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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ul 27. 2020

 10. 돈 아끼기의 달인 되다.

사과폰 직접 수리하기

육아휴직 복직 후 매일 계속되는 야근과 밤 10시 이후에도 업무가 떨어지는 생활을 3 개월간 하니 내 몸에서 이상신호가 왔다. 책상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고 나의 배는 임산부처럼 점점 불러왔다. 나는 살기 위해 의원면직을 했다. 사표내고 한 달은 정말 좋았다. 남들 일할 때 집에서 놀고먹으니 얼마나 좋던지, 그런데 이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내 불안함에 기름을 붓는 질문을 해왔다.

너 앞으로 뭐해먹고 살 거냐?

그러면 난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내 주변 사람들은 그럼 브런치에서 매달 얼마나 받냐?라는 질문을 해온다. 그럼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직 벌이가 없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나중에 책도 내고, 강연도 하면서 먹고 살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그들은 한심하다는 듯한 얼굴 표정으로 나에게 말한다.

장난 그만하고 그래서 뭐해서 먹고살 건데?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의 따스함이 사라지자 난 돈 아끼기의 달인이 되어갔다. 얼마 전에 와이프가 사용하고 있는 사과폰의 카메라가 고장이 났다. 전면 카메라는 정상인데, 후면 카메라가 완전 먹통이었다. 아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난 부랴부랴 사과폰 카메라 수리비를 검색했다. 수리비는 10만 원 정도 들었다.


예전에 나라면 아무 고민 없이 새로운 사과폰을 아내에게 안겨주었을 텐데 글로써 밥 벌어먹으려 하는 초보 작가에게 10만 원은 큰돈이었다.


아내가 셀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후면 카메라 고장 나도 상관없을 지언데, 풍경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카메라 수리는 불가피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아낄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과폰 카메라 부품을 사서 내가 직접 고치면 되는 거 아냐?

이 생각을 하자마자 사과폰 카메라 부품을 검색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부품 가격은 1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수리비는 부품비 1만 원 + 인건비 9만 원이었던 것이다. 수리 방법도 인터넷에 확인해 보았다. 이미 나처럼 카메라 수리비를 아끼고자 하는 수많은 유튜버분들께서 친절하게도 수리 영상을 올려놓으셨다. 그렇게 해서 나는 인건비 9만 원을 아껴보고자 카메라 부품을 바로 주문했다.


이틀 뒤에 부품은 도착했고 나는 유튜브를 보면서 수리 방법을 반복 학습했다. 면봉보다 얇은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나사를 풀고 사과폰을 분해해 나갔다. 유튜브에서 알려주는 순서대로 케이블을 제거하고 고장 난 후면 카메라를 제거했다. 그러고 나서 새로 산 부품을 삽입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내가 수리하다가 사과폰이 아예 고장 나면 어떡하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내 손에 수전증이 오더니 손에 있는 모든 땀구멍은 크게 열리고 땀이 줄줄 흘러나왔다. 내 땀이 정교한 기계 부품에 들어가면 고장이라도 날까 봐 나는 옆에 수건을 가져다 놓고 손의 땀을 연신 닦으면서 장장 2시간 동안 사과폰과 씨름을 했다.


조립이 다 끝나고 전원 버튼을 눌러 사진이 찍히는지 확인만 하면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원 버튼을 눌렀다. 잠시 뒤 한입 베어 물은 사과 로고가 나왔다. '이야!!!!!!!!!!!!!! 9만 원 벌었다!!!!!!!!!!!' 기쁜 마음도 잠시, 카메라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함을 깨닫고 다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카메라 앱을 실행시켰다.


다행히도 카메라가 작동했다. 나는 너무 기뻤다. 그래서 멋진 풍경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찰~~~~~~~~~~~~~~~~~~~~~~~~~~~~~~~~~~~~~~~칵"

뭔가 이상했다. 카메라가 작동하긴 하는데, 셔터를 누르고 나서 1초 정도 뒤에서 사진이 찍혔고 결정적으로 찍힌 사진의 화질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뭔가 잘 못 되었음을 감지하고 난 판매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제야 소비자 리뷰를 읽기 시작했다.


"이거 중국산 저질 렌즈예요. 별점 1점"

"환불 부탁합니다. 별점 1점"


수많은 악플과 별점 테러가 달려있었다. 빨리 수리하고 픈 마음에 난 중국산 저질 부품인지 확인도 안 하고 구매한 대가를 혹독히 치렀다. 판매자에게 환불 요청 전화를 했지만, 판매자는 이미 도망가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또 하나 배웠다.

싼 게 비지떡이다.

영어로 하면 You get what you pay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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