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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ul 01. 2021

미국 주택 시장이 과열된 이유

MBS (Mortgage Backed Securites)

얼마 전 경제 신문을 읽다 보니 미국 주택 시장이 3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년 동기 대비 23.6%나 올랐고, 미국 주택 가격 중윗값은 35만 달러 (약 3억 9천만 원)를 기록했다고 한다. 주택 가격 상승의 주된 이유는 연준의 MBS 매입 때문이라고 하는데, MBS가 도대체 뭘까?


MBS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에르메스 가방을 직접 만들어 보려 했던 이야기를 잠깐 꺼내 보겠다.   

2017년 육아휴직 중에 가죽 공예를 배웠다.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오후 3시까지 나만의 시간이 생기는데,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집안일에만 쓰기가 솔직히 조금 아까웠다. (역시 난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주부였다.) 그래서 가죽 공방을 다니기 시작했다. 선릉에 위치한 공방에서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50대로 추정되는 가죽 가방 장인에게 배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랑 동갑이었다. 아무튼 좋은 선생님 덕분에 한 달 간의 수업만으로 간단한 파우치, 휴대폰 케이스, 벨트 등을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만드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신감이 어느 정도 생기자 에르메스 버킨백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실천해 보기 위해 원부자재 시장을 나섰다.

핫핑크 색상의 버킨백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최고급 가죽과 금속 버클 등을 구하는데 총 30만 원 정도 들었다. 이 재료들을 활용해서 에르메스 장인이 만들면 천만 원이 넘고, 내가 만들면 재료비 30만 원도 못 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아내는 버킨백 보다 내가 만든 손 주부 백의 진가를 알아봐 줄(?) 거란 희망을 가지고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에르메스가 가방을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가죽 회사는 에르메스에게 가죽을 납품하고 돈을 받는다.     

에르메스는 납품받은 가죽으로 버킨백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돈을 받는다.      


위와 똑같은 구조로 MBS를 설명할 수 있다.  


은행은 투자은행에게 돈 받을 권리 (채권)를 건네주고 돈을 받는다.      

투자은행은 건네 받은 채권으로 MBS(수익증권)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돈을 받는다.      


은행 입장에서는 주택 구매자에게 몇 억씩 대출해주면 10년 넘게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지만, 투자은행에게 채권을 건네면 자금 회수를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회수된 돈으로 또 다른 주택 구매 희망자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눈치 빠른 분들은 아셨겠지만,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왔을 때 파산한 리만 브라더스는 MBS를 팔던 투자은행이다. 에르메스가 질 좋은 가죽을 받아야 좋은 핸드백을 만들 수 있듯, 리만 브라더스도 은행으로부터 질 좋은 채권을 받아야 좋은 MBS(수익증권)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은행으로부터 받은 채권은 질이 아주 나쁜 채권이 대량 섞여 있었다. 신용 불량자들(서브 프라임이라 함)에게 돈을 빌려주고받은 채권이었기에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질 나쁜 채권이 많이 섞여 있었다. 아무리 에르메스라고 할지라도 질이 나쁜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면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패가망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리만 브라더스는 질 나쁜 채권인 줄 알면서도 계속 해당 채권으로 MBS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 세계 금융기관들에게 팔았다.   


문제는 요즘 MBS를 미국 연준이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연준 덕분에 투자은행은 MBS 팔아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고 있고, 은행 역시 들고 있는 채권을 투자은행에 가서 현금화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돈을 빌리기 쉬워지니 주택 건설경기가 살아났고, 미국 전역에 새로운 주택건설을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연준 덕분에 미국의 현재 집값은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https://m.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106301507001#c2b

이와 동시에, 2008년의 사태가 재현될까 두려워하는 경제학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2008년과의 차이라면, 당시 투자은행은 MBS를 전 세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팔았지만, 요즘은 미국 연준을 대상으로 MBS를 주로 팔고 있다. 그럼 미국 연준의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정답은 바로 윤전기!”


<오늘 배운 시사 경제 용어>

MBS


<참고 문헌>

https://www.ajunews.com/view/20210629100803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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