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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an 26. 2021

기, 승, 전, 치킨집

유상증자


한때 아래와 같은 유머 사진이 돈 적이 있었다.

한국 학생들의 진로를 나타낸 표인데, 결국 마지막에는 치킨집으로 수렴한다. 예전엔 후라이드와 양념, 이렇게 딱 두 가지 맛 밖에 없었는데, 요즘엔 치킨 맛 종류만 해도 브랜드별로 수십 가지는 된다. 매일 다른 맛으로 돌려먹어도 한 달은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치킨집을 차리기 위해서는 6천만원 정도 필요한데, 치킨집 사장님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퇴직금으로 차린다.  


치킨집 사장님과 달리 상장된 기업들은 돈을 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은행 대출을 받아도 되지만, 회사채를 발행해도 된다. 그리고 오늘 배울 용어인 유상증자를 통해 돈을 구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유상증자란 주식을 새로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팔아서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유상증자는 주가에 좋은 신호인가 안 좋은 신호인가? 답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 기업은 유상증자를 할 때 어떠한 용도로 쓸 것인지 투자자들에게 알려준다(공시한다). 회사의 부채가 많아서 빚 갚는 용도로 쓰겠다고 하면 "나 거지됐어요. 돈 좀 주세요" 하는 꼴이니 안 좋은 신호이고 신규 사업 투자나 타기업 합병을 위한 용도면 주가에 긍정적 신호를 준다.


최근에 이뤄진 유상증자의 예는 대한항공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용도는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고 남은 돈으로 부채를 탕감하기 위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하게 되면 세계 10대 항공사가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유상증자는 3종류로 나뉘는데 새로 발행한 주식을 누구에게 파느냐에 따라 나뉜다.


1. 기존 주주에게 팔면 -> 주주 배정방식

2. 돈 많은 특정 물주에게 팔면 -> 제3자 배정방식

3. 그냥 일반인들에게 팔면 -> 일반 공모 방식


위의 방법들을 혼합해서 자본금을 늘려도 된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붙잡은 돈 많은 물주는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국영은행이다. 즉,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은행이다. 아시아나 부도나서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길거리에 나 앉으면 실업률 올라가고 현 정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이를 방지코자 정부는 산업은행을 시켜서 대한항공에 돈(8,000억 원)을 대라고 한다. 돈 대 줄 테니 깐 빚 많아서 죽어가는 아시아나를 인수하라고 압박한 형국이다. 대한항공 회장님(조원태)도 싫지 않은 눈치다. 누나(조현아: 땅콩의 주인공)한테, 지분싸움에 지고 있어서 회장 자리 물러나기 직전이었는데, 산업은행 형님이 갑자기 우호 지분이 되어주시니, 누나한테 경영권도 안 뺏기고 아시아나도 먹고 꿩 먹고 알먹고다. 반면, 땅콩 사건의 주인공 조현아씨는 회장 자리 눈 앞에 앞두고 산업은행한테 뒤통수 맞은 꼴이다. 조현아씨의 현 상황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평소에 덕을 짓고 살아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나저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총부채가 34조 원(2020년 3분기 말 기준)이고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가 10조 원에 달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경영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대한항공이 진짜 "땅콩 항공"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2021년 초 2만원 하던 주가가 벌써 3만원이다. 단기 차익을 노린다고 불나방 처럼 뛰어들기에는 부채 규모가 너무커서 투자하기엔 너무 불안해 보인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유상증자(有償增資)’ : 자본금을 늘릴 때(즉, 주식 수를 늘릴 때) 현금이나 이에 상당하는 현물(토지, 건물 등)을 받고 증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참고 문헌>


동아일보, 나무위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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