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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Nov 04. 2021

현실에 안주하면 죽는다.

삼성 전자의 미래

현실에 안주하면 죽는다.


2005년 한국에서 세 번째 직장을 구했다. 그곳은 독과점 기업이었다. 당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었다. 경쟁자가 별로 없다 보니 힘든 영업도 필요 없었다. 당시 10년 차 선배의 증언에 따르면, 슈퍼마켓 주인들이 물건을 더 많이 구매하기 위해 도리어 선배에게 영업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독과점 지위에 있으면, 변화를 싫어하게 된다. 변하지 않아도 물건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사람도 똑같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오래 근무할수록 변화를 지양하게 되었다. 독점적 지위의 회사는 갑자기 망하지는 않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서서히 붕괴되어 간다.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물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하고 서서히 익어 간다.

    

입사 당시 20대를 타깃으로 출시된 담배, 아리랑

망해 가던 독과점 기업


전 세계 개인 용 PC와 서버용 CPU를 만들던 인텔도 독과점 지위에 있었다. 독점적 지위에 있던 인텔도 변화를 싫어했다. 경쟁자라고 해봐야 AMD밖에 없었고 서버용 CPU 시장은 90% 대의 점유율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텔 계열 CPU는 x86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아키텍처는 쉽게 말해서 CPU가 사용하는 언어다(ISA). 미국 사람에게 영어로 말해야 알아먹듯, 인텔 CPU에게는 x86 아키텍처로 말해야 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x86 아키텍처에 맞추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세상의 거의 모든 PC가 인텔 칩을 썼고 그 안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도 인텔의 아키텍처를 사용했다. 이렇게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인텔은 오랫동안 행복한 사업을 했다.  


하지만, 평생토록 지속될 것 같던 인텔 기반 PC의 세상은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책을 읽었으며,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PC는 회사에서 일할 때나 썼지 집에 와서는 거의 스마트폰으로 생활하면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급속히 늘었다.


불행히도 인텔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기존 CPU만 팔아도 장사가 잘 되었기에 스마트폰 용 CPU 개발에 신경을 안 썼다. 즉, 현실에 안주했다. 인텔의 x86 기반 CPU에는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 인텔이 만든 CPU는 전기를 많이 잡아먹고 발열도 커서 스마트폰에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마트폰 관련 제조업체들은 인텔 칩 대신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AP : Application Processor)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도와 설계도를 보고 만들어줄 공장이 필요한데, 설계도는 ARM이라는 회사에서 제공했고,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를 만든 것은 삼성전자와 TSMC가 담당했다. ARM 아키텍처로 개발된 AP는 전기도 조금 먹고 발열도 상대적으로 적어 배터리 용량이 제한적인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기 좋았다. 뒤늦게 인텔은 정신을 차리고 저전력 프로세서를 개발하여 배포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ARM 기반의 AP가 장악한 뒤였다. 삼성전자에서 만드는 엑시노스, 애플의 A13과 M1, 퀄컴의 스냅드래곤 등이 ARM 기반으로 만들어진 AP다.   


삼성 전자의 미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에 있다.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낸드 시장은 5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독과점 지위에 있을 때 기업은 혁신을 게을리하기 쉽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계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반격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마이크론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 관련 핵심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월급도 두둑이 주고 자녀들은 실리콘 밸리에 있는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매혹적인 조건으로 인재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 덕분인지, 작년 말에는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 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삼성과 하이닉스보다 기술적 측면에서 1년 정도 앞선 것이다.   


마무리


요즘 삼성전자를 보면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마이크론과 같은 업체에게 쫓기고 있고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를 쫓아가기 바쁘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아재폰으로 찍힌 갤럭시 S 시리즈의 판매량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5G 통신기기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놓친 밥그릇을 못 찾아 먹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수장이 중요한 시기에 감옥에 있어서, 중요한 M&A 기회를 많이 놓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이 잘 되었으면 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업 분야가 대부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오늘 배운 시사 경제 용어>


ㄱ. 경제적 해자 : 해자는 원래 중세시대에 성 주변에 도랑을 파서 적들이 쉽게 침입하지 못하게 해 놓은 것을 말한다. 워런 버핏이 기업들도 경쟁사가 침입하지 못하게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입장벽이나 비교우위와 비슷한 말이다.


ㄴ. AP (Application Processor) : 모바일 전용으로 개발된 비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대부분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AP안에 CPU, GPU, 통신칩 등이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System on chip (SoC)라고도 부른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애플의 A 시리즈가 대표적 AP다.


<참고 문헌>


http://www.spor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0243    

https://www.etoday.co.kr/news/view/2061609

https://blogs.nvidia.co.kr/2021/01/26/what-is-edge-computing/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835580

https://ko.wikipedia.org/wiki/%EB%8B%A8%EC%9D%BC_%EC%B9%A9_%EC%B2%B4%EC%A0%9C#%EC%95%A0%ED%94%8C%EB%A6%AC%EC%BC%80%EC%9D%B4%EC%85%98_%ED%94%84%EB%A1%9C%EC%84%B8%EC%84%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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