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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25. 2021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배우는 낙수효과

낙수효과 vs. 분수효과

1992년도에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가 있다. 제목은 바로 아들과 딸이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당시 남아선호 사상을 드라마 속에 녹여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시청률이 무려 49%). 드라마 두 주인공인 최수종(귀남)과 김희애(후남)는 이란성쌍둥이인데, 한날 같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딸인 후남이는 어머니로부터 엄청난 차별을 받고 자란다. 초등학교 입학 날 귀남이는 어머니에게 업혀서 등교를 하고 후남이는 걸어서 간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귀남이만 자전거를 사주고 후남이는 여전히 걸어간다. 어머니는 아들만 사랑하셔서 아들만 전폭적으로 지지하셨다.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마 당대 사회 분위기를 잘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해도 넉넉지 못한 살림 때문에 집안에서 대학교에 진학하는 사람은 장남뿐이었다. 딸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봉제 공장에 취업해서 미싱일을 배웠다. 그렇게 열심히 번 돈으로 장남의 대학 등록금으로 보탰다. 장남은 여동생과 가족의 전폭적 지원 아래 법대도 가고 졸업 후 판검사도 되어서 크게 성공했다. 장남이 성공해서 집안을 일으키면,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살기 좋아질 거라 믿었기에 장남을 열심히 지원했다. 하지만, 성공한 장남은 지가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경제에도 위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가난한 대한민국은 대기업(장남)을 먼저 성공시키고자 성장 우선 주의를 채택했다. 대기업(장남)이 잘돼서 부유해지면, 중소기업도 잘되고 일하는 노동자들(딸들)도 부를 같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정부가 지원해 주는 방식을 오랫동안 고수했었다. 그렇게 열심히 지원해 준 덕분에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소득 상위계층의 부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체 GDP 증가는 생각보다 더뎠고 중산층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점 살기 어려워졌다. 크게 성공한 대기업(장남)은 지가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며, 다른 경제 참여자들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중소기업, 노동자 들과 과실을 함께 나누기보다 자기의 배만 채우려 했다. 객관적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2008년부터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들의 이익잉여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위의 예처럼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먼저 성공해서 그 과실이 밑단까지 내려오길 기대하는 것을 경제학에서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라고 한다. 컵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놓은 다음 맨 위에 있는 컵(대기업)에 물을 부으면 맨 아래에 있는 컵까지 차오르는 형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현실에 낙수효과를 적용해보니 피라미드 맨 위에 있던 컵이 알고 보니 컵이 아닌 세숫대야였던 것이다.

어찌나 세숫대야가 컸던지 아무리 물을 부어도 맨 밑에 있는 컵에는 물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2017년부터는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는 분수효과(Fountain Effect)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물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득 상위계층의 과세를 늘리고, 중산층의 복지가 좋아지면,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 실적이 좋아져 자연스레 생산과 투자의 증가로 전체적인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이론이 바로 '분수효과'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낙수효과 : 대기업, 재벌, 고소득층 등 선도 부문의 성과가 늘어나면, 연관 산업을 이용해 후발·낙후 부문에 유입되는 효과를 의미한다. 컵을 피라미드같이 층층이 쌓아 놓고 맨 꼭대기의 컵에 물을 부으면, 제일 위의 컵부터 흘러들어 간 물이 다 찬 뒤에야 넘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내려간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국부의 증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배보다는 성장을,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우선시한다는 전제로부터 나온 것이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회과학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ㄴ. 분수효과  : 저소득층으로부터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즉, 부유층에 대한 세금은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정책 지원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주장.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면 소비 증가를 가져올 것이고, 소비가 증가되면 생산 투자로 이어지므로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는 것.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분수처럼 아래에서 위로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하여 분수효과라고 한다.


<참고 문헌>


연합뉴스, 신협 블로그, 위키피디아, 나무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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