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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May 27. 2021

HMM은 경기 민감주

경기민감주, 경기방어주, 오프쇼어링, 리쇼어링

주역에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란 말이 있다. 궁지에 몰리면 변하게 되고, 변화는 통하며, 이렇게 생긴 안정이 지속된다는 말이다.


결혼한 지 오래되면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의 과정을 한번 즘 겪는다. 궁의 단계에서는 큰 이유 없이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이 짜증이 난다. 이심전심이라고 아내 역시 내 얼굴만 보아도 짜증이 몰려오는 단계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일들이 궁 단계에서는 자꾸 눈에 들어온다. 바닥에 뒤집어 벗어놓은 양말을 보면 짜증이 나고, 열심히 저녁 식사 준비를 했는데, 야근해서 못 먹는다고 하면, 뚜껑이 열린다. 세차를 하면 다음 날 꼭 비가 오듯, 배달 음식 대신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 날이면, 아내는 항상 야근이다.


변의 단계에서 나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바꾸어주면, 마음이 통하여 아내와의 관계가 서서히 개선된다. 야근한다고 짜증을 내는 대신 저녁 식사 준비 전 야근 여부를 물어보면 허탕 칠 일이 없다. 뒤집어진 양말을 다시 뒤집어 세탁기에 넣는 대신 뒤집어진 채로 세탁하면 다음번 세탁 시에는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렇게 아내를 바꾸려 하지 않고 내가 바뀌고 나면 집안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온다.




요즘 잘 나가는 HMM(구 현대상선)도 같은 궁변통구(窮變通久)의 과정을 겪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경제가 꽁꽁 얼어붙어서 해운사들의 전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즉, 궁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안 좋은 업황은 주가로도 잘 드러났다. 2010년 26만 원에 거래되던 주식은 2016년에 1만 원 밑으로 떨어졌고, 2020년 하반기까지 5년 동안 만원 밑으로 거래되었다.


궁하면 변한다고 했다. 해운사 대부분이 신규 컨테이너선 투자를 꺼리던 그 시절, HMM은 변화하기 위해 친환경 대형 컨테이너선 20대를 과감하게 발주했다. 기존 컨테이너선들은 유해가스를 많이 내뿜었기 때문에 HMM은 친환경 흐름에 맞추어 변화하고자 했다.


변하면 통한다고 했다. 2018년에 HMM이 주문했던 컨테이너선은 최근에 인도되기 시작했고, 코로나 이후 폭증한 물동량을 함박웃음 지으며 소화하고 있다. 해상운송 운임은 전년도 대비 5배 이상 올랐고, 물동량도 늘었지만 경쟁사 신규 컨테이너선 발주 수량이 적었기에 당분간 HMM의 실적은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HMM은 경기가 좋을 때 실적이 개선되는 대표적 경기 민감주다. 경기에 따라서 수익성 변동 폭이 굉장히 크다. 지금처럼 경기가 좋아져서 물동량과 해상운임이 인상되면, HMM 은 정말 행복하게 사업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져서 물동량과 해상운임이 줄면,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현재 보유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이 경기가 좋을 때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어 저비용, 고수익의 일등 공신이 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고정비가 커서 고비용, 저수익의 주범이 된다. 예컨대, 300명 탑승 가능한 비행기에 경기가 좋지 않아서 30명만 태워서 운항을 하면, 수익이 어떻게 나올지 상상해 보면 된다. 항공사는 대형 비행기의 높은 고정비 때문에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향후 HMM의 주가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지금 필자가 보유 중이라면 1~2년 정도 보유하다가 팔고 나올 것 같다. 작년 말부터 물동량이 늘자 해운사들은 신규 컨테이너선을 대량 발주했는데, 건조기간 1.5~2년을 감안할 시 202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때문이다.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이 증가하면, 현재의 높은 운임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 같다.


HMM 호실적의 원인은 현재 높은 해상운임과 관련이 있다. 현 운임은 그간 코로나로 정체되었던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쏟아져 나온 이유가 크다. 영화관에서 영화가 끝나고 동시에 관객들이 한 곳의 출구로 몰려나와서 지체되는 것처럼 말이다. 잠시 뒤 출구가 몇 군데 더 열리면, 오래지 않아서 지체는 사라지게 된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경기 관련주

경기민감주·경기수혜주·경기주도주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사업 구조상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경기가 변동할 때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기업의 주식을 통틀어 일컫는다. 자동차·철강·항공·운수·석유화학·건설·정보기술(IT)·제지·반도체 등과 같이 처음에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종목이 이에 해당한다.


ㄴ. 경기 방어주

경기의 호전·위축과는 상관이 없거나,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에 속하는 기업의 주식을 통틀어 일컫는다. 경기에 둔감하기 때문에 경기 둔감주라고도한다. 전력·가스·철도 등 공공재와 의약품·식료품·주류 등 생활필수품 등의 종목이 이에 해당한다.


<참고 문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25189&cid=40942&categoryId=31830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25190&cid=40942&categoryId=3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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