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N2B는 공감의 DNA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단순히 “알아”라고 말할 때가 아니라, 그 뒤에 상대가 내 마음의 맥락까지 짚어줄 때이다. 공감은 감정의 동의어가 아니다. 공감은 구조다.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위에 다른 길을 열어주며, 그 이유를 함께 설명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에게 닿는다.
많은 대화가 여기서 실패한다.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끊고 “아니,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라고 말한다. Not만 남은 말은 나를 거부하는 벽처럼 다가온다. 반면 “아니, 그건 다르게 볼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그렇게 느낀 건 이해해. 왜냐하면 지금 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였을 테니까.”라는 말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거절 속에 공감이 살아 있고, 전환 속에 따뜻함이 들어 있으며, 이유 속에서 신뢰가 쌓인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공감을 단순한 감정 이입이 아니라 “상대의 세계를 그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바로 그 과정이 N2B의 구조다. 부정을 통해 차이를 드러내고(Not),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But),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상대의 입장을 존중한다(Because). 공감은 감정적인 동조가 아니라, 구조적인 이해다.
일상에서도 이 구조는 분명히 드러난다.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건 별일 아니야”라는 말은 오히려 상처가 된다. 그러나 “그건 힘든 일이었겠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버틴 게 대단해. 왜냐하면 그 상황에서 쉽게 포기할 수도 있었으니까.”라는 말은 위로가 된다. 같은 상황, 같은 단어라도 구조가 달라지면 공감의 깊이가 달라진다.
공감은 관계를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가족 안에서, 조직 안에서, 사회 안에서 공감이 사라질 때 갈등은 곧바로 폭발한다. 그러나 부정과 전환, 이유가 함께 있는 구조적 공감은 오해를 줄이고 신뢰를 키운다. 그래서 공감은 우연히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세워지는 구조다.
결국 N2B는 공감의 DNA다. 공감은 “네 말이 맞아”라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공감은 “네 말을 다르게 보지만, 그 마음은 이해해, 왜냐하면 네 자리에 서 보면 그렇기 때문이야.”라는 구조 속에서 살아난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닿고, 관계는 한층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