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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12. 2021

11. 신혼여행 갈 때 명품 가방 좀 사다 줄래?

가격차별 (Price discrimination)

2008년 5월에 결혼을 했다. 서울에 있는 한 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처남이 제작해준 핑크색 커플티를 입고 인천 공항 면세점을  활보했다. 핑크색 커플티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쪽팔려서 절대 안 입을 것 같은 그 커플티를 입고 공항 면세점을 구경하는데 아내가 갑자기 버버리에 가자고 말했다. 평소 명품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 거기에 가자고 하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어봤다.

"자기야, 거기서 뭐 사고 싶은 것 있나요?"

"아, 제 것은 아니고요. 친구가 백화점에서 사면 비싸다고 면세점에서 가방 좀 사달라고 부탁했어요!"

착한 아내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나 보다. 가게에 들어간 후 셀러분께 모델명을 말씀드리자 잠시 뒤 그 가방을 가져오셨다. 그리고, 가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첫째, 가격에 놀랐고

둘째, 크기에 놀랐고

셋째, 무게에 놀랐다.


그 친구분 덕분에 그 비싸고 크고 무거운 가방을 신혼여행 내내 들고 다니며 남자에게 특히 중요하다는 하체 근육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낮에 너무 강화했던 나머지 밤에 아내와 아무 일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건전한 신혼여행이 될 수 있게 해 준 그 친구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많은 유럽 여행객들이 면세점이나 현지에서 명품 가방을 많이 구매한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일한 상품을 구입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 또는 price differentiation)이라고 말한다.


가격차별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소비자마다 다른 가격을 받는다. (경제학에서 1급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학창 시절 옷을 사기 위해 동대문 시장에 가면 옷에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았다. 지금은 대부분의 시장이 가격표가 붙은 정찰제이지만, 20년 전 대부분의 전통 시장에서는 가격표 없이 물건을 팔았다. 그래서 이런 시장에 갈 때는 가격 깎기의 달인인 어머니와 함께 가야 했다. 혼자 시장에 갔다가는 협상의 달인인 시장 상인들에게 덤터기 쓰기 일수였다. 시장 상인들은 동일한 물건을 사람 봐가면서 다른 가격으로 팔았다. 어리숙해 보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비싸게 불렀고, 어머니처럼 흥정의 달인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팔았다.


둘째, 구매 수량에 따라서 다른 가격을 받는다. (2급 가격 차별) 

신라면을 한 봉지만 사면 1,000원인데 5 봉지 묶음으로 사면 4,000원에 살 수 있다.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에 가면 제품들의 용량이 크지만, 동네 작은 슈퍼보다 상당히 저렴하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는 것도 단골손님과 뜨내기손님과의 가격차별을 적용한 것이다. 이처럼 가격 차별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격이 민감한 손님들에게는 정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니 소비자 입장에서 좋고, 판매자 또한 추가 매출이 일어나고 단골이 생겨 좋다.   


셋째, 비슷한 특성의 소비자들끼리 묶어서 다른 가격을 받는다. (3급 가격 차별)

뷔페식당에 가면 나이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어 다른 가격을 받는다. 미취학 아동, 초중고교생, 일반, 뭐 이런 식이다. 아, 갑자기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국민학교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종업원 언니가 물어보면 유치원 생이라고 말하라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국가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의 스타벅스 커피 가격은 전 세계에서 스위스, 덴마크 다음으로 세 번째로 비싸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 2017년 기준). 그리고 애플의 아이폰, 샤넬의 클래식 플랩백, 넷플릭스 등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대비해서 많이 비싼 편이다. 그런데,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싼 것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맨큐의 경제학 책은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학창 시절 미국 가격은 10만 원 정도 했고 한국 가격은 3만 원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한 다음 미국에서 5만 원에 팔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똑똑해진 출판사가 미국판과 해외판의 표지를 달리해서 팔기 때문에 재판매가 어렵다. (현재 해당 경제학 책은 한국에서 4만원 정도 하고 미국에서는 24만원에 판매중이다.)    


시간에 따라 다른 가격을 받는 것도 3급 가격차별에 들어간다. 연애 시절 아내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 조조할인 영화를 예매했는데 조조할인도 대표적 3급 가격차별이다(사실은 돈 아끼려고). 주부가 되고 나서는 동네 반찬가게에서 가격차별을 경험했다. 평소 1팩에 3,500원 하는 반찬의 가격이 오후 6시 이후부터 4팩에 만원(2,500원/팩)으로 팔기 시작한다. 반찬 하기 싫은 날은 오후 5시 50분에 조용히 집을 나선다.


이처럼 가격차별 전략을 사용하면 시장 확대 효과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일 물건을 비싼 가격으로 구매한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현대 자동차가 그렇게 욕먹는 이유도 같은 자동차를 한국에서는 비싼 가격으로 팔고, 미국에서는 싼 가격으로 팔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에르메스, 샤넬, 애플 같은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배짱 영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가격을 다른 지역보다 올려 받아도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다고 말할 수 있는데, 오늘 말씀드리면 여러분 머리가 터질 수 있으니(사실 제가 피곤해서)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다.


<오늘 배운 경제 지식>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 또는 price differentiation)이란, 동일한 상품을 구입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참고문헌 : 최소한의 경제법칙, 위키피디아, 문과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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