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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Apr 27. 2021

정부가 우리의 돈을 가져가는 방법

인플레이션

정부와 기업은 우리의 돈을 가져가고 있다. 그것도 우리들 몰래 교묘한 방식으로 가져가고 있다.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의 돈을 가져가고 있는지 이번 글을 통해 알아보자.


2006년 입사했을 때 연봉은 3천만 원이었다. 당시 여자 친구는 없었지만, 결혼을 하려면 일단 집이 필요할 것 같아서, 25평짜리 신축 아파트 매매가를 알아보았다. 마포에 찜해두었던 신축 아파트 매매가는 6억 정도 되었다. 6억 나누기 연봉 3천만 원을 하니 20년이 나왔다. 20년간 땡전 한 푼 안 쓰고 모으면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비싼 집을 살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2021년 신입사원 연봉은 5천만 원이었다. 2006년 대비 167% 올랐다. 마포에 찜했던 아파트 매매가는 얼마나 올랐나 확인해보았다. 2006년 대비 250%가 올라서 15억이 되어 있었다. 30년간 땡전 한 푼 안 쓰고 모으면 살 수 있었다. 언뜻 보면 연봉이 2천만 원 오른 것 같지만, 구매력으로 따지니 신입사원 월급은 감소하고 있었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와 기업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우리의 돈을 가져가고 있다. 


치킨 한 마리에 만원 하던 것이 2만 원으로 두배 오를 때, 우리 월급은 2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두배 상승하지 않는다. 치킨이 만원 하던 시절 200마리를 사 먹을 수 있는 월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150마리 사 먹을 수 있는 월급밖에 되지 않는다. 월급이 오르는 속도는 물가와 자산이 오르는 속도보다 느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우리들의 월급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정부와 기업은 우리의 돈을 계속해서 가져가고 있다.


러시아 회사에서 관리팀장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당시 러시아 대졸 직원들의 평균 월급이 3만 루블 정도 했다 (2014년 기준). 당시 아이폰 가격이 3만 루블 했으니 직원들 평균 한 달 월급으로 아이폰 한대를 살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3만 루블 하던 아이폰이 6만 루블로 가격이 급등했다.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 인상(인플레이션)이 이뤄졌다. 하지만, 직원들의 월급은 아이폰처럼 두배로 오르지 못했다. 연봉제 계약이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월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가가 오르자 아이폰을 사기 위해 한 달이 아닌 두 달의 월급을 모아야 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향후 물건 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건 값이 더 비싸지기 전에 구매하려 한다. 샤넬백 가격이 내년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사람들은 샤넬백 가격이 더 비싸지기 전에 몇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구매하려 한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향후 물건 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고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천만 원짜리 샤넬백이 내년에 5백만 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면 백을 사지 않고 기다린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지 않고 가격이 떨어지기를 계속해서 기다리면, 기업 운영이 어려워진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고용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기 때문에 노동자 또한 어려워진다. 노동자의 지갑이 얇아지면, 소비가 줄게 된다. 줄어든 소비로 인해 기업들의 매출이 줄면 기업 운영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디플레이션이 일단 발생하면 경제는 계속해서 침체하는 경향을 띄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은 디플레이션을 무서워한다.


인플레이션이 와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빚을 많이 진 사람에게 좋다. 오늘 빌린 2만 원으로 치킨 한 마리를 사 먹을 수 있지만, 10년 뒤에는 가격이 올라서 2만 원으로 치킨 한 마리를 사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빚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자는 다름 아닌 미국 정부다. 작년 기준 22조 달러 (2경 5 천조원)의 빚이 있다. 빚이 많은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오면 좋다. 2008년 리만 사태 이후 기축 통화국(미국, 유럽, 일본)들은 경제를 살릴 목적+인플레이션을 일으킬 목적으로 계속해서 돈을 찍어 시장에 공급해왔다. 인쇄비 200원 들여서 생산된 100달러 지폐를 가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했다.(캐리 트레이드)  


우리나라에도 기축 통화국에서 풀린 돈들이 밀려들어왔다. 외국인들은 가져온 돈으로 우리나라 부동산도 사고 주식도 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돈들은 원화로 환전되어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흘러들어 간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원화로 환전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면 원화의 가치가 상승한다. 샤넬백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샤넬백의 가격이 올라가듯이 원화를 찾는 사람이 많으면 원화 가치가 올라간다(원달러 환율이 내려간다).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같은 돈으로 받을 수 있는 달러가 많아지므로,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수입할 때는 좋다.


하지만, 수출해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게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원화를 계속해서 찍어 시장에 공급했다. 샤넬백 가격을 낮추려면 샤넬백을 백화점에 대량으로 공급하면 되듯이, 원화 가치를 낮추려면 원화를 시장에 대량 공급하면 된다. 이렇게 뿌려진 원화는 결국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갔고 실물 경제는 어려운데 자산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 사상 최대의 거품을 만들어내었다.


2006년부터 2021년 1월까지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살펴보면 1,077조에서 3,233조로 3배 가까이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M2 기준, M2=현금+보통예금+정기예적금) 필자가 신입 사원 시절에 찜했던 마포 신축 아파트 가격이 3배 오른 것도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3배 증가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우리의 돈을 야금야금 가져가는 것을 막으려면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다. 부동산이 되었든 주식이 되었든 본인의 투자 성향과 잘 맞는 자산에 투자해서 돈의 가치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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