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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Feb 04. 2021

치킨집의 적정 가격

PBR, ROE, PER

지금이야 외식할 곳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은 세상이지만, 어릴 적 최고의 외식 장소는 중국집과 치킨집이었다. 그중에서도 양념치킨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우리 집은 정말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그랬다. 아버지는 상여금을 받는 날이면 술 드시고 밤늦게 귀가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빈손으로 집에 오기에 어머니께 미안했던지 먹을 것을 항상 사 오셨다. 동생과 나는 아버지가 올 때까지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불이 나게 현관으로 달려갔다.


"아빠 왔다! 오늘은 양념치킨 사 왔어!"

"우와 신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양념치킨이잖아!"


동생과 나는 그 늦은 밤에 치킨 한 마리를 빛의 속도로 먹어치웠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리가 먹는 모습만 보아도 기분이 좋으셨던지, 드시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셨다.


아버지가 팀장으로 승진하고 나서부터는 야근이 많아지셨다. 야근이 많다 보니 아버지는 우리가 잘 때 오셨다가 새벽에 출근하셨다. 아버지를 주중에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일요일에는 너무나도 피곤하셨던지 하루 종일 잠만 주무셨다. 그렇게, 아버지의 승진과 함께 나는 양념치킨과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장소에서 양념치킨과 재회하게 되었다.


"철수야! 너 도시락 반찬으로 양념치킨을 싸왔네? 정말 부러워! 나, 하나만 먹어도 돼?"

"응, 당연하지! 우리 반찬 같이 먹자!"


철수(가명)는 이상하게도 양념치킨을 잘 먹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어머니가 싸준 김치와 나물들을 더 잘 먹었다. 어린 마음에 이상한 생각도 들었지만, 철수가 양념치킨을 잘 먹지 않으니, 내가 먹을 양이 늘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때 결심했다.


'나중에 치킨집 사장되어서, 매일 양념치킨을 먹어야지!'


세월이 흘러 초등학생 어린이는 40대 아저씨가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모은 자본금 1억 원으로 치킨집을 차렸다. 그리고 1년간 열심히 일했더니 매년 순이익이 5천만 원이나 나왔다. 우리 치킨집이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고 A라는 사람이 2억 원에 팔라고 말했다.


치킨집을 1년간 운영했더니,

ㄱ. 1억 원(자본) 짜리 치킨집이 2억 원(현재 시가)으로 두배가 되었다. (PBR 이 2배다)

ㄴ. 1억 원 투자해서 매년 5천만 원이 나오니 수익률이 50%다. (ROE가 50% 다)

ㄷ. 매년 5천만 원 수익이 나오니, 현재 치킨집 가격 2억 원에 도달하는 데 4년이 걸린다. (PER가 4배다)


방금 여러분은 기업 가치 평가에 가장 중요한 개념 3가지인 PBR, ROE, PER을 마스터했다.


ㄱ. PBR은 자본금 대비 현재 기업의 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보여준다. 위의 예처럼 치킨집은 1억에서 2억이 되었기에 PBR은 2배가 된다.

ㄴ. ROE는 투자한 자본 대비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준다. 치킨집은 1억 투자해서 5천만 원을 버니깐 5천만/1억X100=50% 다.

ㄷ. PER는 매년 나오는 수익으로 현재 기업을 사려면 몇 년 걸리는지 보여준다. 치킨집의 현재 시세는 2억 원이고 매년 5천만 원을 버니깐 2억 원/5천만 원=4배다.  


삼성전자 PBR, ROE, PER은 다음이나 네이버 금융에 가면 친절히 구해져 있으니, 그냥 검색해서 보면 된다.

검색 결과 삼성전자의 PBR은 2.03배, ROE는 9.99%, PER은 20.8배다. (2021년 7월 9일 기준)

이것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ㄱ. 삼성전자의 장부가치가 1억이라면, 현재 시장 가치는 2.03억 원이다. (PBR 2.03배)

ㄴ. 삼성전자는 1억을 투자해서 매년 이익이 999만 원 남는다. (ROE 9.99%)

ㄷ. 삼성전자의 현재 시장 가치는 2.03억 원이고 매년 999만 원을 버니깐, 매년 나오는 수익으로 현재 기업을 사려면 20.8년 걸린다. (PER 20.8배)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PBR :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하여 나타낸 비율(PBR = 주가 / 주당 순자산가치)


ㄴ. ROE : 자기자본의 운영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반영하는 지표로 자기자본에 대한 기간이익의 비율로 나타낸다.


ㄷ. PER : 주가가 그 회사 1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주가를 1주당 순이익(EPS: 당기순이익을 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나눈 것이다.


<참고 자료>

https://finance.naver.com/item/main.nhn?code=005930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30717&cid=43667&categoryId=43667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1545&cid=43667&categoryId=43667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4741&cid=43667&categoryId=43667


<사진 출처>


멕시칸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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