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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22. 2021

타인에게 잔소리 많이 하면 벌어지는 일

베버의 법칙 (Weber's Law)

돌아가신 어머니는 성격이 화끈하신 여장부 스타일이셨다. 남자로 따지면 강호동 씨고, 여자로 치면 이경실 씨 뺨치는 분이셨다. 성격이 화끈하신 만큼 어렸을 때 훈육도 화끈하셨다.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잘못하면 구둣주걱이나 효자손으로 종아리가 피멍이 들 때까지 맞았고, 험한 말(인간아~)도 많이 들었다. 이렇게 터프하게 자라서 예의 바른 사람으로 자라긴 했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있었다. 워낙 강한 자극 (뚜드려 맞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웬만한 자극(말로 하는 잔소리)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즈음엔 강한 자극에 익숙해져서 어머니의 잔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우리 집 두 따님은 잔소리를 거의 안 듣고 자랐다. 우리 집 교육 방침(아내의 교육방침)은 믿고 기다려주자였기에 잔소리를 일절 하지 않는다. 잔소리 대신 "네가 이렇게 행동을 할 경우에 이런 결과가 생길 수 있어" 정도로 주의를 주는 것으로 끝난다. 예를 들어서 밤 시간에 휴대폰을 오래 보고 있으면, "야, 빨리 휴대폰 안 꺼!"라고 말하지 않고, "밤에 휴대폰을 오래 보면 블루 라이트 때문에 잠을 깊이 못 잘 수 있어."라고 말한다. 물론 나는 어머니로부터 뚜드려 맞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말보다는 행동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 반사로 나가지만, 인자한 아내 덕분에 성격이 많이 죽었다. 하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다. 평소 잔소리를 거의 듣지 않았기에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조금만 주의를 받아도 딸들은 너무 충격을 받아서 눈물을 흘렸다.   


베버의 법칙 (Weber's Law)이라는 것이 있다. 감각기에서 자극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처음 자극보다 훨씬 센 자극을 받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즉 처음에 약한 자극을 받으면 자극의 변화가 적어도 그 변화를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 강한 자극을 받으면 자극의 변화가 커야 그 변화를 인지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남친이나 남편에게 "이런 식으로 할 거면 헤어지자"라는 말을 섣불리 하면 안 된다. 처음 "헤어지자"라는 말을 들은 남자는 깜짝 놀라서 당분간 여자에게 충실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또 "헤어지자"라는 말을 하면, 남자는 처음처럼 많이 놀라지 않게 된다. 이를 보고 열 받아서 "헤어지자"는 말을 더 자주 하면 할수록 남자들은 자극에 더 무던해져서 여자의 말에 심드렁해진다. 그냥 하는 소리겠지 하고 생각해 버린다.


자영업을 할 때도 베버의 법칙을 유념해야 한다. 엄청난 가격 할인이나 1+1 행사를 통한 소비자 유인은 잠깐의 관심을 끌 수는 있을지 모르나, 해당 전략이 반복되면 될수록 소비자들은 가격 할인에 익숙해지고 심드렁해진다. 그리고 해당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무한 리필 돼지갈비 가게 같은 경우가 처음에는 소비자들이 혹해서 장사가 잘되지만 나중에는 결국 씨름부 선수들만 남아 영업이 어려워진다.  


미시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도 베버의 법칙과 유사하다. 정말 목이 마를 때 마신 시원한 콜라 첫 잔의 만족감(효용)은 잔을 거듭할수록 점점 떨어진다. 월세로 살다가 처음 집을 마련한 거랑, 집이 10채 있는데 1채 더 산거랑 비교해 보았을 때 전자의 효용이 훨씬 높을 것이다. 그래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사도 사도 성이 안차서 계속해서 사나 보다.


<오늘 배운 시사 경제 용어>


ㄱ. 베버의 법칙 : 감각기에서 자극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처음 자극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으로 자극을 받아야 된다는 이론을 말한다. 즉 처음에 약한 자극을 받으면 자극의 변화가 적어도 그 변화를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 강한 자극을 받으면 자극의 변화가 커야 그 변화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 미시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개념으로, 어떤 재화의 소비자가 재화 1 단위당 얻는 효용의 증가분(한계 효용)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지칭한다.


자료출처 :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아시아경제


추신 :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에, 제가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잘 안 씁니다.

하지만, 오늘은 쓰렵니다. 주부의 경제를 읽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

여러분들이 많이 읽어주시는 덕분에 매일 힘을 얻고 즐겁게 글을 씁니다.  

오늘 낯뜨거운 말을 썼으니 아마 당분간은 이 말을 못쓸듯 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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