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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Dec 29. 2021

퇴직금으로 애플 주식 샀습니다.  

올 초 대파가 금값이었을 때, 파 값을 아껴 본다고 파를 심은 적이 있다. 대파의 하얀색 부분만 잘라내어, 흙에 심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파가 자랄 때마다 조금씩 잘라먹었다. 이를 전문용어로 “파테크”라고 한다.


퇴직금을 미국 주식에 묻어 두었다. 조금 올랐다고 성급하게 팔지 않고, 주식이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주식이 무럭무럭 자랐고, 잘 자란 주식을 뿌리 채 뽑지 않고 조금씩 잘라먹었다. 중간중간 예상치 못했던 돈이 생기면, 파를 심듯 미국 주식을 추가로 심었다. 나는 이를 “주테크”라고 부른다.


주테크로 먹고 산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퇴사하면 하늘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살만하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집에서 하루 세끼 밥 먹고 살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은 퇴직금으로 미국 주식 샀습니다. 두 번째 시간으로, 애플 주식을 매입한 이유 5가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1. 애플은 현금이 풍부한 기업이다.

경제가 좋고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아무 주식이나 사도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돈을 잘 버는 우량주로 시중 자금이 몰린다. 이번 달 시중 자금들이 대형 우량주, 특히 애플로 몰리기 시작했다.


워런 버핏이 이렇게 말했다.  


“물이 빠지고 나서야,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

Only when the tide goes out, you find out who is swimming naked.
자료출처 : Investing.com, https://kr.investing.com/equities/apple-computer-inc-cash-flow


애플이 영업활동을 통해 지난 1년간 창출한 현금은 1,040억 달러다 (21년 3분기 말 기준). 원화로 125조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애플 혼자 창출한 현금이 우리나라 코스피 586곳에서 올 3분기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과 비슷하다. (128조 원)  


애플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주주 가치 제고)을 위해 여러 일을 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고,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줄 수 있으며, 신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다.


애플은 앞으로 5년 간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 말까지 3~4%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며, 우선 2022년에 900억 달러 어치의 자사주 매입을 시행할 계획이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4,640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 매입을 했다. 이로 인해 주식 수는 약 37% 줄었다. 명품 회사들이 명품백의 희소성을 위해 팔리지 않은 가방들을 매년 불태우듯, 애플 또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통되는 주식의 수를 줄였다. 자사주 매입으로 희소해진 주식은 주가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6,000억 달러 넘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으로 총 1조 달러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2. 애플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회사다.

우리는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수많은 물건 중에서 소비자들에게 기억되고, 선택받기 위해서는 강력한 브랜드 가치가 필요하다. 브랜드 가치가 있으면 경쟁사보다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를 우리나라 말로 쉽게 풀이하면, "이름값"이다. 교보문고에 가서 책에 "김영하"라는 이름이 박혀있으면, 별 고민 없이 바로 구매에 들어간다. 김영하 작가는 소위 "이름값"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주부"라는 작가는 브랜드 가치가 낮기 때문에 구매 전에 살만한 책인지 유심히 훑어보게 된다.   


 브랜드 가치가 높으면, 경쟁사들의 침공도 손쉽게 물리칠 수 있는 경제적 해자를 지니게 된다.  중국에서 아무리 값싸고 질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어도, 사과 로고가 박힌 아이폰보다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브랜드 가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어떤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지, 인터브랜드에서는 매년 브랜드 가치 순위를 발표한다. 애플은 해당 조사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기준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4,028억 달러다. 무려 483조 원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1년 세수에 달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세계 브랜드 가치 순위 (출처 : 인터브랜드)


3. 애플의 기업 가치는 저평가되어 있다.

기업 가치가 고평가 되었는지, 저평가되었는지 확인하는 대표적 방법은 PER를 활용하는 것이다. 애플의 PER는 현재 30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 이는 햄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점과 콜라를 파는 회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맥도널드 & 코카콜라)

  

애플의 주가는 2022년에 출시될 애플 글라스와 2025년 출시 예정인 자율 주행 자동차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다. 당장 내년부터 애플 글라스가 출시되어 본격적으로 제품이 팔리기 시작하면,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할 것이고 주가도 이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애플 글래스와 애플 카 (출처 : 아이드롭뉴스, 카와우)


4. 탄탄한 애플 유료 서비스 가입자 수

전 세계에 애플 디바이스를 보유한 사람은 총 10억 명이고 이중 유료 서비스를 가입한 사람은 2021년 11월 기준 7억 4천5백만 명이다. 애플 뮤직, 아이클라우드, 애플 티비 플러스 등의 유료 서비스 가입자로부터 매달 애플로 돈이 들어오고 있다.


삼성은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들어 한 번 팔면 끝이 나지만, 애플은 유료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유료 서비스 관련 매출은 빠르게 성장하여, 어느덧 전체 매출의 20% 수준까지 성장했다.  


특히, 2022년에 출시되는 아이폰 SE 5G 모델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출시되어, 안드로이드 유저를 추가적으로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드로이드 평균 기기 금액은 2021년 말 기준 261 달러이고, 애플 아이폰 SE 5G 모델은 보상 판매 시 269-399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린터 회사가 프린터를 싸게 팔고 잉크로 이윤을 남기듯, 애플도 아이폰 SE 5G 모델을 저렴하게 팔고 유료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려는 속셈인 것 같다.


5. 애플의 높은 신용 등급

얼마 전 애플은 무디스로부터 최고 신용 등급인 트리플 A를 받았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면, 애플 주식이 미국 국채만큼 안전하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애플 주식이 한국 국채보다 두 단계나 신용등급이 높다.


신용이 좋은 사람이 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듯, 기업도 신용등급이 좋으면 낮은 금리에 회사채 발행이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애플의 금고는 현금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데,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도 가능해졌다. 향후 싹수가 보이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있으면, 애플은 고민할 필요 없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인수할 수 있게 되었고 주가가 떨어지면 자사주 매입도 가능해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4486#home 


<오늘 배운 시사 경제 용어>


ㄱ. 자사주 매입 : 회사가 자신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유통되는 주식의 수를 줄여서 한 주당 돌아가는 가치를 늘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피자 한 판 시켜서 세 명이 나눠 먹어도 되지만, 입을 한 명이라도 줄이면, 한 명당 먹는 피자 양이 늘어난다. 애플은 회사채를 발행해서 판매했고, 연준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애플의 회사채를 매입했다. 애플은 회사채 팔아서 생긴 돈으로 자사주 매입을 했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연준은 애플 회사채를 매입할 때 윤전기 돌려서 나온 따끈따끈한 돈을 썼다. 결국 연준이 애플 주가를 부양해준 격이다.   


ㄴ. 경제적 해자 : Economic Moat라고 불리는데, 해자란 성 주변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파놓은 웅덩이를 말한다. 경쟁사가 쉽사리 침범할 수 없는 경쟁 우위를 가진 기업을 경제적 해자를 지녔다고 말한다. 예컨대,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은 천문학적 규모의 설비 투자와 제조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쟁사가 쉽사리 침범할 수 없는 경쟁 우위를 지녔다. 이 때문에, 초미세 공정의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에 삼성과 TSMC 딱 두 곳뿐이다.   


ㄷ. 신용 등급 : 세계 3대 신용 등급 평가 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을 역량이 있는지를 평가한 것을 신용등급이라고 말한다. 신용 평가 회사 별로 신용 등급 표시 방법이 조금 다르지만, 모두 10개 등급으로 나눈다. 무디스의 경우 가장 우수한 신용등급을  Aaa로 칭하고 이어서 Aa1, Aa2, Aa3 , A1, A2, A3, Baa1, Baa2, Baa3 등으로 분류했다. 미국과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존슨 앤 존슨이 Aaa 등급이고, 우리나라는 두 단계 낮은 Aa2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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