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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손주부 Nov 02. 2020

#44 책을 읽으니 돈이 생기네.

미국 주식 투자기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난독증 있었는지 책만 펼치면 글자가 빙글빙글 돌더니 잠이 왔다. 작가의 어린 시절은 원래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야 하는데, 어린 시절 손주부는 정반대였다. 나무 그늘 밑에서 고상하게 책 읽기보다는 뜨거운 태양볕 아래 얼굴이 시꺼메질 때까지 흙먼지 뒤집어쓰면서 축구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가뜩이나 독서를 등한 시 했는데, 취직 후엔 책을 더 읽지 않게 되었다. 매일 읽어야 할 세계 각지에서 온 사업 보고서가 산떠미 인지라 쉬는 시간에 까지 활자를 읽고 싶진 않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주말엔 치킨 시켜놓고 누워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먹고살기 바빠 앞만 보면서 달렸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의 깊게 보기 시작한 것은 육아휴직을 내면서부터다. 2017년에 육아휴직을 내었을 때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유치원생이었다. 아침에 등교시키고 나면 오후 2시까지 5시간 정도의 시간이 온전히 내게 주어졌다. 갑자기 많아진 시간에 어찌할 바 몰랐다. 동네 영어 학원을 등록해서 학원도 다니고, 동네 어머님들을 모아서 영어 스터디도 운영해봤다. 커피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며, 커피를 마시는 아내의 심리를 이해해 보고자 했고, 가죽공방에 다니며 에르메스 짭퉁 가죽 소품들도 만들어봤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자꾸 밀려들었다. 다른 동기들은 회사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며 상무님 술잔을 채워 드리고 있을 텐데, 집에서 혼자 애쓰고 있는 날 발견할 때면 현타가 찐하게 왔다. 물론 회사 승진보다는 아이들을 내 손으로 직접 돌보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일이었건만, 무리에 이탈하여 My way를 가는 것이 생각보다 편치 않았다.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의식은 내 발걸음을 서점으로 향하게 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미리 알면 복직 후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오랜 기간 회사를 비웠어도, 동기들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만 갔았다. 그래서 서점에 갔다. 당시 서점에 진열된 책들은 4차 산업 혁명과 관련된 책들이 많았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그리고 사물인터넷과 같은 내용의 책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어떠한 산업들이 부흥하게 될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안에 배터리가 많이 들어가니깐 LG화학, 삼성 SDI 등이 잘 나가겠구나 하고 단순히 생각을 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관련 기업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기업이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였다.


나의 짧은 IT 지식으로는 자율주행차에도 인텔의 CPU가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CPU는 직렬방식으로 100의 일을 굉장히 똑똑한 한 놈이 처리하는 방식이라면,  GPU는 병렬방식으로 좀 덜 똑똑한 여러 명이 일을 나누어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칩이 바로 CPU가 아닌 GPU였다.


생각해 보면 자율 주행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도로 위 여러 변수들에 대해 신속히 대처해야 함을 유추할 수 있다. 좁은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차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수많은 변수들에 대해 실시간으로 대처하고 반응하기 위해서는 CPU가 아닌 GPU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자율주행차와 관련되어 있는 기업은 넷플릭스였다. 언뜻 생각해 보면 '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가 자율주행차와 관련이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순간 사람들은 차 안에서 할 일이 없어지게 되고 이동 시간에 차 안 대시보드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비디오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지하철을 타면 수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속 조그마한 스크린에 정신을 뺏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식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들을 리스트업해 나가기 시작했고 2017년 비자금으로 모아놓은 돈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2017년 당시 한주에 100불 정도 하던 엔비디아와 넷플릭스는 3년이 지난 현재 500불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2017년에 가족들과 친한 지인들에게 미래는 4차 산업이 대부분의 산업 섹터를 지배할 거니 제발 미국 기술 주식을 사라고 설교하고 다녔는데, 애석하게도 아무도 사지 않았다. 한국의 워런 버핏 같은 존 리 같은 아저씨가 말해도 살까 말까인데, 육아휴직 내고 집에서 살림 사는 아저씨 말을 누가 들을까? 그리고, 우리 세대는 어려서부터 '주식=패가망신'이라는 교육을 직간접적으로 받아와서 주식에 선뜻 손이가지 않았을 것이다.


지인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데면서 매입을 미뤘다. 미국 주식은 양도세가 22%나 되기 때문에 돈을 벌어도 남는 게 없다느니, 환전하면 손실이 크다느니, 절차가 복잡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느니, 매입을 미루는 이유도 다양했다. 하지만, 요즘 미국 주식이 많이 올라 짭짤한 수익을 본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야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본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매입하려 하는 것을 보니 이제 슬슬 미국 주식도 팔 때가 되어가나 보다.)


얼마 전에 퇴직을 하면서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받았다. 앞으로 나의 파이어족 생활에 크나큰 도움을 주어야 할 소중한 녀석이므로 일단 전액을 찾지 않고 내 증권 계좌에 묻어두었다. 그랬더니 이게 웬걸, 계좌를 관리해주는 전담 매니저가 생겼다. 전담 매니저는 각종 세무 관련 지식을 공유해 주신다. 그리고 이분을 통해서 부자들이 미국 주식 양도세를 합법적으로 내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찌 되었건 육아휴직 덕분에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게 되었고, 투자도 시작하고 어찌하다 보니 지금은 브런치에서 글도 쓰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앞으로 또 어떠한 인생이 날 기다리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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