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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May 19. 2021

쿠팡에 중독되는 이유

자물쇠 효과와 전환 비용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주부로 살게 되면서, 아내 대신 집안의 모든 지출을 관리하게 되었다. 마트에 가서 우리 삼식이(1호&2호)들 먹일 음식 재료 구매부터 해서, 아이들 옷과 학교 준비물도 직접 구매했다.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아껴보기 위해 옷은 자라 혹은 H&M에서 세일할 때 주로 구매했다. 겨울에 여름옷을 사고 여름에 겨울옷을 사면 싸게 옷을 살 수 있었다. 음식 재료는 마트에서 전단지 할인하는 제품들을 위주로 구매했다.


그렇게 아내 대신 지출 관리를 하다 보니 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한 달에 쓰이는 돈이 많았던 것이다. 회사 다닐 때는 월급 말고도 주재원 수당과 출장비가 쏠쏠하게 들어와서 지출관리 따위 생각지도 않고 살았는데, 지금은 아내가 혼자 벌고 있으니 지출 관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 돈을 많이 쓰는지 카드 내역서를 쭉 확인해 보니 쿠팡에 돈을 많이 쓰고 있었다.


쿠팡에서는 클릭 3번 만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충동 구매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꽃이 예뻐서 꽃을 사고, 꽃을 사니 예쁜 꽃병이 눈에 밟혀서 꽃병도 샀다. 이런 식의 충동 구매가 많이 이뤄졌다. 그리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얼마 전 로켓 와우 멤버십 (한 달에 2,900원 내고 무료 배송 가능)을 해지하고, 쿠팡 앱을 휴대폰에서 지워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날 생겨버렸다.

우리의 손실 회피 (Loss Aversion) 심리를 자극하는 문구 "이렇게 많은 혜택이 있는데, 그래도 해지하실 거예요?"


“아빠, 나 내일 가져갈 준비물이 있는데, 깜빡했어. 우리 집에 영어 노트 있어?”

“딸아! 지금 밤 9시가 넘었는데,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시계를 보니 동네 문방구는 10분 전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쿠팡 앱을 지운 그날 나는 다시 쿠팡을 휴대폰에 깔게 되었다. 하루도 못 지나서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로켓 멤버십을 결제한 후 쿠팡에서 영어 노트를 구매했다. 딸에게 한마디 퍼붓고 싶었지만, 내 유전자를 물려받아 노는 것이 준비물 챙기는 것보다 좋은 것을 어찌하랴.


시사 경제 용어 중에 자물쇠 효과라는 것이 있다. 영어로는 Lock-in effect라고 불린다.


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 ·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쿠팡의 로켓 배송에 익숙해진 손주부가 다른 업체로 쉽게 이전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켓 컬리로 가자니, 영어 노트는 팔지 않고, 동네 문방구에 가자니 일찍 문을 닫아서 늦은 밤에 갈 수가 없다. 쓱배송을 쓰자니 무료 배송하겠다고 4만 원어치 물건을 구매하기가 아깝다. 게다가 쿠팡은 최근에 쿠팡 플레이 서비스(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까지 시작하면서, 멤버들에게 무료로 영화, 드라마, 예능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매달 지불하는 2,900원이 전혀 아깝지 않도록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쿠팡은 회사가 설립된 이후로 물류센터 설립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고 현재 전국에는 170여 개의 물류센터가 있다. 쿠팡의 최종 목표는 전국 모든 지역을 쿠팡 물류센터 10Km 이내에 두고 당일 배송을 통한 소비자 Lock-in에 있다.


자물쇠 효과를 잘 활용하는 기업들의 고객 충성도는 상당히 높다. 나만 하더라도 작년 연말에 별 스탬프 잔뜩 모아서 스타벅스 다이어리 한번 받아보겠다고 애쓴 적이 있다. 다른 곳에서 커피를 먹어도 되지만, 지금까지 모은 스탬프가 아까워서 다른 카페를 잘 못 갔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도 자물쇠 효과를 잘 사용한다. 지금까지 아이튠즈에서 구입한 음악과 동영상들이 아까워서라도 삼성 갤럭시로 잘 넘어가질 못한다. 그리고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에 일단 발을 들여놓고 익숙해지면, 실시간으로 모든 데이터가 동기화되는 것에 익숙해져서 다른 기기로 잘 넘어가지 못한다.


회사 다니던 시절 해외출장을 자주 다닐 때도 대한항공의 자물쇠 전략에 발목을 붙잡힌 적이 있었다. 그놈의 모닝캄이 뭐라고 마일리지를 계속 모았다. 비행기 탈 때 조금 더 일찍 타고 라운지 이용권 4장 주는 게 다인데, 그냥 모닝캄을 달고 싶어서 다른 항공사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다른 항공사로 넘어가려면, 그동안 쌓아놓은 마일리지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제주도 여행 갈 때 마일리지로 가도 되긴 하지만, 일단 쌓기 시작한 마일리지는 모닝캄 달성 시점까지 계속 모으게 된다.


위의 예시들에서 본 것과 같이 다른 업체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일정 비용이 든다. 대한항공에서 아시아나로 갈아타면 그간 쌓은 마일리지를 다시 쌓아야 하고,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넘어가면 그간 아이튠즈에서 구매한 음악과 동영상을 갤럭시에서 사용할 수 없으며, 스타벅스에서 빽다방으로 넘어가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별(스탬프)들이 다이어리로 변신하는 순간을 포기해야 한다. 이처럼 다른 업체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전환 비용 (Switching Cost)라고 말한다. 경쟁사로부터 소비자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전환 비용을 올릴지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한다.


<오늘 배운 시사 경제 용어>


A. 자물쇠 효과 (Lock-In Effect)

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 ·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B. 전환 비용 (Switching Cost)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재화가 아닌 다른 재화를 사용하려고 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말한다. 전환 비용은 금전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개인의 희생이나 노력 등 무형의 비용도 포함한다.


<참고 문헌>


1. https://www.whataventure.com/business-model-inspiration/customer-loyalty-locked-in


2.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433858&cid=58393&categoryId=58393


3.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67061&cid=50305&categoryId=50305


<이미지 출처>

1. https://www.jobplanet.co.kr/contents/news-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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