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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20. 2021

19. 부자 아빠 믿고 막나가는 녀석들

시뇨리지 (Seigniorage)

코로나가 유행이어서, 아이들이 워터파크에 못 간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아이들이 워터파크 가고 싶다고 거의 매일 노래를 불렀다. 어떻게 하면 고객님들(딸아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꿩 대신 닭이라고 우리 집에는 욕조가 있다. 욕조에 물을 틀고 거품 나는 입욕제를 하나 풀어주었다. 그리고 부엌에 요리하러 잠깐 다녀왔더니 10분 만에 금새 욕조에 물이 차서 물이 넘치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대학 동기는 집에 개인 수영장이 있다. 욕조와 비교해서 수영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서 물을 아무리 틀어도 수위가 잘 높아지지 않았다. 수영장 물을 전부 채우는데 600분(10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일부 독자님들은 알아채셨을 것이다. 우리 집 욕조는 원화를 사용하는 시장의 크기를 뜻한다. 반면, 수영장은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시장의 크기를 말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2008년부터 수영장에 물을 틀기 시작했다. 벌써 13년째 수영장에 물을 틀고 있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이 차지 않은 것 같다(생각보다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 7.3조 달러를 풀었는데, 푼 돈의 대부분이 부동산과 주식과 같은 자산으로 대부분 흘러 들어가서 물가는 많이 안 올랐다. (집값과 주식이 아무리 올라도 물가와는 상관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0조 달러 정도는 더 풀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 하필 20조 달러냐고? 미국의 1년 GDP가 20조 달러 정도 된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반도체 팔고, 휴대폰 팔고, 자동차도 팔아야 하는데 미국은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종이값과 인쇄비만 있으면 된다.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만드는데, 19.6센트가 든다. 지폐 생산비 200원을 제하고 약 11만 원의 가치가 미국에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권함으로써 얻는 수익을 시뇨리지(Seigniorage)라고 말한다.


시뇨리지는 기축통화국만이 가진 특권이다. 우리나라가 따라 하면 욕조에 물이 금방 차서 안된다. 물이 넘쳐흐르면 집이 엉망진창이 된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온다) 미국은 욕조의 크기를 현재의 수영장 크기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왕족 형님들에게 우리가 무료로 경호원 노릇 해줄 테니깐 대신 석유대금은 무조건 달러로 받으라고 했다. 전 세계에 있는 공장들은 제품 생산 시 석유가 필요한데, 석유를 사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하니깐 자연스레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페트로 달러 체재)


미국 연준은 시뇨리지를 이용해서 양적완화(돈을 찍어서 시중은행에 보급)를 실시했다. (17번 글 참조) 그리고 2020년 5월부터는 부실기업들에게도 돈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작년에 보잉(항공기 제작사)은 코로나 타격으로 죽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연준 형님이 시원하게 돈을 뿌려 살려주었다(보잉의 회사채 매입). 덕분에 보잉은 다시 되살아났다. 참 부러웠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려워지면 다른 나라에 팔려가는데, 미국 기업들은 든든한 부자 아빠(연준) 밑에서 부담 없이 회사를 운영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돈이 없을 때 회사채를 발행하면 연준이 사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고, 시장에서 원래 사라져야 할 좀비 기업들도 계속해서 연명해서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오늘 배운 시사경제 지식>


시뇨리지 (Seigniorage) :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화폐를 발권함으로써 얻는 수익. 중세 시대의 봉건 영주(세뇨르, Seignoir)가 보유한 은화에 불순물을 섞어 더 많은 은화를 만들어 주조 차익을 얻은 것에 기인.


좀비기업 :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낼 상황이 온 Zombie 같은 기업을 말함. 한계기업이라고도 칭함.



참고문헌 : 연준 홈페이지, 위키피디아, 나무 위키, 이정훈 기자의 마켓워치(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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