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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10. 2021

10. 왜 소개팅 자리에는 폭탄만 나올까?

정보의 비대칭성

대한민국에 태어나 취업할 때까지 모태솔로였기에(몇 번의 썸은 제외), 취업과 동시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소개팅이었다. 친구들에게 소개팅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소개팅 자리가 들어오기도 했다. 지난 28년간 혼자 이불킥하면서 지새었던 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한국에 들어와 처음 소개팅을 받던 날 너무 긴장이 되어서 밤에 잠도 못 잤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소개팅 자리에 나오시는 분들은 어찌 된 일인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외모가 너무 특출 나게 좋으셔서, 본인이 예쁘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아는 공주병에 걸린 분이 나오시거나, 덩치가 나보다 크신 분이 나오시거나, 성격이 너무 비관적이셔서 같이 잠시만 있어도 힘이 쭉쭉 빠지시는 분들이 나왔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니, 왜 소개팅 자리에는 내 맘에 들지 않는 분들만 나오시는 걸까?'

잠시 뒤에 바로 깨달았다.


'아, 소개팅에 나가는 나 역시 그분들에게는 폭탄이겠구나!'




둘째가 태어나고 아이들 둘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던 아내를 위해서 중개업소를 통해 가사 도우미를 고용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오셨던 가사 도우미님은 직업의식이 정말 없으셨다. 수시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셨고, 일을 너무 설렁설렁하셨다. 설거지는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접시에 고춧가루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고, 소파 밑에는 청소기를 돌리지 않아서 먼지가 자욱했다. 중개업소에 아주머니를 새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새로 오신 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정말 일 잘하시고 인기 있는 아주머니는 굳이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더라도 주변 지인들의 추천 만으로도 바쁘시겠구나!'


생각해보니 그랬다. 내가 정말 잘 생기고 돈 잘 벌고 매너 좋고 옷까지 잘 입는 남자라면, 굳이 소개팅 자리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나 좋다는 이성이 줄을 섰을 것이다. 중고차도 그렇다. 정말 관리가 잘되고 팔기 아까운 차는 중고차 딜러에게 넘기지 않는다. 지난 홍수에 침수를 당했거나, 요즘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엔진 주변에 누유가 있는 하자 있는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나올 확률이 높다.


이처럼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구매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량품만이 나돌아 다니게 되는 시장 상황을 레몬 시장이라고 말한다. 영어에서 레몬(lemon)은 속어로 '불쾌한 것', '불량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겉으로는 노란 것이 보기 좋게 생겼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온갖 인상을 짓게 된다.


그리고 레몬 시장이 형성되는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 (Information asymmetry) 때문이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차량의 문제점을 샅샅이 알고 있지만, 이를 숨기고 판매를 한다. 필자 또한 신입사원 시절, 이성 앞에만 서면 말을 더듬고 얼굴이 시뻘게 지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숨기고 소개팅 자리에 나섰다(정보의 비대칭성).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시장은 비효율적인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한 요즘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우리는 호텔, 식당을 방문하기 전에 리뷰를 열심히 읽는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비효율적인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다. 고용하려는 사람은 일하게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일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스펙을 쌓는 거다. 좋은 대학이 취업으로 가는 열쇠는 아니지만, 적어도 고용주에게 근면 성실한 사람이라는 정보는 줄 수 있다.  


결혼 정보회사 듀오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소개팅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소개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다거나, 서울에 자가 아파트가 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월세라든지, 이런 리스크를 듀오가 책임지고 소개를 해 주는 거다.   

 

아무튼, 요즘은 초연결 시대이기 때문에 좋은 재화와 서비스는 SNS를 통해 끊임없이 재 확산된다. 나쁜 재화와 서비스 역시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퇴출된다. 하지만, 나쁜 점(?)도 있는 것 같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된다. 예전에는 실력이 없는 식당이나 카페도 리뷰가 없을 때는 대충 먹고 살만 했는데, 요즘에는 별점 높은 곳만 장사가 잘되고 아닌 곳은 파리가 날린다.   


추신 : 간혹 레몬시장에도 복숭아가 발견되기도 한다. (아내를 소개팅 자리에서 만났다.)


<오늘 배운 경제 지식>


ㄱ. 정보의 비대칭성 (Information asymmetry) : 경제학에서 시장에서의 각 거래 주체가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을 때, 그 불균등한 정보 구조를 말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람들이 보유하는 정보의 분포에 편향이 있어, 경제 주체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는 현상 또는 그러한 성질을 말한다.


L. 레몬 시장 (The market for lemons) : 경제학에서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구매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량품만이 나돌아 다니게 되는 시장 상황을 말한다. 영어에서 레몬(lemon)은 속어로 '불쾌한 것', '불량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레몬 시장의 반대말은 피치마켓(Peach Market)이다.


자료출처 : 최소한의 경제법칙, 위키피디아, 한국은행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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