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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ul 07. 2021

20대 남자가 여친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테이퍼링

얼마 전에 한 미디어를 통해서 20대 남자가 여자 친구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을 조사했는데, 1위는 "이제 집에 간다"였다. 2위는 "네가 제일 예뻐", 3위는 "전화 온 줄 몰랐어"다.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하는 거짓말은 "화 안 났어", "선물 안 사줘도 돼", "재밌게 놀아"로 나왔다. 40대를 대상으로 조사해도 아마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내가 생일 때 선물 사지 말라고 해서 순진하게 정말 선물 안 사줬다가 일주일 동안 정말 고생했다.


요즘 연준이나 한국은행도 투자자들을 향해 올해 금리 인상할 거니깐(?) 빚내서 투자 좀 그만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산의 거품이 끼면 터졌을 때 후유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1/07/05/KQNEYLCILJDM5MVYLD3MWMMGDU/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하기 위해 선제되어야 할 것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원화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된다. 그래서 금리 인상과 인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미국의 금리보다 상당 수준 높아지면, 우리나라에서 이자 놀이하려는 해외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해외자금은 우리나라에 달러로 먼저 들어온 다음 원화로 환전해서 우리나라 자산(주식, 부동산 등등)에 투자된다. 원화 환전 수요가 높아지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원화가 비싸진다. 원화가 비싸지면(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제품 가격(달러 표시 가격)이 증가하기 때문에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한다. 1달러 천원이 1달러 오백 원으로 바뀌면, 갤럭시 핸드폰을 1,000불에서 2,000 불에 팔아야 한다. 반면 수입제품인 아이폰은 14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그러면 미국이 금리 인상을 조만간 할 것이니, 한국도 금리인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고 질문할 수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과거 연준은 섣부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신흥국 경제가 붕괴되고 전 세계 경제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따라서 금리 인상 전에 우선적으로 시행할 정책은 양적완화를 서서히 줄이는 것이다(테이퍼링).


미국 연준은 현재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3월 이후 매달 1200억 달러(135조 원)를 찍어서 시장에 풀고 있다. 금리 인상을 하기 전에 이렇게 공급되고 있는 돈을 조금씩 줄여나갈 것이다. 이를 테이퍼링이라고 하는데 수도꼭지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을 천천히 조금씩 잠가서 물줄기를 약하게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1차 양적완화 시절에도 테이퍼링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테이퍼링이란 것을 처음 해봐서 물줄기를 서서히 잠그지 않고 바로 꽉 잠가버렸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생겼을까? 1차 양적완화는 리만 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 3월에서 2010년 4월까지 이뤄졌다. 2010년 4월에 물을 꽉 잠그자마자 다음 달 5월에 유럽의 그리스가 사망했다. 1차 양적완화 당시 매달 850억 달러를 풀었는데 갑자기 물을 잠가버리자 호흡기 달고 생명 유지하던 그리스의 심장이 멈춰버렸다. 그리스의 사망이 우리나라랑 미국의 경제랑 뭔 상관이 있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는데 2000년대 WTO 체제 출범 이후 전 세계는 공동체 운명을 띄게 되었다. 그리스 국채가 부실 채권으로 전락하면, 유사 국가들도 줄줄이 도산하게 된다. 공포를 느낀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서 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쓰러지면, 이어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이 쓰러지고 해당 국가 국채를 들고 있는 전 세계 금융 기관들도 줄줄이 비엔나처럼 사망하게 된다.


줄줄이 비엔나 사태를 막기 위해 2차 양적완화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2010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2차 양적완화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양적완화를 멈추자마자 거짓말처럼 두 달 뒤인 2011년 8월에 미국 신용 등급 강등 및 유럽 재정위기가 왔다.


두 번의 양적완화와 양적완화 중단 직후 경제 위기를 겪으며 연준은 학습한 것 같다.


'수도꼭지를 갑자기 꽉 잠그면 세계 경제가 깜짝 놀라서 쓰러지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세 번째 양적완화를 시작하고 테이퍼링을 할 때는 전과는 달랐다. 2012년 9월부터 3차 양적완화가 시작되었는데 이때부터는 테이퍼링을 사전에 충분히 예고하고 천천히 진행했다. 2013년 5월에 테이퍼링을 예고했고 7개월이 지난 2014년 1월부터 테이퍼링이 시작되었다. 양적완화도 갑자기 끊는 것이 아니라 2014년 11월까지 거의 1년 동안 천천히 물을 잠갔다. 그리고 경제 상황을 충분히 본 다음 2015년 12월에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테이퍼링 예고부터 실제 금리 인상 시점까지 거의 2년 반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연준과 한국은행의 딜레마는 이렇다. 금리를 올리자니 경제위기가 오고 저금리 체제를 유지하자니 자산에 거품이 껴서 빈부 격차가 심해진다. 그래서 연준과 한국은행 총재는 저금리 체제를 유지하되 실물경제가 튼튼해질 때 까지 아주 천천히 테이퍼링을 할 예정이다. 테이퍼링이 끝나고 나면 전 세계 경제 상황을 보고 천천히 금리를 올릴 것 같다.


연준 의장과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정말 클 것 같다. 금리를 올리자니 금융위기가 오고, 안올리자니 자꾸 자산에 거품이낀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꺼낸 생각이 투자자들에게 계속해서 구두로 협박하는 것이다. "곧 금리 올릴 거니 자산에 투자하지 말라고!" 마치 아내가 "나 화 안 났어,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다 와"하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담>


다른 매체에서 조사한 20대 남성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1위가 "사랑해!" 라고 하는데, 너무 슬픈 조사 결과 인 것 같다. 나는 20대 때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잠시 뒤돌아 본다.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테이퍼링 :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뜻의 테이퍼(Taper)에서 나온 말(청바지 중에 테이퍼드 핏은 발목으로 갈수록 폭이 점점 좁아진다). 중앙은행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풀고 있는 돈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을 말한다.


<참고 문헌>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15082593976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1/06/612807/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LJH/340123/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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