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은 일이라면 몰라도.
항상 걱정이 앞섰다. 여행도, 사랑도, 일도. 연애 초기 마냥 좋을 때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옅어질 마음을 우려했고, 취업도 하기 전에 경력이 끊기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지만 때론 과감할 필요가 있는 법인데도.
영국과 파리에 가기로 한 후 가장 걱정했던 건 소매치기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 준비하는데 소매치기 이야기만 눈에 들어왔다.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들만 글을 쓸 테니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이 많아 보이는 건 당연하다. 물론 실제로 영국에서 역 직원이나 경찰들, 마크 모두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또, 한국을 떠나 있는 2주 동안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갑자기 누가 아프거나 떠나시진 않을까 하는 원초적인 두려움까지 밀려왔다.
기차나 비행기가 지연될 것쯤은 예상했지만, 남은 기차가 모두 취소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고, 캐리어 분실만 걱정했지, 망가질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여행이 다 끝난 후긴 했지만). 그 외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일은 어떻게든 해결되었고, 그다지 큰일도 아니었다.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여행 중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중엔 웃으며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 된다는 점이다.
어이없게도 언어는 미리 겁먹지 않았는데 오히려 제일 힘들었다.. 역시 걱정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걱정하지 않으면 일이 일어난다는 진리는 어디서나 통한다. 어차피 번역기가 있고 영어 못하는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도 다 잘 다녀오는데 뭐, 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밥 먹을 때마다 매우 힘들었다. 식당은 한 곳만 예약하고, 다 그때그때 구글 지도 별점 보고 막 들어간 거라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고 믿어본다. 그래도 어찌어찌 밥은 잘 챙겨 먹었고, 잘못 시킨 거 같아도 맛만 있으면 됐다. 그리고 편견이긴 하지만, 애초에 사람들이 우리가 영어를 잘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편견을 이용해서 좀 더 용기를 내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도 이번 여행만으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한편 이 와중에 또, 아직 계획도 없는 여행을 걱정한다. 이번 여행에 신기한 경험은 물론이고 뜻깊은 인연도 만나다 보니 “다음 여행은 시시하면 어쩌지?”라는 아주 아주 쓸데없는 걱정. 당연히 이번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땐 또 그때만의 즐거움이 기다리겠지. 사소한 걱정 이후에 곱씹어 보니 이번 여행 덕분에 앞으로의 여행은 두려움보다는 좀 더 설렘으로 가득 찰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