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HMM, 해운회사
바쁘신 분들을 위한 요약
1. 주가 하락으로 인해 배당수익률이 높아보일 수 있으니 투자 전 배당 역사를 확인합니다.
2. 특정 산업(예: 해운업)은 배당금이 일정치 않고 들쑥날쑥하니 투자 시 유의합니다.
3. 행동주의 헤지 펀드의 공격을 받은 기업은 일시적으로 배당수익률이 올라갑니다.
고배당주란
사전에 정확한 정의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배당수익률이 5%를 넘어가면 고배당주라고 봅니다. 통신, 금융, 에너지, 유틸리티 섹터 등에 고배당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배당을 많이 준다는 의미는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회사가 한창 성장하는 기업들은 아직 투자할 곳이 많기 때문에 배당을 하지 않거나 배당을 하더라도 배당금이 굉장히 적습니다(낮은 배당수익률).
배당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경우
배당수익률이 높으면, 배당금을 많이 준다는 뜻이니, 언뜻보면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안 좋은 이유로 배당수익률이 좋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키 높이 구두를 신은 남자가 원래 키보다 커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은 지난 1년간 지급된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누어서 구하게 됩니다. (배당수익률 = 연간 배당금 / 현재 주가) 따라서, 최근에 주가가 급락했을 경우 분모가 작아지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커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에 AT&T는 주가가 떨어지면서, 배당수익률이 10%를 초과했습니다(TTM기준).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배당수익률이 증가한 이유는 최근 5년 동안 주가가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AT&T는 최근 5년간 주가가 35.08% 하락했습니다. (2022년 4월 12일 기준)
(출처 : 구글 파이낸스)
2017년만 하더라도 4% 대에 머물던 배당수익률이 어느덧 10%를 넘어섰습니다.
(출처 : 매크로트렌드)
두번째로 조심해야할 고배당주는 매출 기복이 심한 산업에 속한 주식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 두 회사는 해운회사 입니다. 4월 11일 기준 배당수익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습니다.
이처럼 배당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해운회사들의 매출이 경기가 좋을 때 급등하는 사업적 특성" 때문입니다. 해운회사들은 경기가 좋을 때 땅 짚고 헤엄치기 하듯 돈을 끌어 모으지만, 경기가 나쁠 때는 적자를 면키 힘듭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배를 주문해서 인도 받는데 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늘어나는 해상 운송에 대한 수요를 바로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해상 운임은 갑자기 폭등합니다. 여름철 성수기에 비행기 값이 많이 오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예컨대, 중국에서 출발해서 미국 까지 가는 배의 운임은 코로나 직후 2,800달러(40피트 컨테이너 기준) 정도 했는데, 1년 뒤 2021년 하반기에는 운임이 22,000달러 까지 올랐습니다. 1년 만에 운임이 거의 10배 정도 오른 것입니다.
(http://www.haesainfo.com/news/articleView.html?idxno=34707)
해운회사들은 늘어나는 운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주로부터 배를 빌려서 운송하기도 하지만, 수요가 높을 때 배를 빌리면, 용선료(렌트비)가 굉장히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용선료가 비싸도 해상 운임이 더 비싸면 상관없는데, 경기가 둔화되고 해상 운임이 떨어지면, 용선료 지급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집니다. 배를 빌리는 것은 렌트카처럼 하루만 빌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몇 년 단위로 배를 빌리기 때문에 해운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굉장히 큽니다.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에도 경기가 좋아서 해상 운임이 굉장히 비쌌습니다. 따라서, 많은 해운 회사들이 비싼 용선료를 주더라도 배를 빌렸습니다. 1년 뒤 2008년에 경제위기가 오고 해상 운임은 추락했는데, 장기로 빌린 배의 용선료는 계속 지급해야했습니다. 이 때문에 2010년 대에 부도난 해운회사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흠슬라"라고 불리며 작년에 잘 나갔던 현대상선(HMM)도 용선료가 비싼 시절에 배를 빌려서, 무려 9년 동안 적자(영업손실)를 보았습니다. (2011년~2019년)
따라서, 현재의 배당수익률만 보고 해운 회사 주식을 덥석 매입하게 되면, 몇 년간 주가 하락의 고통을 맛 볼 수 있습니다. 해운회사 주식을 매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과거 배당 내역을 확인해야 하고, 앞으로도 높은 배당을 유지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 보아야 합니다. 앞서 설명 드린 대로 배당성향(Dividend Payout Ratio)이 낮은지 우선 확인해야 하고, 향후 해상 운임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봐야합니다.
발틱 운임 지수(Baltic Dry Index)와 상하이 컨테이너 지수(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를 보면 해상 운임의 추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틱 운임 지수(BDI)는 석탄, 철광석, 곡류를 운송하는 대형 벌크선의 운임과 용선료를 종합해 만든 지수입니다. 상하이 컨테이너 지수(SCFI)는 자동차, 가구, 컴퓨터와 같은 제품들을 운송하는 일반 컨테이너선의 운임과 용선료를 종합해 만든 지수입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발틱 운임 지수(BDI)와 상하이 컨테이너 지수(SCFI) 모두 작년 말에 정점을 찍고 하향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4월 기준, 해운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세번째로 주의해야할 고배당 주식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에게 공격을 당한 회사의 주식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외환은행, KT&G, SK그룹, 삼성전자 등이 이들에게 공격 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행동주의 헤지 펀드들은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 보다는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주식을 팔아 소위 먹튀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경영진을 압박해서 미래를 위해 투자할 돈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라고 압박하고, 알짜배기 자회사 및 주요 자산을 팔아서 배당금으로 나누어 주라고 협박합니다. 이런 회사들은 단기간에 배당 수익률이 높아져서 언뜻 보면 좋을 것 같지만, 회사의 핵심 자산을 팔아 배당 수익률을 올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좋지 않습니다. 행동주의 헤지 펀드가 매수하는 시점과 매도하는 시점을 똑같이 따라서 투자한다면 큰 수익을 볼 수 있겠지만, 헤지 펀드가 언제 팔고 도망갈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전략은 리스크가 큽니다.
<미국 주식 틈새 상식>
행동주의 헤지펀드 (Activist Hedge Fund)
이들은 PBR과 PER가 낮고 보유 현금이 많은 기업의 지분을 조용히 늘립니다.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나면 갑자기 경영진에게 간섭 하기 시작합니다. "직원들 월급이 너무 많으니 줄여라, 알짜배기 자회사를 팔아라,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땅을 팔아라, 그렇게 확보한 돈으로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해서 주가를 올려라." 이런 식입니다. 이들은 회사가 장기적으로 잘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다른 기업을 사냥하러 떠나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삼성전자를 공격했던 엘리엇과 KT&G를 공격했던 칼 아이칸이 있습니다.
(참조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046616#home)
<이미지 출처 : AT&T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