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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Feb 14. 2022

주식하다 폭망한 이야기

투자 기준 설립 과정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을 때는 아무런 기준도 투자 철학도 없었습니다. 단지, 친구들로부터 좋은 정보가 있으니 매입하라고 연락이 오면 친구를 믿고 그냥 매입했습니다. 친구 말만 믿고 매입을 했는데 매입 다음날부터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5월 무렵에 있는 돈 없는 돈 긁어서 한 주당 20만원에 천만원어치를 매입했는데, 꼭지에 매입했다는 사실을 머지 않아 알게 되었습니다. 주가는 한도 끝도 없이 떨어지더니 2011년 9월에는 10만5천원까지 떨어졌습니다. 4개월만에 투자 원금의 50%가 날아갔던 것이지요. 주식 추천해준 친구의 멱살을 잡고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싶었지만, 친구는 덩치가 산만한 이종 격투기 연습생이어서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친구 역시 다른 사람 말만 듣고 "묻지마 투자"를 해서 똑같이 50% 손실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멱살을 잡는 대신 소주잔을 잡고 밤새 같이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팔지 않고 2022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었더라면, 친구의 말 대로 대박 이었을 텐데 반토막 났을 때 참지 못하고 손절매 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 한 주당 56만9천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02/10/2022 기준) 10년동안 3배가 올랐습니다.

그 문제의 주식은 바로 삼성 SDI입니다. 나만의 투자 철학도 아무런 기준도 없이 다른 사람 정보만 듣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주가가 반토막 났을 때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전부 다 팔아버렸습니다. 아픈 사연을 공유하는 와중에 워런 버핏의 말이 떠오릅니다.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흘러가는 곳이다."  - 워런 버핏


그렇게 주식에 쪽박을 차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와중에 운 좋게 회사의 지원을 받아 MBA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니 머리가 지끈지끈 했지만, 그 때 기업과 산업을 분석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들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모델들을 기반으로 해서 투자 기준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같이 할 배우자"를 선택할 때 어떤 사람이 좋을지 기준을 정하는 것처럼 "미래를 같이 할 기업"을 선택할 때 어떤 기업이 좋을지 기준을 정해 나갔습니다. 이렇게 투자 기준을 정하고 주식을 매입하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가가 떨어져서 반토막이 나도 조바심이 나지 않았습니다. 주식을 손절매 하는 일이 사라졌고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바로 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렇다고 묻지마식 장기투자를 한 것도 아닙니다. 투자를 하고 있는 중간에도 투자 기준에 벗어났다고 판단 될 때면 미련없이 주식을 팔았습니다. 최근 1년 사이에 팔았던 기업은 넷플릭스와 AT&T 입니다. 넷플릭스는 OTT시장의 경쟁 강도가 점점 치열해져서 미련없이 팔았습니다. AT&T는 내부 직원들의 회사 만족도가 점점 하락하고 있어서 모두 정리했습니다.

투자 기준을 세울 때 다음 2가지 모델을 참고하여 정성적 분석틀을 만들었습니다. 그 두 모델은 Service Profit Chain Model 과 5 Forces Model 입니다. 대학 다닐 때 경영학을 전공이나 부전공으로 했다면, 한 번 쯤 들어보았을 모델입니다. 모델 이름이 영어로 되어 있어 어려워 보이지만, 설명을 듣고 나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ㄱ. Service Profit Chain Model  

Service Profit Chain Model은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에서 만들어진 모델입니다.

"기업이 직원들을 위한 업무 환경과 사내문화를 개선하면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가면 이직이 줄고 생산성이 증가합니다. 증가된 생산성은 좋은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전환됩니다.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에 만족하게 되고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올라가면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개선됩니다. 회사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직원들을 위한 업무 환경을 더 좋게 만들 수 있게 되고 이러한 과정이 선 순환하는 모델을 Service Profit Chain Model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한 기관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좋은 수익률을 보여주는지 실험해 보았습니다. 2019년에 Best Places to work(일하기 좋은 기업)에 리스트된 1~40위 까지의 기업들의 수익률은 시장 평균 수익률(S&P 500)을 상회했습니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S&P500의 5년간의 수익은 43% 였는데, 상위 10위 기업들의 평균 수익률은 284% 였습니다.

(출처 : App Economy Insights)


Service Profit Chain의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2001년 9월에 9.11 테러가 터졌을 때 항공산업은 깊은 침체기에 빠졌습니다. 테러의 위협 때문에 사람들은 비행기 대신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했습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 했습니다. 직원들이 해고 되면서 사내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 졌습니다. 해고에서 살아남은 직원들 또한 언젠가는 이렇게 커다란 기계의 부속품처럼 해고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 회사에 대한 충성도 및 만족도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모든 항공사들이 인원 구조조정을 할 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구조조정 대신 함께 허리 띠를 졸라매는 선택을 했습니다. 사람을 자르는 대신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줄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직원들의 사기는 어떠했을지 안 봐도 뻔합니다.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진 직원들로부터 진심 어린 서비스가 나오게 되었고 소비자들의 만족도 역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증가하자 회사의 매출 또한 성장했습니다. 9.11테러 이후 항공 여객 산업이 어려웠던 시절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구조조정 없이도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배운 레슨이 있습니다. 나중에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 소비자들의 충성도, CEO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ㄴ. 5 Forces Model

하버드 경영대 교수인 마이클 포터에 의해 고안된 산업분석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산업을 분석함에 있어서 다음 다섯까지의 사항을 고려합니다.


"공급자의 협상력, 구매자의 협상력, 대체재, 기존사업자의 위협, 신규진입자의 위협"


해당 항목별로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이 모델을 사용하여, 퇴직 후 치킨 집을 차리면 왜 안되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공급자의 협상력

치킨 집을 차릴 때 퇴직자의 대부분이 프랜차이즈를 선택합니다. 경험이 없어도 사업을 시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재료를 프랜차이즈 본사(공급자)로부터 공급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소 비싸더라도 군말 없이 받아야 합니다. 즉, 공급자의 협상력이 높습니다. 


구매자의 협상력

치킨을 시키기 위해 배달 앱을 켜보면, 치킨 집이 끝도 없이 나옵니다. 아무리 스크롤해서 내려보아도 새로운 치킨 집이 계속 화면에 뜹니다. 치킨 집이 이렇게 많다 보니 구매자(소비자)의 협상력이 훨씬 커집니다.  


대체재

치킨 대신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도 정말 많습니다. 피자, 햄버거, 한식, 중식, 일식 등등 너무 많아서 늘 선택의 고민에 빠집니다. 대체재가 많으면 가격 올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기존 사업자의 위협

이미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는 치킨 집 사장님이 많습니다. 이분 들은 치킨을 워낙 많이 팔기 때문에 치킨 한 마리당 고정비가 떨어져 수익성이 좋습니다. 경쟁자 보다 좋은 수익성을 이용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후기 이벤트도 할 수 있습니다. 후기 이벤트 덕분에 리뷰는 더 좋아지고 주문자는 더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집니다.


신규 진입자의 위협

돈만 있으면 쉽게 차릴 수 있는 것이 치킨 집이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의 위협이 큰 편입니다. 치킨집 평균 창업 비용은 7천만원으로 자영업 중에서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에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신규 진입자의 위협도 낮습니다.


위 두가지 모델과 투자 경험을 기반으로 만든 투자 기준은 "경주산 소시지" 입니다. "경주산 소시지"는 6가지 투자 기준의 첫 글자를 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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