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부 Jul 09. 2021

마통 한도 좀 늘려주세요

회사 다니다 프리랜서가 된 후 은행은 나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은행은 내가 아닌 회사를 보고 돈을 빌려줬던 것인데 착각하고 살았다. 회사 다니던 시절 은행은 마통(신용대출)을 연봉만큼 쓸 수 있게 해 줬다. 매년 은행을 가지 않아도 자동으로 연장해 주었다. 퇴사 후 몇 달 뒤 은행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혹시 아직 **기업 다니세요? '예'라고 대답하시면, 마통 자동 연장됩니다."

마통 때문에 내 양심을 팔 순 없었다.

"아니오,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10초 정도의 정막이 흘렀다. 만화처럼 까마귀 다섯 마리가 지나가고 직원이 말을 이었다.

"직업이 바뀌셨으면, 소득 증빙 서류를 다시 제출하셔야 해요. 연간 소득이 얼마나 되세요?"

얼굴이 화끈거렸고 잠시 뒤 말을 이었다.

"아직 돈은 변변찮게 벌지만, 2022년에 책이 나오면 형편이 좀 나아질 것 같습니다."

역시나 로봇처럼 매정한 직원은 내부 규정상 마통 연장이 어려울 것 같다며, 만기 내로 마이너스를 메꾸라고 말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신용 등급에 악영향이 있을 거란 협박 아닌 협박과 함께 통화는 끝났다.


직장인이 마통을 쓰는 것처럼 미국 정부도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 미국 정부는 국채를 만들어서 투자자들에게 팔아 돈을 마련한다. 직장인의 마통 한도가 연봉과 거의 유사하듯 미국 정부의 마통 한도도 연간 GDP와 비슷하다.


미국은 1년에 22조 달러를 번다. (GDP) 미국 의회가 승인해준 마통 한도는 22조 달러다. 미국 의회는 코로나 등으로 경제가 좋지 않으니 마통 한도를 잠깐 넘겨 써도 좋다고 허락해 주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마통 잔액은 마이너스 28조 달러다. 한도보다 6조 달러를 더 쓰고 있는 상태다. 마통 한도를 넘겨 써도 되는 기간은 2021년 7월 31일 까지다.


미국 재무부 장관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마통 한도를 의회에서 빨리 올려달라고 난리 치고 있다. 마통 한도를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7월 31일이 지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기 지식을 보유한 상태로 다음 기사를 읽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1/06/612807/

<오늘 배운 경제 용어>


ㄱ. 디폴트 :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작가의 이전글 20대 남자가 여친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