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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Aug 25. 2021

용돈이 한 달에 백만 원이면 좋겠네


“딸?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시무룩하게 있어?”

“아, 지금 고민이 많아서 그래.”

“무슨 일인데?”

“이번에 가수 레드벨벳이 컴백하면서 굿즈가 엄청 많이 출시되었거든. 사고 싶은 것들을 모두 적어 보았더니 50만 원 정도 드는데 지금 내가 가진 돈은 2만 원 밖에 없어. 아빠는 나 같은 고민 안 하지? 신용 카드로 사고 싶은 것 다 살 수 있잖아.”

“하하하, 신용카드가 무엇이든 살 수 있는 마법카드로 보였구나. 신용카드를 쓰더라도 나중에 카드 사에 돈을 갚아야 해. 게다가 엄마 눈치 보여서 마음대로 살 수 없어. 아빠가 요즘 갖고 싶은 것들이 워낙 비싸서 샀다가는 등짝 한 대 맞을 것 같거든.”

“헉, 뭘 갖고 싶길래 그래?”

“요즘 음악에 관심이 생겨서 좋은 스피커를 알아보고 있는 데, 무슨 스피커가 명품 가방만큼이나 비싸구나. 그래서, 스피커를 사는 대신 직접 만들어 보려고 유튜브 보면서 공부하는 중이야.”

“아빠 대박이다. 나도 굿즈를 만들어 볼까?”

“굿즈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정말 갖고 싶으면 할아버지께 사달라고 졸라봐. 기쁜 마음으로 사주실 걸?”

“아빠 생각도 좋은데, 일단은 내가 돈 모아서 사고 싶어. 그래야 더 소중하게 물건을 쓸 것 같거든.”    

“예지가 지금 2만 원 밖에 없으니깐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되겠구나. 이걸 경제학에서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해! 수많은 굿즈 중에서 어떠한 것을 사야 할지 고민이 되겠군.”

“응, 고민된다니까. 포토카드를 사야 할지 아니면 돈 더 모아서 응원 봉을 사야 할지 고민된다고.”

“예지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어. 그리고 하나를 선택하면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있지. 그러니, 기회비용을 잘 살펴보고 선택하면 될 것 같아.”

“아빠, 그런데 기회비용이 뭐야?”

“어렸을 때 시골쥐 도시 쥐 이야기 기억나?”

“응 기억나! 시골 쥐는 풍요롭고 호화로운 삶이 부러워서 도시에 살기를 원했어. 그런데, 막상 도시에 가보니 먹을 것은 많은데 고양이 때문에 맘 편히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 그래서, 먹을 것은 적어도 맘 편히 살고 싶어서 시골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였어.”

“응 맞아! 도시에 살면 먹을 것은 많지만 맘 편히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하고, 시골에 살면 맘 편히 살 수 있지만, 풍요롭고 호화로운 포기해야 해. 이처럼 내가 포기하는 무언가를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돼. 예지도 느꼈겠지만, 장점만 있는 선택은 없어. 어떤 선택을 하던 기회비용이 있기 때문에 잘 따져보고 선택하면 될 것 같아. 그리고 일단 선택을 했으면, 내가 한 선택의 장점만 보고 살아야지 하지 못한 선택의 장점을 부러워하면서 사는 삶처럼 바보 같은 일은 없어”

<심화 학습>

사람의 욕심은 무한하지만 돈, 시간, 자원 등은 유한하기 때문에 자원의 희소성이 발생합니다. 희소성은 절대적인 수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기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수량보다 적은 상태를 말합니다. 아무리 수량이 많더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양보다 적으면 희소성을 띄게 됩니다.

자원은 희소성을 띄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원을 어떻게 써야 할 지에 관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합니다. 사람들은 내게 가장 많은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방향으로 자원을 사용합니다. 천만 원이 내게 주어졌을 때 명품 백 사는 것이 좋으면 명품 백을 사는 것이고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이 더 많은 효용을 가져다주면 유럽 여행을 갑니다.


무엇을 선택 했을 때 포기한 욕구 가운데 가장 가치가 큰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결혼을 하면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외롭지 않아서 좋지만, 월급의 대부분을 아내에게 바쳐야 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싱글로 살면 밤에 조금 외롭지만, 플레이스테이션 5를 살 때 아내의 승낙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현재 쥐고 있는 것이 좋을수록 다른 일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일을 시작하는 순간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하고 이것이 바로 기회비용이 되기 때문이지요. 편의점에서 알바로 일하고 있다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질 수 있지만, 삼성전자 연봉 1억 원짜리 정규직을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쥐고 있는 것이 좋을수록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도 1등의 지위에 있으면 기회비용 때문에 변화를 싫어하고 현상 유지를 추구합니다. 지금 하던 대로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돈을 잘 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습니다.

90년대만 해도 TV의 대명사는 SONY사의 trinitron이었습니다. SONY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 취해 변화를 지양하고 브라운관 TV를 오랫동안 고수했습니다. 세상은 디지털화되어가고 있는데 변화의 속도가 경쟁사에 비해 많이 느렸습니다. 결국 SONY는 2000년대 중반 삼성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고 현재까지 3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SONY사의 Trinitron

얼마 전에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엘지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엘지는 2000년대 중반 피처폰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특히, 김태희 씨가 광고하던 초콜릿 폰은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대 이상 판매된 인기폰이었죠.

LG의 초콜릿 폰


스마트폰 시장이 꿈틀대고 있을 때 엘지는 맥킨지로부터 컨설팅을 받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지 아니면 피쳐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할 지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컨설팅 결과는 피쳐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라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맥킨지가 잘못한 것 같아 보이지만, 대형 컨설팅 회사는 경영진이 주요 의사 결정을 할 때 책임 회피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일이 잘 못 되었을 때 컨설팅 회사에게 떠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들리는 후문에 따르면 컨설팅을 받기 전에 경영진은 이미 답을 정한 상태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2008년, 2009년에 피처폰으로 흑자가 1조 원이 넘었으니, 굳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겠지요.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엘지는 최근 MC사업부를 접었습니다.

우리 개인들도 지금 잘 나가고 있을 때 안주하지 말고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항상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현재에도 적용될지는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It is not the strongest of the species that survives, nor the most intelligent; it is the one most adaptable to change.”

살아남는 종은 가장 똑똑하거나 힘이 센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찰스 다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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