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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Apr 28. 2021

잘 생긴 친구와 같이 살면 생기는 일

메기 효과 (Catfish Effect)

1990년대 후반에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있었다. 당시 아시아 사람 수는 굉장히 적어서 마을 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았다. 아시아 사람 수가 적다 보니 잘 생기고 패션을 아는 아시아 사람도 전무했다. 옷을 거지같이 입어도 다 고만고만하게 입었기에 많이 튀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시아계 남자들은 잠자리 안경을 쓰고 XL 사이즈의 후드티와 후줄근한 청바지를 입었다. 덥수룩한 수염을 하고 며칠 안 감은 듯한 머리 위에 야구 모자를 쓰고 캠퍼스를 활보했다.

대략 이런 느낌? <이미지 출처 : 포레스트 검프>

그러던 어느 날 캘리포니아 출신의 한 아시안계 남학생이 우리 기숙사 건물에 입주했다. 그의 아버지는 할리우드 영화배우셨고 우월한 유전자를 받아, 리즈 시절 안정환만큼이나 잘생겼다. 그는 팔에 멋진 문신도 있었고 옷마저 너무 잘 입었다. 그의 등장으로 우리 학교 모든 아시아 남자들의 얼굴은 오징어화 되었다. 너무 잘 생긴 그와 함께 캠퍼스를 걸으면, 대조 효과로 인해 나의 외모는 더욱 못생겨 보였다. 모든 아시아 여학생들의 시선이 그 친구에게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종종 선물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았다.

룸메이트는 리즈 시절 안정환을 닮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얻은 것도 많았다. 같이 옷을 사러 Gap이나 Old Navy매장에 가면 그는 친절하게 코디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고 옷을 직접 골라주었다. 그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대조효과로 인해 여자 친구는 생기지 않았지만, 나의 후줄근한 패션 감각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시사경제용어 중에 메기 효과 (Catfish Effect)라는 말이 있다. 메기 효과란 강한 경쟁자 덕분에 약자의 활동 수준이 높아져 전체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노르웨이의 한 어부가 청어를 싱싱한 상태로 육지로 데리고 오기 위해 수조에 메기를 넣었다는 일화에서 유례 됐다. 청어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잡히는 탓에 운반 과정에서 대부분 죽었지만, 메기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닌 청어들은 싱싱한 상태로 옮겨질 수 었었던 것이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중국에서 전기 자동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메기 효과를 사용한 적이 있다. 자국 전기 자동차 회사들을 오랜 기간 동안 지원해 주었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자,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외국계 회사인 테슬라의 100% 지분 투자를 허용해 주었다. 기존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를 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테슬라는 합작 투자를 할 경우에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있었는데, 중국 정부가 친환경 자동차 기업을 위한 예외 조항을 만들어 테슬라의 100% 지분 투자를 승인했다. 테슬라가 중국에 진출하여 공장도 짓고 가치 사슬 (Value Chain)을 구축하자 중국계 전기 자동차 기업들은 이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가구 시장에서도 메기 효과를 찾아볼 수 있다.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진입하기 전 우리나라 가구 시장은 한샘과 현대 리바트 등의 소수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품질과 디자인, 가격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이케아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기에 대충 만들어서 팔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진입하자 한샘과 리바트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고 지금은 전보다 훨씬 개선된 상품성을 갖고 이케아와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학부모가 되고 보니 왜 엄마들이 기를 쓰고 좋은 학교가 소재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가려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주변에 메기처럼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잠실 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우리 팀을 위해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데 혼자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면, 혼자 공부 안하게 쉽지 않다. 하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스트레스 내성이 낮은 필자는 메기들 때문에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기보다 청어들끼리 모여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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