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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Aug 05. 2021

우리 집은 전세야, 월세야, 자가(自家)야?

“아빠, 어떤 친구가 우리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매매인지 물어보던데 그게 뭐야?”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누구 집 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거 형태에 따라 친구들을 차별하려는 아이인 것 같은데 우리 딸아이랑은 같이 안 어울렸으면 좋겠다.’

“예지야, 우리 집은 전세란다. 집주인이 따로 있고, 돈을 주고 빌린 거지.”

“얼마나 주고 빌린 건데?”

“X억 원을 주고 빌렸지.”

“억 원이 뭐야?”

“예지가 아는 가장 큰돈이 얼마지?”

“백만 원!”

“일억 원은 백만 원이 백 개 있는 거란다.”

“우와 진짜? 그럼 우리 집 완전 부자네?”

“전세는 집주인에게 돈을 맡기고 집을 빌리는 거야. 집을 다시 집주인에게 돌려줄 때 맡겼던 돈을 다시 받는 거지.”

“우와 정말 좋다! 돈을 주었다가 다시 돌려받는다는 거지? 우리한테 정말 유리한데? 집주인은 왜 바보같이 전세로 집을 빌려주는 거야?”

“예지가 지금 제일 같고 싶은 물건이 뭐야?”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데뷔 7주년 기념 목걸이가 너무 갖고 싶어! 그런데 용돈이 부족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야. 기념 목걸이가 인기가 많아서 금방 품절이 되거든. 게다가, 나중에 목걸이 가격이 지금 보다 더 올라서 용돈을 더 오랫동안 모아야 할지도 몰라!”

“부족한 금액이 얼마인데?”

“2만 원이 모자라. 한 달은 있어야 2만 원을 모을 수 있는데 그때가 되면 이미 품절되고 가격도 더 올라있을 거야.”

“예지야, 그럼 아빠가 2만 원을 빌려줄게. 그 대신 예지가 2만 원을 아빠에게 줄 때까지 목걸이는 아빠가 갖고 있을게!”

“진짜? 그렇게 해줄래? 그럼 정말 고맙지! 품절되는 것보다 아빠가 보관하고 있는 것이 훨씬 낫지”

“예지야, 방금 너는 전세라는 개념을 배웠어. 어른 들 중에 집이 정말 갖고 싶은데 돈이 모자란 사람들이 자기 돈과 전세금을 합쳐서 집을 살 수 있어. 이렇게 집을 사는 이유는 예지가 좋아하는 목걸이처럼 나중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야.”

“응, 그렇구나! 이제 전세가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았어. 그런데, 생각해보니깐 집을 살 돈이 모잘랐던 사람도 전세로 집을 살 수 있게 되니 경쟁이 치열해지겠다.”

“응, 맞아! 정확히 보았어!”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도 오르지 않아?”

“예지의 말이 맞아! 전세금을 이용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가격이 빨리 오르지.”

“그럼 가격이 오르기 전에 빨리 집을 사는 것이 낫겠다.”

“꼭 그렇다고 만은 볼 수 없어. 집의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깐”

“생각해 보니 아빠 말이 맞네. 왜냐하면, 한정 판매하는 아이돌 굿즈도 인기 없어서 안 팔리면 나중에 엄청 많이 할인해 주거든. 출시되었을 때 정가 주고 굿즈를 샀는데 나중에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으면 속이 쓰리더라고. 반면, 내가 산 굿즈가 품절 되고 가격이 더 올라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

“예지 말이 맞아! 어른들도 전세 끼고 집을 샀는데 처음 가격 보다 떨어지면 속이 많이 쓰리지. 반대로 내가 산 집의 가격이 오르면 기분이 좋지.”

“아빠 말을 듣고 보니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집을 살 때 오를지 안 오를지 잘 생각해 보고 구매해야겠다.”


<심화 학습>


정부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투기 방지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양도소득세 중과 카드를 꺼냈습니다. 다만,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시가 1억 원 미만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해당 중과세 적용이 제외되었습니다. 투기 자본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1억 원 미만의 아파트를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경기 시흥시, 평택시, 인천 계양구 등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정부는 늘어가는 가계 부채를 막기위해 올 7월부터 소득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정하는 DSR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 없듯이, 여기에도 작은 틈이 있었습니다. 전세 대출의 경우 금액이 아무리 많더라도 대출 원금은 DSR 계산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원금을 뺀 일 년 치 이자만 포함된 것이지요. 이 작은 틈을 이용한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세 대출을 이용하기 위해 집을 팔 고자 하는 사람이 전세입자가 되는 거래가 탄생했습니다. 집을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에게 전세금을 제한 금액만 먼저 지급하는 것이지요. 즉,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집을 산 사람이 전세금을 돌려주면서 해당 계약은 마무리 됩니다. 이러한 방식의 거래를 주인이 전세입자가 된다고 해서 '주전세 거래'라고 부릅니다. 규제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운 고가의 아파트에서 이런 식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 문헌>


https://www.ajunews.com/view/20210712142531262




안녕하세요. 손주부입니다. 그간 에세이 원고를 마무리 짓느라 브런치를 잠시 쉬었습니다.  쉬는 동안 방학에 들어간 딸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경제글을 썼던 것은 아닙니다. 작년 6월에 퇴사를 하고 집에서 살림 살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브런치에 적어나갔습니다. 그 글들이 제법 쌓여 어느 덧 A4용지 100장에 가까운 글이 모였습니다. 책 한권 분량의 글이 모였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아울러 구독자분들도 많이 늘어서 늘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독자 분들이 구독 버튼을 누르면 브런치로 알람이 옵니다. 그러면 저는 구독자 분의 프로필 사진을 화면 가득 키워 놓고 잠시 기도합니다. 기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 인생에 행복한 일들이 많이 많이 생기시길."

제 브런치를 구독하신 날 혹시 좋은 일이 생기셨다면, 제 기도가 조금이나마 일조했을 거라 믿습니다.


오늘 부터 새로운 경제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어린 자녀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알았으면 하는 경제 지식을 딸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경제 용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글을 써내려갈 생각입니다. 너무 쉽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초반 대화 부분은 그냥 넘기시고 글의 마지막 부분에있는  <심화 학습> 파트만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심화 학습>에서는 설명한 용어와 연관된 최근 경제 뉴스를 첨부하여 경제관련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꾸밀 예정입니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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