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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18. 2021

당신에게 돈을 찍어내는 기계가 있다면?

양적완화

당신에게 돈을 찍어내는 기계가 있다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는가? 필자라면 당장 회사를 관둘 것 같다. 그간 나를 괴롭혔던 상사를 찾아가 그의 얼굴에 사직서를 온 힘을 다해 던질 것 같다. 돈을 찍어내는 기계가 있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벌지 않을 것 같다. 돈은 기계로 찍어내면 되니, 매일 맛있는 것 먹고 여행 다니면서 살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달러를 찍어내는 기계가 없었다.


때는 1997년, 필자가 파릇파릇하던 리즈 시절 외환위기(나라에 달러가 없는 상황)가 왔다. 우리나라는 울며 겨자 먹기로 IMF로부터 달러를 빌렸다. IMF는 빌려주는 대가로 자본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개방과 동시에 외국인들은 폭락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을 헐값에 왕창 사들였다(줍줍했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기계가 있었다.


2007년에 미국에도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왔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기계가 있었다. 돈 찍는 기계가 있으면 일하기 싫어진다. 2008년 11월 25일부터 미국은 대놓고 달러를 찍어내어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양적완화).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은 달러를 찍어서 시중은행에 공급했다. (연준은 따끈따끈하게 방금 인쇄된 달러로 시중은행이 가지고 있는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달러를 공급했다.)


원래 돈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 와야 하는데, 생각보다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자 연준은 추가적으로 달러를 찍어서 시중은행에 공급했다. 2008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찍어서 뿌린 달러가 무려 7.3조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8,000조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2020년 국민총생산량(GDP)이 1.6조 달러니깐, 우리나라가 거의 4~5년 동안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미국은 아무것도 안 하고 종이랑 잉크, 그리고 약간의 전기료만으로 달러를 인쇄하여 미국에 뿌렸다.


미국이 하던 짓을 지켜보고 있던 유럽도 배가 아파서 동참했다. 유럽의 중앙은행 격인 ECB (European Central Bank)도 미친 듯이 유로화를 찍어내서 시중은행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나라도 똑같이 하지 왜 안 하냐고?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똑같이 따라 했다가는 짐바브웨처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온다. 계란 한 판에 천만 원하고 라면 한 봉지에 백만 원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원화는 우리나라에서만 쓰이기 때문에 많이 찍어내면 원화가 많아져서 물가가 급등한다. 하지만, 미국의 달러는 전 세계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많이 찍어내어도 미국 내 물가에 큰 영향을 못 끼친다.


중국이 기를 쓰고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을 돕는 이유도 중국이 착해서가 아니다. 중국 위안화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어 달러나 유로화처럼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리기 위함이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양적완화 : ‘양적으로 돈을 완화한다’는 뜻. 영어로  ‘Quantitative Easing’ 혹은 줄여서 QE.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어 시중에 돈의 유통량을 확대한다는 뜻.


<참고 문헌>


KBS뉴스, 경상일보, 연준 홈페이지, 연합인포맥스, 위키백과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bst_recenttrend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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