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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Mar 10. 2021

잘 생긴 친구가 결혼을 못하는 이유

선택 과부하 (Choice Overload)

친한 친구 중에 아직 장가를 안 간 철수(가명)라는 녀석이 있다. 180 정도 되는 큰 키에 하얀 피부, 가수 성시경 씨를 살짝 닮은 친구다. 유학 시절 공부도 잘해서 졸업하자마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기업에 바로 취직했다.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셔서 집안마저 좋았던 그 친구는 여자분들에게 항상 인기가 많았다. 그에 반하여 365일 회색 운동복에 편한 삼선 슬레빠를 끌고 캠퍼스를 누비던 필자는 여자분들에게 항상 인기가 없었다. 가끔 여자분이 내게 다가오면 잔뜩 긴장하곤 했는데 건네는 말은 항상 비슷했다.


"저기, 이 편지랑 선물,,,, 철수 오빠에게 전달 좀 해줄래요?"


얼마 전 철수랑 오랜만에 만나서 술을 마셨다. 철수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야, 정말로 여자들한테 인기 없던 네가 우리 동기들 가운데 가장 먼저 장가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늘은 우리 철수가 왜 장가를 못 가고 있는지 그리고 필자는 어떻게 빨리 장가를 갈 수 있었는지 행동 경제학적 시선으로 설명해 볼까 한다.


마트에 치약을 사러 간다고 가정해 보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1961년에 치약을 사러 가면 무조건 럭키 치약을 살 수밖에 없다. 치약의 종류가 몇 개 되지 않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60년이 지난 2021년에 치약을 사러 마트에 가보자. 수많은 치약 제품들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2080, 센소다인, 메디안, 페리오, 암웨이, 콜케이트, 쿤달, 시스테마, 파로돈탁스 등등 브랜드명만 나열해도 수십 개가 된다. 그리고 브랜드 안에서 향과 맛, 기능에 따라 수많은 제품들이 또 있다.


행동 경제학 용어 중에 "선택 과부하" 혹은 "선택의 역설"(Choice Overload or The Paradox of Choice)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언뜻 생각하기에는 선택지가 많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선택이 힘들어지고 선택 후 만족감이 떨어진다. 선택지가 많을 때 그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내가 한 선택이 정말 맞는 것인지, 더 좋은 선택이 있었는데 빠뜨린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의심하게 된다. 이를 영어로 Fear Of Missing Out(FOMO)이라고 하는데, 번역해 보면 "빠뜨림에 대한 두려움" 정도로 보면 되겠다.


스탠퍼드 대학 마크 래퍼 교수의 유명한 "잼"실험에서도 많은 선택지가 역설적으로 선택에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크 래퍼 교수팀은 슈퍼마켓에 6종류의 잼과 24종류의 잼을 시식할 수 있는 부스를 각각 설치했다. 소비자의 60%가 선택지가 많은 잼 부스로 몰렸지만, 정작 구매는 3%에 머물렀다. 반면, 6종류의 잼 부스에서는 30%의 고객이 잼을 구매했다.


돌이켜보면 수많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철수도 종종 선택 과부하에 걸렸던 것 같다. 술이 좀 들어가면 여자 친구도 없는 내게 다음과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


"지금 만나고 있는 A는 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좋은데, 성격이 조금 이기적인 것 같아."

"B는 다 너무 완벽한데,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


철수는 이성에게 항상 인기가 있던 친구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이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다 보니 올해 나이가 벌써 40대 중반이 되었다.


필자는 그런 측면에서 배우자를 고를 때 선택 과부하가 걸리지 않았고 덕분에 일찍 결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을 만족해하면서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선택의 역설 :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선택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choice)》라는 책에서 개인적 자유의 상징인 선택권이 오히려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좌절시키는 역설에 대해 설명한다.


ㄴ. FOMO 증후군 (Fear Of Missing Out) :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을 말한다.


<참고문헌>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저자 : 정성훈)


두산백과 사전


https://thedecisionlab.com/biases/choice-overload-bias/#:~:text=Example%201%20%E2%80%93%20Smartphones%20and%20choice,persistent%20sense%20of%20choice%20overload.

https://www.skyword.com/contentstandard/8-marketing-takeaways-from-behavioral-economics/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15090109107718357&ref=https%3A%2F%2Fwww.google.com%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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