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ian 손주부 Mar 04. 2021

수능 전날 한숨도 못 자는이유

Self-handicapping

우리나라에서 수능 시험은 정말 중요한 시험이다. 수능 시험을 통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의 시간이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 수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180도로 바뀐다.


이렇게 중요한 시험이다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필자 역시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한숨도 못 잤다. 머리가 멍한 상태로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고 수능 시험장으로 향했다.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덕분에 수능 시험을 제대로 말아먹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머니께 했던 말은 다음과 같다.


"엄마, 어제 한숨도 못 잤더니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시험 망친 것 같아."




세월이 흘러 행동경제학을 공부하다가 나의 행동(밤새 뜬눈으로 지새우기)이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행해진 행동임을 알게 되었다. "밤을 지새웠다"는 장애물(핑곗거리)을 설치하여 시험을 망치더라도 장애물 뒤에 숨어 자존감을 보호할 수 있었다. 운 좋게 시험을 잘 보았다면, "밤을 새웠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잘 보았다"라고 영웅담도 만들어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이 실패했을 때 자신의 자존감이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하느라 바쁘다.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더라도 핑곗거리가 있으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실패로 인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을 행동경제학에서 셀프 핸디캐핑 (Self-Handicapping : 자기 스스로 불리한 조건을 만들다)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핑곗거리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978년에 사회 심리학자들이 이를 실험으로 증명해 내었다. A그룹은 쉬운 문제를 풀게 하고 B그룹은 어려운 문제를 풀게 했다. 그리고 시험 중간에 두 가지 약 중 하나를 먹을 수 있으니 선택하라고 말했다. 1번 약은 집중력을 높이는 약이고 2번 약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약이었다. 예상대로 쉬운 문제를 푼 A그룹은 집중력을 높이는 약을 대부분 선택했고, 어려운 문제를 푼 B그룹은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약을 선택했다. 성적이 나쁘게 나와도 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 자존감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셀프 핸디캐핑에 종종 빠졌다. 전업작가가 되고 나서 아내에게 책을 출간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침 튀기며 말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럴 시간에 글 한 편이라도 더 쓰고 책 한 장 더 읽는 것이 나을 것인데 말이다. 학창 시절 때도 그랬다. 밤새 시험공부를 했으면서도, 친구들한테 이야기할 때는 이렇게 말했다.


"아, 짜증 나! 어제 게임한다고 시험공부 하나도 못했어!"




혹시 지금, 내 삶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핑곗거리(시간이 없어, 돈이 없어.....)를 찾고 있다면, 셀프 핸디캐핑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셀프 핸디캐핑 :  스스로 불리한 조건을 만드는 심리를 스스로 핸디캡을 준다는 의미에서 ‘셀프핸디캐핑(self-handicapping)’이라고 한다.


<참고 문헌>

https://www.thechicagoschool.edu/insight/business/everyday-examples-of-behavioral-economics/

https://en.wikipedia.org/wiki/Self-handicapping

http://mediask.co.kr/785


작가의 이전글 왜 큰 돈으로 주식하면 망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