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간의 여행 동안 뭘 느꼈을까
이전 여행들은 단순히 관광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좀 더 나라에 흡수되는 시간이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마크와 연락을 하던 중, 어제까지만 해도 힘들었고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는데, 막상 정말 갈 때가 되니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고도 덧붙인다. 그러자 마크가 무엇을 배웠냐고 물었고, 난 한국과 다른 문화를 몸소 느끼며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도 되겠구나"라고 느꼈다고 답한다.
정확히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고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감상도 여행자로서 해당 나라 사람들을 바라봤을 때 느낀 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보다는 내가 그곳에서 느낀 내 감정이 정답이니까. 이주 간의 여행 동안 앞으로 좀 더 하고 싶은 대로, 한 번쯤은 하고 싶은 걸 도전해 보고 살아도 괜찮다는 응원을 받은 기분이다.
마크가 동생은 어땠는지도 궁금해한다. 건축 전공이기도 하고, 큰 카메라를 들고 다녔으니 사진도 많이 찍었을 거 같다고. 그래서 동생에게 물어보니 모르겠다고 꼭 지금 말해야 하냐며 귀찮아한다. 당연히 나중에 알려줘도 괜찮다고 천천히 생각해 보라고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동생이 뭘 느꼈는지 알려준다. 아무래도 건축과 걸맞은 답을 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오래된 건물이 잘 보존되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인상 깊었다고 한다. 꼭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길거리나 시내에 자신들의 옛 문화를 보여주는 건물이 많아 좋았다고. 나도 폴리도르(1845년에 지어져 헤밍웨이 등 학생이나 예술가들이 많이 방문한 곳)를 갔을 때 내부를 보면서 오래된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동생이 내가 자유롭다고 느낀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거 같다고 이어 말한다. 새로운 시대의 속도를 쫓으려 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시간을 지켜내는 그 태도가 현재의 모습과 어우러져 더 자유롭게 느껴지는 거 아니냐며 말이다.
마크는 사진을 많이 보내준다. 말번의 자연 사진은 물론이고 런던의 도시적인 사진까지. 그리고 이곳 사진도 보내 달라고 하며 궁금해한다. 하지만 괜히 나는 내 일상과 밀접한 풍경보다는 한국의 전통미를 보여주는 궁, 한옥 등을 보여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러려고 보니 주위에는 그럴 만한 장소가 없다. 그래서 처음엔 사진 보내는 걸 머뭇거렸다. 창피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다른 나라 사람에겐 낯설게 보여 특별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더 멋들어진 사진을 보내야 할 것만 같았다.
일상은 여행이 아니다. 항상 마음가짐을 여행 온 것처럼 하고 살아간다면 더 자유롭고 신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막상 매일 낯설고 변수가 많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그건 또 그것대로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여행하며 살 수 없기에, 평범한 일상이 오히려 여행을 더 특별하고 더 기다려지게 만드는 거겠지. 가끔은 마크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지는 그저 평범한 일상 사진을 보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