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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Feb 13. 2021

권력에 중독된 회사 선배  

킹덤 (KINGDOM)

신입 사원 시절 항상 잘 챙겨주던 선배가 있었다. 혈연, 지연, 학연 하나도 겹치는 것이 없는데 그 선배는 참 잘 챙겨주었다. 맛있는 음식도 사주고 같이 PC방에 가서 게임도 했다. 20대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돌아와 취업하다 보니 군대식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선배 덕분에 회사 적응이 수월했다.


그렇게 회사 생활에 적응해 가던 중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건강하던 어머니를 갑자기 잃은 충격에 회사에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었다. 회사에 휴직을 신청하고 현실도피 차원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공부하던 중에 잘생기고 성격 좋고 일까지 잘하던 선배는 회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대학원 공부를 마칠 즈음 선배는 회사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자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권력자가 되고 난 다음부터 이상하게도 선배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들렸다.


실적이 좋지 않은 부장님들을 불러서 많은 부하 직원들 앞에서 창피를 주었다든지, '나랑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호통을 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학원 졸업 후 회사에 복귀하면서, 그 소문이 사실일지 모른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선배를 만나서 나는 너무 반가운 마음으로 선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왜, 나랑 악수하려고?"


선배의 차가운 그 눈빛에서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넌 내가 아직도 예전에 같이 PC방 다니던 선배로 보이냐?'


선배의 변한 모습에 너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180도로 변할 수 있는지 믿을 수 없었지만, 훗날 <승리자의 뇌>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권력을 잡으면 몸속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된 도파민은 권력자의 공감능력을 떨어뜨린다. 공감능력이 떨어진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의 감정 따위는 고려치 않게 된다(물론, 자기 성찰을 통해 공감능력을 유지하는 권력자들도 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드라마 킹덤을 보면 권력에 중독된 사람이 많이 나온다. 드라마 속 메인 빌런인 조학주 대감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딸인 계비 조 씨가 세자를 낳기 전에 왕이 승하하자 생사초를 사용하여 왕을 좀비로 되살린다. 하지만, 늘 그렇듯 권력자의 끝은 좋지 못하다. 항상 새로운 권력자에 의해 고초를 겪게 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자들이었던 前대통령들만 봐도 그렇다. 전두환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권력자들에 의해 항상 고초를 겪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킹덤은 단순히 유혈이 낭자하는 좀비 드라마가 아닌 권력에 중독된 사람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늘 그래 왔듯 권력의 끝은 자멸이라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권력을 얻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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