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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Jul 11. 2024

소유할 것인가 존재할 것인가?

To have or to be?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이 되었을 때 갑자기 패션 테러리스트에서 패션 피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아끼며 살았으니, 이제는 좀 쓰면서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마흔 살에 지름신이 내렸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꺼져 가는 젊음의 불꽃이 아쉬워 마지막 발악을 하고 싶었나 보다.


얼마 전 동창회에서 만난 여자 사람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다.


"20대 때는 흰 티에 청바지만 입어도 빛이 났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까 이렇게 번쩍번쩍 (팔찌, 목걸이) 거리는 것들도 좀 두르고 두꺼운 화장을 해야 봐줄 만하네!"


꺼져가는 젊음의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나는 옷 쇼핑부터 시작했다. 집 근처에 있는 자라(ZARA)부터 섭렵하기 시작했는데, 자라는 점원이 붙지 않기에 I형 인간이 쇼핑하기에 심적 부담이 없었다.


자라 옷을 몇 벌 사 입다 보니, 마시모 두띠라는 브랜드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마시모 두띠는 자라의 상위 버전이다. (즉, 자라보다 더 비싸다!) 마시모 두띠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드레스룸 거울에 비춰보니 멋져 보였다. 자라를 입었을 때 보다 더 잘 생겨 보였다.


소유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좋은 옷을 입으니 옷에 어울리는 가방이 사고 싶어 졌고, 가방을 사고 나니 가방에 어울리는 구두가 사고 싶어졌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끊임없이 소비해야 한다. GDP가 매년 3%씩 성장한다는 말은 상품과 서비스가 그만큼 늘었다는 말과 같다.


자본주의 사회는 체재 유지를 위해, 좋은 물건을 사고 훌륭한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우리를 세뇌시킨다.


2000년 대 초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현대카드의 광고 카피를 잊을 수 없다. 광고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하고 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쇼핑도 하고 여행도 다녀야 하는구나!'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소비하고, 소비하기 위해 일한다. 소비를 통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전 보다 더 많은 소비가 필요하다. 이전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이전 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일을 좋아하면 관계없지만,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이 불행해져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


과거부터 철학자들은 두 가지 생활양식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소유지향적 삶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 지향적 삶이다.


소유지향적 삶은 물질적 소유와 소비에 중점을 둔다. 소유물에 기대어 행복을 느끼고, 소유물을 통해 자신을 정의한다.


소유물로 높아진 자기 존중감은 더 좋은 소유물을 가진 사람과 만나는 순간 열등감으로 바뀐다.


존재 지향적 삶은 내적성장, 경험, 관계에 중점을 둔다. 존재 지향적 삶을 사는 사람은 소유물에 집착하기보다, 다양한 경험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낀다.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매일 아침 요가와 명상을 하고, 한가로운 카페에서 글을 쓰며,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존재 모드에 있는 사람은 존재 자체 만으로 행복하기에, 소유물에 집착하지 않는다. 소유물에 집착하지 않기에 소비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소비 지출이 줄어드니 재산이 점점 쌓이게 된다.


존재 모드는 주식투자에도 활용할 수 있다. 존재 모드에 있는 투자자들은 소유물이 있든 없든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주식이 떨어지든 오르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일단 기업을 믿고 매수했으면, 좋은 결과를 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린다.


소유 모드의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우울해지고 주가가 오르면 우쭐해진다. 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이 주식 차트와 주가에 올인되어 있기에 일상이 무너지고 현재를 살지 못한다.



<이미지 출처 : 코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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