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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Apr 06. 2022

건물주 대신 미국 리츠 투자


몇 년 전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의 수업 참관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날 수업의 주제는 장래 희망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대통령, 과학자, 의사 등이 주를 이루었는데, 최근 아이들의 희망은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바리스타, 축구 선수, 유튜버, 작곡가 등이 보였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건물주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의 꿈이 건물주라니!

서울에서 건물주가 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금액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백억 원 이상 들어갑니다. 일반인들이 노리기에는 서울 소재 꼬마 빌딩들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많은 퇴직자들이 지방 원룸 건물을 많이 매입합니다. 투자금으로 3~4억 원만 있으면 연간 수익률이 10% 정도 나오니 한 달에 3~4백만 원 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자들은 집을 팔아 원룸 건물을 사서 매월 월세 받으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상상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습니다. 20명에 달하는 세입자 관리를 하다 보면 성격이 점점 이상해 집니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건물도 똑같습니다. 낡아 가는 건물의 유지보수를 하다 보면 수리비도 은근히 나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는 것은 주름과 수리비를 아끼기 위한 잔기술입니다. 원룸 건물 몇 년 운영하다 보면, 도배도 하고 장판도 깔고 깨진 타일도 직접 붙일 수 있게 됩니다.  


수억씩이나 하는 초기 투자금이 없고 세입자 관리에 신경 쓰지 않고도 건물주 되는 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동산을 투자, 개발, 운영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부동산 운영을 통해 돈 버는 회사를 "리츠"라고 부릅니다. 리츠(REITs)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입니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임대를 합니다. 그렇게 받은 임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리츠 회사에 투자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점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어떤 임차인이 세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리츠회사는 회사 홈페이지에 주요 임차인들의 명단을 게시합니다. 은행이 대출해줄 때 신용도 높은 대기업 종사자, 전문직, 공무원을 좋아하듯이, 리츠회사들도 임차인으로 대기업들을 선호합니다.


둘째, 임차인의 사업이 Essential 인지 Non-Essential 인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매일 밤 바르는 갈색병 에센스(Essence)가 아내에게 필수적인 것처럼, Essential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사업자를 말합니다. 식료품점, 편의점, 약국 등이 대표적 Essential 사업체입니다. 코로나처럼 전염병이 도는 시기에 Non-Essential 사업자들은 락다운 때문에 영업을 할 수 없었고 월세를 내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지만, Essential 사업자들은 락다운 없이 영업을 지속했습니다.


EPR Properties라는 미국의 리츠 회사는 주요 부동산 투자 사업이 영화관, 리조트, 놀이공원과 같은 Non-Essential 사업이었습니다. 해당 업체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락다운 때문에 영업을 할 수 없었고 EPR의 매출은 폭락했습니다.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에 따르면, 앞으로 미래에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예전보다 더 빠른 주기로 찾아온다고 하니, 임차인이 락다운에 취약한 사업체가 아닌지 미리 확인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셋째, 얼마나 오랫동안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해 왔고 공실률은 어떤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지난 수많은 경제 위기 하에서도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한 기업이라면, 부동산 포트폴리오가 튼튼하다는 반증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배당금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위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미국의 대표적 리츠 회사는 리얼티 인컴(Realty Income Corporation, 티커명 O)입니다. 회사명에 “INCOME”이 들어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리얼티 인컴은 매달 배당금을 지급합니다. 배당수익률은 4~5% 정도 되고, 상장 이후 주가는 연평균 15.5% 올랐습니다. 배당금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도 누릴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배당주입니다.


리얼티 인컴의 주요 임차인들은 생필품을 유통하는 Grocery(식료품 판매점), Drug Store(직역하면 약국인데 올리브영에 가까움), Convenience Store(편의점)가 많습니다. 즉, 우리 삶에 꼭 필요한 "Essential" 사업자 이기 때문에, 전염병으로 인한 락다운 기간에도 꿋꿋이 영업할 수 있었습니다. 리얼티 인컴의 임차인들은 대부분 재정적으로 튼튼한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런 기업들을 영어로 "Investment Grade Clients"(신용등급 BBB-이상)라고 부릅니다. 코로나로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내기 힘들어할 때에도 "Investment Grade Clients"들은 99.9% 임대료를 납부했습니다.


아래는 리얼티 인컴의 상위 20개 임차 기업 명단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정적으로 안정된(Investment Grade Clients) 생필품 유통 기업들(Essential 사업자)입니다. 1위부터 4위 업체들은 Walgreens(드럭 스토어), Dollar General(미국판 다이소), 7-Eleven(편의점), Dollar Tree(미국판 다이소)입니다.

(출처 : 리얼티 인컴 홈페이지)


아래의 표는 리얼티 인컴이 보유한 부동산의 점유율을 보여줍니다. 미국에서는 공실률이라는 말 대신에 점유율(Occupancy Levels)이란 단어를 주로 씁니다. 점유율은 공실률의 반대말로 수치가 높을수록 좋습니다. 리얼티 인컴은 1998년부터 2021년까지 98.2%의 점유율 (1.8% 공실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S&P500에 있는 다른 리츠 회사들의 점유율 (94.0%) 보다 리얼티 인컴의 점유율이 더 높습니다 (4.2% 차이).  

(출처 : 시킹알파, 리얼티 인컴 홈페이지)


<한 꼭지 더>

리츠의 배당성향(Dividend Payout)은 왜 이렇게 높은 가요?


일전에 배당성향에 대해 배웠습니다. 배당성향이란 순이익 중에서 얼마나 배당금으로 지급되는지 보는 지표입니다. 배당성향이 20% 이면 순이익이 100억 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배당금으로 20억 달러를 지급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리츠 회사들의 배당성향을 확인해 보면 100%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리얼티 인컴의 배당성향은 300.94%입니다(GAAP, TTM 기준). 순이익이 100만 원인데, 배당금으로 300만 원이 나간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순이익을 계산할 때 감가상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손주부가 이번 달에 벌어들인 돈이 300만 원인데 작년에 새로 산 자동차의 감가상각비 때문에 순이익 0원이 되었다면, 회계 상 순이익은 0원이지만 실제 계좌에 들어온 돈은 300만 원입니다. 리츠 기업들은 매입한 건물의 감가상각비가 어마 어마하기 때문에 실제 계좌에 찍히는 돈 보다 순이익이 적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에 따른 왜곡을 줄이기 위해 리츠 기업들은 순이익 대신 AFFO를 많이 사용합니다. AFFO는 순이익에서 감가상각비, 렌트 인상분을 더하고 평소 부동산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빼주어 구합니다. 다행히도 AFFO는 직접 구하지 않아도 많은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해 줍니다.


AFFO = FFO + rent increases - capital expenditures - routine maintenance amounts

FFO = net income + amortization + depreciation - capital gains from property s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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