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N2B는 관계의 DNA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고, 서로에게 기대며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관계는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다. 서로 다른 욕구와 입장이 부딪히며 갈등이 생기고, 때로는 단절과 상처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관계를 살리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나는 그것이 바로 말의 구조, 즉 N2B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관계가 끊어지는 순간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은 상대가 내 말을 부정했을 때이다. “그건 아니야”라는 한 마디는 곧바로 벽을 세운다. 하지만 만약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라고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부정이 곧 단절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여는 계기가 된다. 관계는 구조가 살아 있을 때 비로소 다시 이어진다.
부부 관계에서도 그렇다. 배우자의 말을 부정할 때, 단순히 “그건 틀렸어”라고만 하면 다툼은 격화된다. 그러나 “그건 틀렸어. 하지만 네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해해. 왜냐하면 상황이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지.”라고 말한다면, 부정이 오히려 공감을 낳는다. 부모와 자식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안 돼!”라는 단절 대신, “안 돼. 하지만 내일은 할 수 있어. 왜냐하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라는 구조 있는 말은 서로의 신뢰를 지켜준다.
조직에서도 이 구조는 그대로 작동한다. 리더가 “이건 틀렸어”라고만 말하면 팀원들은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러나 “이건 틀렸어. 하지만 이 방향은 괜찮아. 왜냐하면 우리가 목표로 삼은 기준과 맞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면, 부정이 새로운 합의를 이끄는 힘으로 바뀐다.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것은 구조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보아도, 관계의 전환점마다 N2B가 숨어 있다. 전쟁을 끝내는 협상은 대부분 상대의 주장을 부정하면서도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 성립된다. “이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어(Not). 그러나 이런 합의라면 가능하다(But). 왜냐하면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Because).”라는 구조 없이는 관계 회복은 불가능하다.
결국 관계는 감정으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관계는 구조 속에서 지탱된다. 부정만 있는 말은 관계를 끊지만, 전환과 이유가 함께 있는 말은 관계를 이어준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N2B는 관계의 DNA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관계는 이 구조 위에서 만들어지고, 또 이 구조를 통해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