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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un 02. 2021

주식 매입 시 고려사항

진입장벽 (Entry Barriers)

얼마 전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울상을 지었다. 비상금으로 있는 3천만 원으로 손연재 씨가 광고하는 자세교정 의자(커블 체어) 회사에 투자했는데 반토막 났다는 것이었다. 한주에 8천 원에 매입했는데 현재는 4천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친구야, 주식 반토막 나서 죽을 맛이다. 경제 신문에서 분명히 회사 매출이 1년 만에 70억에서 1,100억으로 올랐다고 했는데 왜 주식은 계속 떨어지는 거지?”

“회사 이름이 뭔데?”

“듀오백”


친구의 말을 듣고 듀오백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홈페이지에 손연재 사진을 크게 띄워 놓고 자세 교정 의자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필자도 글을 쓸 때 허리 통증 완화를 위해 얼마 전 해당 의자를 구매했었다. 의자를 들어 상표를 유심히 쳐다보니 손연재 의자를 만든 회사는 듀오백이 아닌 “에이블루”라는 회사였다. 친구는 듀오백 홈페이지에서 손연재 광고를 크게 띄우고 의자를 팔고 있으니 당연히 듀오백 제품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친구는 3천만 원짜리 승용차를 살 때는 몇 달간 차량별 세부사항과 가격을 조사했다. 그런데, 정작 주식을 살 때는 커블 체어가 듀오백 회사 제품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 못 하고 덥석 주식 3천만 원어치를 매입했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뚜렷한 주관 없이 남의 말만 듣고 주식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보았던 경험이 있었다.


초콜릿 묻은 파이 회사에 다니는 형님이 올해 실적이 너무 좋다고 무조건 자기 회사 주식 사라고 해서 샀던 주식은 3개월 뒤에 반토막났다. 투자 금액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컸더라면 아내와 이혼 절차를 밟을 뻔했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뉴스는 이미 주식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석사 과정 때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범했다. 아무튼, 이런저런 실패를 겪고 난 이후 투자 철학이란 것이 생겼다.


그 사건 이후로 회사 주식을 매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진입장벽이 얼마나 잘 구축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진입장벽이 높으면, 경쟁사들이 쉽사리 침공하지 못한다. 예컨대, 위에서 언급된 의자 회사의 경우, 진입장벽이 굉장히 낮다. 진입장벽이 낮은 제품은 경쟁사가 따라 하기 쉽기 때문에 매출을 유지하기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쿠팡에서 자세 교정 의자를 검색해보니 2만 원대 중국산 유사 제품이 벌써부터 넘쳐난다. 지금 당장은 회사 매출이 1,100억 원이나 될지 몰라도 10년 뒤에도 매출을 유지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1. 높은 수준의 요구자본 (Capital-intensive Industry)


우리나라처럼 좁디좁은 땅덩어리에 치킨집 개수는 87,000여 개나 된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수가 23,000개 정도 되니, 우리나라 치킨집 개수가 얼마나 많은 지 실감 간다. 치킨집이 많은 이유는 초기 투자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자영업 대부분(카페, 식당 등)이 초기 투자 비용으로 1억 이상을 요하지만, 치킨집의 경우 평균 6,000만 원 정도면 가능하다.


치킨집과는 반대로 높은 수준의 자본을 요구하는 사업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이다. 7nm 반도체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 금액은 평균 120억 달러(13조 원)에 달하고 5nm 반도체 생산 시에는 150억 달러(17조 원)가 필요하다.


일부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사업구조가 지속적 생산 설비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하는데, 생산 설비투자 금액이 크기 때문에 다른 어떤 기업도 쉽사리 진입할 수 없다.


최근 테슬라가 직접 반도체 생산을 해보려 시도했다가 천문학적 금액이 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포기했다. 테슬라는 직접 생산하는 대신 삼성전자에게, 반도체 대금을 선금으로 줄 테니 먼저 납품해달라고 요청했다.


2. 브랜드 자산 강화 (Build Brand Equity)


높은 브랜드 자산 또한 경쟁사 침략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자산 강화를 위해 매년 천문학적 돈을 쓴다. 샤넬이 만든 백은 천만 원에도 팔 수 있지만, 중국산 핸드백은 십만원 받기도 힘들다. 높은 브랜드 자산은 적의 침입을 막아주는 좋은 진입장벽이 된다.   


브랜드 자산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하는 방법은 인터브랜드에서 발표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 지표를 활용하면 된다. 인터브랜드에서는 매년 전 세계 브랜드들의 자산 가치를 계량해서 순위를 발표한다.

https://interbrand.com/best-global-brands/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세계 100대 브랜드에 처음 진입했을 때부터 투자를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모두 부장님 얼굴에 사표를 던지고 조기 은퇴했을 것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1위 브랜드는 애플이다. 애플은 브랜드 가치만 3,200억 달러(350조 원)에 달한다. 애플 시가총액이 2.3조 달러 정도 되니, 브랜드 가치가 기업가치의 14% (3,200억 달러/2.3조 달러) 정도 된다. 우리의 국민 기업인 삼성전자는 620억 달러로 5위를 차지했다.


3.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Achieve economies of scale)


하루에 치킨 1,000 마리를 파는 집은 10마리 파는 집보다 싸게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규모의 경제로 인해 재료가 싸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싸게 팔 수 있다. 경쟁사들은 수지가 맞지 않아서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없다. 즉, 진입장벽이 높다.


반도체 시장도 똑같다. 제 아무리 중국이 7nm 반도체 설비를 갖춘다 해도 판매 수량이 적으면 많이 파는 회사를 이길 수 없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진입장벽은 얼마나 높은가?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진입장벽

어떤 기업이 특정 산업에 진출할 때 부딪히게 될 유무형의 장애물을 말한다.


ㄴ.    규모의 경제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비가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참고 문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89970&cid=40942&categoryId=31915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68554&cid=40942&categoryId=3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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