열등재)을 열심히 타고 다닌다. 마시모두띠에서 옷을 사다가 ZARA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처럼 소득이 감소하면 열등재의 수요는 증가한다.


요즘 구독자님들이 사랑을 많이 주셔서 다시 정상재로 돌아갈 것 같다. :)


<오늘 배운 경제 지식>

ㄱ. 정상재 : 소비자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상품을 말한다.

ㄴ. 열등재 : 소득이 늘었는데 오히려 전체적인 소비가 주는 재화를 말한다.


참고자료 : 최소한의 경제법칙, 나무위키, 위키피디아, 마시즘, 노너치버

사진출처 : 스타필드, 징스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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