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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Nov 11. 2021

아빠, 중국 너무한 거 아님?

리카도 비교우위론

아빠, 중국 너무한 것 같아. 뉴스 보니깐 중국 때문에 요소수가 없어서 우리나라 소방차랑 구급차가 멈출 수 있다고 나왔어!


- 아빠는 중국 입장도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 중국사람임?


- 아, 그게 아니라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 호주, 영국 등에게 왕따를 당하더니 살아남으려고 발악하는 것 같아서 그래.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중국이? 무슨 이야기인데?


- 이번 일은 5년 전 호주에 있었던 일부터 시작되거든. 호주와 중국은 원래 서로 없으면 안 되는 너무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였어. 호주에서 나오는 천연자원과 농수산물을 중국에서 대부분 사주었거든.


- 아무튼, 5년 전에 호주의 한 정치인이 중국 기업인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어. 그래서 사람들이 중국으로부터 돈 받는 정치인들이 더 있는지 파헤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호주 정치인들이 중국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고 있었던 거야.


헐, 완전 대박이다. 호주 사람들 충격받았겠다.


- 예지 말이 맞아. 게다가 돈을 받았던 정치인들은 모두 한결같이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와, 대박! 다른 사람한테 뇌물 받으면 불법 아냐?


- 호주는 외국인에게서도 정치 자금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였어. 이때부터 호주 내에서는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


오, 중국 사람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을 보니 호주 정치인들도 반중 정책을 펼쳤겠네?


- 맞았어 예지야! 마침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때리기를 시작했어. 호주도 중국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왕따 시키는데 동참했지. 예컨대  중국 회사가 만든 통신 장비 수입을 호주 정부가 보안상의 이유로 막았지. 호주의 반중 움직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 미국이 중국을 혼 쭐 낼 때마다 미국 편에 서서 같이 비난을 했지.


중국도 열 받기는 했겠다.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잖아. 그래서 중국이 호주에게 복수했어?  


- 응, 중국이 복수를 시작했어. 아까 전 호주는 석탄과 같은 천연자원이랑 농수산물을 수출해서 먹고 산다고 했잖아? 호주가 수출하는 제품의 대부분을 중국이 사주었는데, 중국이 안 사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 어려운 말로 하면, 호주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서 호주 제품의 가격이 오르게 만들었지. 그리고 중국 정부가 석탄 수입도 금지시켰어.


호주가 중국에 수출 못해서 돈 벌 기회를 많이 잃었겠네. 호주는 결국 중국에 항복했어?


-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어. 호주보다 중국이 먼저 힘들어졌던 거야. 특히 석탄이 부족해지니 전기가 부족해졌고, 전기가 없으니 공장들이 운영을 못하게 되었어.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 폭우가 내려서 일부 석탄광산이 물에 잠겨 버렸지.


근데, 아빠. 요소수 이야기하다가 왜 갑자기 석탄 이야기하는 거야?


- 석탄을 이용해서 요소를 만들기 때문이지. 중국 내에 석탄이 부족해지자 석탄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석탄 가격이 비싸지니, 전기 생산도 못하는 마당에 석탄으로 요소를 만들 이유가 줄어버린 거지. 게다가 자국도 아닌 한국을 위해서 만들 필요는 없으니깐.


아, 그렇구나. 호주 정치인이 정치 자금 받았던 사건이 한국의 소방차를 멈추게 하고 중국의 에너지 대란까지 몰고 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  그러게 말이다. 지금 세계는 어느 때 보다 촘촘히 연결되어 있단다. 마치 한 집에 사는 가족과 같은 상태야.


응, 그런 것 같아. 엄마 아빠의 부부 싸움에 우리가 피해 보듯, 호주와 중국의 싸움에 우리나라가 피해보잖아.  


- 아니 요 녀석이!


 <심화 학습>


경제학 시간에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한 국가가 모든 재화를 생산하는 것보다 국가별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자유 무역을 통해 필요한 재화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 낫다는 이론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실생활에 비교우위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옷 코디와 집안 인테리어는 미적 감각이 뛰어난 아내가 담당하고 주식 운용은 남편이 합니다.


20년 전 중국이 WTO를 가입하면서부터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본격적으로 실행됩니다. 미국은 고부가 가치의 제품 개발과 디자인을 하고 한국과 일본은 중간재 부품 및 핵심소재를 공급합니다. 최종적으로 중국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품 조립을 담당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자유 무역을 통해 지구촌 사람들은 잘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우선 주위를 주장하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으로 이전되었던 저부가 가치의 제조업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고 싶어 했습니다. 과거 제조업에 근무하던 백인 노동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해당 노선을 최근까지 이어왔습니다.


작년 코로나가 터지고 반도체 및 마스크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국가의 수장들이 적어도 핵심 제품만큼은 스스로 생산,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대기업 총수를 불러서 미국 내 생산 기지를 건설하라고 부탁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연장선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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