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N2B는 언어 DNA
우리는 언어를 단순히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언어는 단순한 표현 수단을 넘어 인간 사고의 뼈대를 드러내는 틀이다. 문장을 어떻게 엮어내는지, 생각을 어떻게 전개하는지는 곧 그 사람의 사고 구조를 보여준다. 바로 여기서 N2B라는 언어의 DNA가 드러난다.
N2B, 즉 Not–But–Because 구조는 인간이 말을 만들어내는 근본 패턴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설명할 때 거의 본능적으로 이 구조를 따른다. 먼저 기존의 상황이나 주장을 부정하고(Not), 새로운 가능성이나 방향을 제시하며(But), 마지막으로 그 전환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덧붙인다(Because). 이 흐름은 단순한 수사적 기교가 아니라, 인간의 인지 구조에서 비롯된 언어의 기본 DNA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이 방법은 효과가 없어(Not). 하지만 다른 접근은 가능해(But). 왜냐하면 실제 사례가 그렇게 보여주기 때문이야(Because).”라고 말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납득한다. 만약 부정만 있다면 거부감만 남을 것이고, 전환만 있다면 허공에 맴도는 말처럼 공허하다. 이유가 빠지면 설득이 약해지고, 근거 없는 주장처럼 들린다. 세 요소가 모두 갖추어져야 말은 힘을 얻는다.
언어학적 관점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보편성을 가진다. 많은 언어가 접속사와 논리 연결어를 통해 사고의 흐름을 표현하는데, 그 핵심 패턴이 바로 부정–전환–이유의 연결이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심지어 고대 언어에서도 동일한 틀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특정 언어의 특성이 아니라, 인간 언어 일반에 내재한 구조적 속성이다.
철학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철학자의 문장을 보면 하나같이 기존의 생각을 비판하고(Not), 새로운 논지를 제시하며(But), 그 이유를 논증한다(Because).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부처, 데카르트, 칸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언어는 각기 달랐지만 구조는 동일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철학자들의 말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언어의 DNA가 같기 때문이다.
과학사에서도 이 패턴은 선명하다. 갈릴레이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Not). 그러나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But). 왜냐하면 관찰과 수학적 계산이 이를 증명하기 때문이다(Because).”라고 말하며 기존 세계관을 전복했다. 다윈도 “종은 고정불변이 아니다(Not). 오히려 변화하고 진화한다(But). 왜냐하면 자연선택의 증거가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Because).”라는 구조를 따랐다. 인류의 지식 발전은 곧 N2B의 진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N2B는 단순한 언어 기술이 아니라, 인간 지성의 기본 코드, 즉 언어의 DNA다. 우리가 어떤 언어를 쓰든, 어떤 주장을 펼치든, 이 구조는 본능처럼 작동한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 지식을 쌓고 전승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결국 언어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인식하는 것이다. 단어는 나무와 같고, 구조는 뿌리와 같다. 나무는 다양하게 자라지만 뿌리가 없으면 서 있을 수 없다. 말도 마찬가지다. 구조가 없으면 흩어지고, 구조가 있으면 설득된다. 그래서 우리는 N2B를 ‘언어의 DNA’라고 부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