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N2B는 갈등의 DNA
갈등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가족 사이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와 국가 사이에서도 갈등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우리는 흔히 갈등을 감정의 문제로만 생각한다. 화가 나서, 서운해서, 자존심이 상해서 갈등이 시작된다고 여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갈등의 밑바닥에는 언어의 구조가 숨어 있다.
대부분의 갈등은 “아니야”라는 한 마디로 시작된다. 부정은 관계의 벽을 세우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하지만 그 순간 갈등은 아직 씨앗에 불과하다. 그것이 진짜 갈등으로 자라나는 것은, 이어질 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니야” 뒤에 “하지만”과 “왜냐하면”이 따라붙지 않을 때, 갈등은 더 큰 불씨가 된다. 구조가 끊긴 대화는 상대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오해와 억울함을 키운다.
우리가 흔히 겪는 다툼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그건 틀렸어”라고만 말하면 상대는 곧바로 방어 태세를 취한다. 그러나 “그건 틀렸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 왜냐하면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면 결과는 다르게 흐른다. 같은 부정이지만, 구조가 살아 있는 부정은 갈등을 풀어낼 실마리가 된다.
철학자들의 논쟁도 마찬가지다. 서양 철학사는 기존의 주장을 부정하고(Not),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But), 이유를 논증하는(Because) 과정의 연속이었다. 동양 사상 역시 토론과 대화 속에서 부정과 전환, 그리고 이유의 구조를 통해 사유가 발전했다. 갈등은 단순히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언어의 DNA인 N2B 구조 속에서 더 깊은 이해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계기였다.
과학도 다르지 않다. 뉴턴은 “세계는 신의 신비로운 힘에 의해 움직인다”라는 기존 관념을 부정했다(Not). 그러나 그는 “세계는 수학적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But). 그리고 “왜냐하면 관찰과 계산이 이를 증명하기 때문”이라 말했다(Because). 기존의 세계관과의 갈등이 새로운 과학을 낳은 것이다. 다윈, 아인슈타인, 퀀텀 물리학자들 모두 같은 길을 걸었다. 갈등은 지식의 진화에 필수적인 DNA였다.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이 구조는 그대로 드러난다. 부부가 다투는 이유도, 부모와 자식이 어긋나는 이유도 결국 같은 패턴이다. “넌 틀렸어”라는 말만 남을 때, 갈등은 폭발한다. 그러나 구조가 완성된 말, 즉 부정과 전환, 이유가 함께 있는 말은 갈등을 대화로 바꾼다. 말은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N2B는 갈등의 DNA다.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지만,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전적으로 구조에 달려 있다. 부정만 남는다면 갈등은 파괴로 이어진다. 그러나 전환과 이유가 이어진다면 갈등은 새로운 관계와 더 깊은 이해를 낳는다. 결국 갈등은 언어 구조의 진실을 드러내는 가장 선명한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