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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17. 2021

가방을 사면 신발도 사고 싶은 이유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

기나긴 3년간의 육아휴직을 끝으로 2020년 3월에 복직을 했다. 와이셔츠도 사고 양복도 사고 한창 복직 준비를 하다가, 정말 맘에 드는 짙은 버건디색 서류 가방을 발견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살까 말까 며칠을 고민하다가 복직하는 내게 선물하는 기분으로 구매했다.


해외직구여서 10일의 기다림 끝에 가방을 받았는데, 역시나 모니터 화면에서 본 것처럼 너무나도 예뻤다. 가방이 잘 어울리는지 궁금해서 수트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앗! 이럴 수가! 버건디색 가방에 어울리는 구두가 없네!'

 

그래서 그날 바로 인터넷에서 짙은 버건디색 로퍼를 구매했다.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구두를 신고, 가방과 함께 전신 거울에 비춰보는데, 흰색 행커치프보다는 버건디색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행커치프까지 질러버렸다. 회사 복직한다고 구두도 사고 가방도 샀는데 복직 3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전업주부 겸 작가가 되었다.




이처럼, 물건들 사이에서 심미적, 정서적 동질감을 추구하려는 소비자의 심리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라고 말한다. 그냥 쉽게 말해서, 물건 하나를 사면 그 물건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물건을 또 사고 싶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디드로 효과는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로 부터 나왔다. 그는 친구로부터 세련된 빨간 가운을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어놨는데, 선물 받은 가운이 집안의 낡은 가구와 어울리지 않음을 발견했다. 그날 이후로 그는 집안의 의자, 책상 등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집안의 모든 가구를 빨간 가운과 어울리는 것으로 바꿨다.


주부가 되고 난 다음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겼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을 예쁘게 꾸며보고 싶었다. 그때부터 인테리어 잡지도 보고 이케아 쇼룸도 방문해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쇼핑몰에서 너무 나도 예쁜 로코코 느낌의 커튼을 발견했다. 70% 할인 중(앵커링 효과^^)이길래 덮석 구매했다. 그런데, 커튼을 설치하고 보니 원래 있던 침대와 너무 안 어울리는 것이었다. 침대는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강조한 전형적인 북유럽 디자인인데, 커튼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로코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대 프레임을 로코코 느낌의 것으로 바꾸려 했으나 이러다가 조만간에 통장이 "텅장" 될 것 같아서 꾹 참았다.

좌측 : 로코코 스타일, 우측 : 북유럽 스타일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


디드로 효과를 잘 쓰는 회사 중 하나가 애플이다. 애플 특유의 하얗고 깔끔한 미니멀리즘적 디자인은 애플 제품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애플의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를 통해 심미적, 정서적 동질감을 추구한다. 그래서, 아이폰을 구매하고 나면 비슷한 느낌의 아이패드도 사고 싶고 애플 워치도 사고 싶어 진다.  


요즘 인터넷 옷가게들도 디드로 효과를 잘 사용하고 있다. 옷의 상의나 하의를 따로 파는 것이 아니라 모델이 착용한 전체 상품을 한꺼번에 판다. 상의, 하의, 구두, 가방, 액세서리를 한 번에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자는 심미적 동질감을 추구할 수 있어 좋고 판매자는 고객 당 매출이 늘어 좋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디드로 효과 : 물건들 사이에서 심미적, 정서적 동질감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여 새로운 소비를 유도하는 현상


<참고 문헌>


기획재정부 경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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