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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워커 Aug 05. 2024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법

타인의 평가를 넘어서 진정한 자신 찾기


한 달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요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가꿔보고 싶다는 생각에 뛰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달리기와는 그리 친하지 않았다. 운동회에서 꼴찌를 하는 건 늘 내 몫이었고, 고등학교 때도 달리기를 잘 못해 체육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제 이틀에 한 번씩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 자연스럽게 지인들과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관심이 생기면 말로 표현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한 번은 내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물었다.


“그래서 달리기 기록은 어떻게 돼요?”


나는 5km를 40분 정도에 뛴다고 답했다. 그의 반응은 무표정했다.


“그렇게 빠르진 않네요.”


순간 당혹감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왜 저렇게 말하지?’라는 반발심도 들었다. 그 후로 우리는 더 이상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장거리 달리기를 완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휘말려 자신을 잃는 순간, 완주는커녕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속도가 느리다고 느껴질 때, 그 속도를 조절하지 않고 무리하기 시작하면 실패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 사실은 달리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도 쉽게 타인의 평가에 휘둘린다. 시험 성적, 취업, 승진, 외모, 연봉, 거주지… 심지어는 취미 활동까지도 평가의 대상이 된다. 타인의 평가에 의해 우리의 자존감이 요동치고, 외부의 기준이 내면화되면서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부모님을 첫 번째 평가자로 받아들인다. 칭찬과 꾸중을 통해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려 노력하고, 그 기준에 따라 생각과 행동을 조정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오면, 더 이상 한두 사람이 아닌 조직과 사회 전체가 우리의 평가자가 된다. 학교와 직장은 그 자체로 거대한 평가 시스템이다. 이 속에서 우리의 자존감은 끊임없이 외부의 평가에 의해 흔들린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인생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고, 두 시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과제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인생의 전반부, 대체로 40세까지는 사회적 적응과 외적 성취가 중요하다. 우리는 사회의 기대에 맞추어 자아를 형성하고, 그 자아를 통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다. 그러나 40세 이후, 인생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개별화(individuation)라는 과제와 마주한다. 개별화는 내면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이다. 이 시기에는 외부의 평가보다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도 혹독한 중년의 위기가 찾아왔던 시기가 있다. 회사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이 일이 나의 소명이 아니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일상적인 업무는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그저 생계를 위해 억지로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그러다 40대 중반에 이르러 나의 소명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방송통신대의 교양심리학 강의를 듣다가 심리학이 내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상담심리대학원에 입학해 심리상담자가 되기 위한 공부와 수련을 시작했고, 10년이 지난 지금, 25년간의 직장 생활을 중단하고 전업 상담자로 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길을 찾았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걷는 것이 항상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낯선 분야에서 지식과 기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끊임없이 나를 시험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정말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일까?'라는 의문과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외부의 평가와 비판이었다.


“하던 일 계속 했으면 좋았을 텐데, 왜 엉뚱한 일을 시작해서 고생이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달리기의 교훈을 떠올렸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다른 사람이 앞서 나가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인생에서도 외부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와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별화의 과정은 힘없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신만의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해 꾸준히 내적 기준에 집중해야 한다.


내적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기대와 거리를 두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비전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 비전을 글로 적어보는 것도 좋다. 자신만의 진솔한 내적 기준을 확립하면, 타인과의 불필요한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페이스를 지킬 수 있다.


또한, 주변의 부정적인 평가와 비판을 거르기 위해서라면, 그러한 관계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대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관계는 변화의 길에서 중요한 지지대가 된다.


스스로를 비판하는 습관도 줄여야 한다. 내면의 비판은 외부의 비판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작은 성공에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도록 하자.


변화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인생 후반부에 찾아온 변화를 포기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수 있다. 변화의 길을 걸어가며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과 외부의 비판에 직면하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전히 나는 달리기를 잘하지 못한다. 동네 산책로에서 나보다 빠른 사람들이 앞서 나가는 걸 보면, 나는 느린 거북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속도를 내지 않고, 내 페이스를 지키며 나만의 레이스를 완주하고 싶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조금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그게 바로 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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