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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Oct 13. 2021

오징어 게임을 통해 배우는 시사 경제 용어

1. 우리 사회에도 깍두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 능력위주 사회)를 추구해 왔다. 능력만 있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집안이 가난해도 사법고시만 패스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메리토크라시의 반대 지점에는 네포티즘(Nepotism, 족벌주의)이 있다. 네포티즘 사회에서는 나의 능력보다 부모님의 능력과 "빽"이 더 중요하다. 한 때 메리토크라시를 추구하던 한국 사회는 최순실 사건을 기점으로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어려운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당시 유명했던 정유라 씨의 명언(망언)은 다음과 같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 원망해!"

  

정유라 씨 개명 전 이름은 유연이다.

서울대 입학자(일반고 기준)의 40%가 강남 3구 출신이고 해당 비중이 매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부모의 능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진 것처럼 보인다.   


메리토크라시(능력위주 사회)를 철저하게 지키는 나라 중 하나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자신만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이 때문에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용인하는 분위기다. 능력 위주 사회에서는 지금 내가 허름한 원룸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것도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오징어 게임 중에 구슬치기 게임에서 깍두기라는 제도가 나온다. 어느 누구와도 짝을 이루지 못한 사람은 낙오되는 것이 아니라 깍두기 제도를 통해 다음 단계로 자동 진출하게 된다. 원래 게임 설계자인 오일남 할아버지가 선택받지 못했을 때 살아남기 위해 만든 장치인 것 같은데, 한미녀가 어부지리로 깍두기가 되었다.

   

같은 팀 하자고 애원하는 한미녀




자본주의 사회에도 낙오자들을 위한 깍두기 제도가 필요하다. 비록 능력위주 사회가 족벌주의 사회보다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능력위주 사회 또한 공정하지 못하다. 필자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이정재나 장동건처럼 잘 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이정재 씨가 지금처럼 절정의 배우가 된 것은 열심히 노력한 탓도 있지만,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배우로서 유리한 유전자" 탓도 크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낙오된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로 치부하는 일은 너무 나도 가혹한 일이다.   

 

2. 침몰하는 대한민국 호를 구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


주인공 성기훈은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위기를 맞는다. 결승선을 향해 뛰어가다 쓰러진 사람의 팔을 밟고 중심을 잃는다. 넘어지려는 그 순간 "영희 로봇"이 뒤를 돌아본다. 이 대로 넘어지면 기훈은 총을 맞을 상황인데, 파키스탄 노동자 "알리"가 기훈을 구한다.


알리(외국인 노동자)가 성기훈을 구하고 있는 장면. Everyone은 대한민국이다.

2020년 UN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1.1명을 기록하며 조사국 198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2년 연속 198등을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출산율이 줄고 인구가 줄면 골치 아파진다. 현 연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노동시장에 유입되어야 하는데, 젊은 사람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2006년부터 15년간 225조 원을 예산에 투입했지만, 결과는 세계 꼴찌 출산율을 달성했다. 2020년 관련 예산만 40조 원에 달하는데, 태어난 아이수는 27만 명에 불과하다. 40조 원은 작년에 태어난 아이들 27만 명에게 1억 5천만 원씩 돌아가는 크기의 금액이다. 30년 전 허경영 씨가 결혼하면 1억 원을 주고 아이를 낳으면 5천만 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허경영 씨의 공약대로 되어가고 있는 요즘 세상이 정말 웃프다.   


출산율이 증가하지 않으면, 이민자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현재 84만 명(2020년 5월)이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른 OECD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노동시장을 개방하여 이민을 장려해왔다. 예컨대, 캐나다의 노동시장 개방 정도는 21%로 우리나라(2%)의 약 10배에 달한다. OECD 평균도 우리나라의 6~7배 정도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아직 2%로 노동시장 개방 정도가 낮다.


3. 약체도 뭉치면 큰 힘을 낼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 시합을 보면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떠올랐다. 어느 누가 보아도 최약체로 보인 성기훈 팀이 오일남과 조상우의 기지로 역전 승리한다. 약해 보이는 자들도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퍼펙트 스톰은 원래 기상용어였다. 힘이 없어 보이는 태풍이 우연히 다른 자연 재해와 결합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용어로 더 많이 쓰인다. 경제에 큰 영향을 못 끼칠 것 같던 악재들이 동시에 터지면서 거대한 경제 위기를 불러온다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 "퍼펙트 스톰"을 사용한다.


최근들어 가계 및 정부 부채 증가, 실업률 증가, 물가 급등, 금리 인상, 환율 급등 등 여러 악재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나오면서 경제 위기와 함께 퍼펙트 스톰을 전망하는 경제학자들이 부쩍 늘었다.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자산에 투자한 사람에게 이번 경제 위기는 고난의 시기가 될 것이고, 현금성 달러 자산을 꾸준히 늘려온 사람들에게는 자산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될 것이다.



<오늘 배운 시사 경제 용어>


ㄱ. 메리토크라시 (Meritocracy, 능력위주사회)

ㄴ. 네포티즘 (Nepotism, 족벌주의)

ㄷ. 합계 출산율 (Total Fertility Rate)

ㄹ. 퍼펙트 스톰 (Perfect St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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