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N2B는 논문의 DNA
과학자의 언어는 가장 구조적이다. 연구자의 사고와 실험은 결국 논문이라는 글로 정리된다. 그런데 논문의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밑바탕에는 언제나 N2B가 흐르고 있다. 논문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다. 그것은 “부정–전환–이유”라는 리듬 속에서 설득을 쌓아가는 구조적 글쓰기다.
논문의 서론은 보통 기존 연구를 검토하면서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는 먼저 한계를 지적한다. “기존 연구만으로는 이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Not).”라는 부정이 출발점이다. 이어서 새로운 질문이나 방향이 제시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접근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But).”라는 전환이다. 그리고 곧 연구의 필요성이 설명된다. “왜냐하면 이 방법이 새로운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Because).”라는 이유다. 서론 전체가 이미 N2B 구조로 짜여 있는 셈이다.
방법과 결과 부분도 다르지 않다. 방법(Method)에서는 기존 방법의 한계를 부정하고(Not), 자신이 사용한 방식을 제시하며(But), 그 이유를 설명한다(Because). 결과(Result)와 토론(Discussion)에서는 “이전의 가설은 옳지 않다(Not). 그러나 우리의 결과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But). 왜냐하면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Because).”라는 흐름이 반복된다. 논문의 각 절은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그 밑에는 동일한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논문은 설득의 힘을 가진다. 단순히 사실을 나열했다면 연구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러나 기존 지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 이유를 증거로 보여주는 구조가 있기 때문에 학문적 합의가 형성된다. 논문은 사실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구조를 설득하는 언어다.
돌아보면, 학문은 언제나 이 구조 덕분에 진보해왔다. 한 연구가 기존을 부정하고, 다른 연구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또 다른 연구가 이유와 증거를 더하며, 지식은 쌓이고 확장된다. 그래서 논문은 개인 연구자의 기록을 넘어, 인류 지식이 스스로 진화하는 과정의 일부가 된다.
N2B는 논문의 DNA다. 한 편의 논문이든, 수백 년의 학문사든, 결국 구조는 같다. 부정에서 출발해, 다른 길을 제시하며, 이유와 근거로 설득한다. 논문이 학문을 움직이고, 학문이 인류를 이끄는 힘은 바로 이 구조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