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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15. 2021

직장 상사 엿 먹이는 방법  

방안의 코끼리 (Elephant in the room)

전 직장에서 근무할 때, 같은 부서에 7년 정도 있었다. 신입사원부터 시작해서 과장으로 진급할 때까지, 같은 부서에 계속 있었다. 힘들기로 유명한 부서여서, 윗분들의 인사이동이 심했다. 덕분에, 7년 동안 모신 실장님만 다섯 분이나 되었다. 거의 1년에 한 번 꼴로 실장님이 바뀐 셈이다. 실장님들은 대부분 타 부서에 계시다가, 실장 승진과 함께 우리 부서에 오셨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에 대해 잘 모르셨고, 그러다 보니 종종 선임 실무자와 의견 충돌이 벌어지곤 했다. 대개는 이런 식이었다.


"내가 실장으로 와서 3개월 정도 업무 파악을 해보니, 이번 중동 수출 건은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실장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알려주신 방법은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 실행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들은 대부분의 실장님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셨다.

"(화난 어조로) 이 사람이, 해보지도 않고 안될 생각부터 벌써 하나! 생각이 다들 썩어 빠졌어!"

얼굴이 시뻘개진 선배님은 조용히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얼마 뒤 인사 발령 때 "충언"을 했던 선배는 지방 영업기관으로 발령이 났다(좌천당하신 거다). 이런 일들을 여러 번 겪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부서 내에 이상한 기운(예쓰맨의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새로 오신 실장님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그리고 망할 것이 뻔히 보이는 방안을 들고 와도 아무도 반대하는 의견을 꺼내지 않았다.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그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실장님의 방안은 실무진들의 예상대로 여러 문제들을 야기했다. 그리고 1년 뒤 그 실장님은 새로 부임한 실장님께 문제를 떠 넘기고 유유히 다른 부서로 사라지셨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폭탄 돌리기가 따로 없다.)



신문을 읽다 보면 종종 만나는 단어 중에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는 말이 있다. 방안에 코끼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좁디좁은 방에 코끼리가 있으면 정말 불편할 것이다. 그리고, 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코끼리가 있음을 잘 인지하고 있다. 여기서 코끼리는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사람들 어느 누구도 그 코끼리(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방안의 코끼리"가계부채다. 2020년 3분기 우리나라의 GDP(국민총생산) 대비 가계부채가 100%를 넘어가면서 주요국 중에서 당당히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평균이 65.3%인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00%를 넘었으니 굉장히 높은 편이다. 가계부채가 80%를 넘어서면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친다. 빚이 많아지고 은행에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코끼리를 사용한 경제 용어 중에 "하얀 코끼리"라는 말도 있다. 일단 신문에서 코끼리를 만나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하얀 코끼리"는 고대 태국의 왕이 자기 맘에 안 드는 신하에게 선물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왕으로부터 선물 받은 코끼리를 죽일 수도 없고 성심 성의껏 잘 키워야 한다. 코끼리의 평균 수명은 70살이고, 하루에 180-270kg이나 먹는다. 이 때문에 코끼리를 선물로 받은 신하들은 사육비를 못 견디고 대부분 파산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하얀 코끼리"는 비용만 많이 잡아먹고 쓸모없는 것을 말한다.


전세계적으로 올림픽과 같은 체육행사를 개최한 이후 남은 건물들이 하얀 코끼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방안의 코끼리 (Elephant in the room) :  모두가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사회적, 정치적 피해가 두려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태


ㄴ. 하얀 코끼리 : 비용만 많이 잡아먹고 쓸모없는 것


<참고 문헌>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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