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2. 파리에서 만난 인연 (2)

by 일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서니 정말 인상 좋고 푸근한 아주머니가 계신다(숙소 앱에서 프로필 사진을 보고 아주머니인 건 알고 있었다).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눈 후, 두부김치(전식), 보쌈(전식), 제육덮밥(본식), 붕어빵과 아이스크림(후식) 등을 시킨다. 한식조차 코스로 분류해 먹는 게 새로웠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이 민박의 마지막 손님이라 밥을 먹자고 제안한 거라고 말씀하신다. 원래는 영국 시민권자이지만 파리에 온 지는 2년 정도 됐고, 파리 이곳저곳에서 숙박업을 하시다가 지금은 칸에 요트 사업을 하러 가시면서 숙소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신 상황이라고. 민박에 몰두할 때는 원래 이렇게 사람들과 밥 먹는 자리를 즐겼다고 하신다.





이렇게 한동안 우리의 방아쇠, 숙소 관련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너무 무례하게 했던 것 같다며 입을 떼니 아니라고 재밌었다며 웃으신다. 어떻게든 연락했기에 이렇게 밥도 먹게 되지 않았냐고. 그래도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는 점을 보고 “귀엽네?”라고 생각하셨다며 덧붙이신다.



또, 알고 보니 사장님은 한국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일을 하시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가셨지만 어쩌다 보니 우주 공학(!)을 공부하시고 남편 공부 때문에 영국에 오셨다고 하신다. 이번 여행은 건축으로 연결되어 있나 보다! 동생과 건축 관련 이야기도 나누다가 그러다 나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을 말하자 돈은 어떻게 벌 거냐고 물어보신다. "맞아요, 그게 문제예요. 아직 수익 구조에 대한 생각이 없어요. 그나마 최근에 생각한 게 있는데, 그게 딱히 돈이 될 거 같진 않고요.."라고 답하자 사장님이 요트 사업을 함께 해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하신다. "네? 갑자기요?"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서로 대화를 하다 보니 꿈의 결이 맞았고, 내가 하던 일에서 혹은 하고 싶은 일에서 소재만 바뀌는 느낌이라 당연히 긍정적이라 했고,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사장님은 우선 부모님을 모시고 칸에 한 번 오라고 하셨고, 오면 요트를 직접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사장님이 프랑스 남부인 칸에서 갱년기를 극복하셔서 본인이 좋아하는 걸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것도 나와 비슷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장님이 품고 있는 더 깊은 꿈은 또 동생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신기했다. 어떻게 이렇게 만났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또한 사장님이 정말 열심히 삶을 살아오신 게 느껴져서 더 와닿았다. 사실 사장님에 대한 설명만 들으면 "원래 여유가 있던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물론 우리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하지만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짧게나마 듣고, 새로운 것을 대하는 마인드, 행동 하나하나를 보며 쉽게 만들어진 모습이 아닌 차근차근 쌓아 올린 단단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식사를 마친 뒤, 남은 모든 반찬과 음식들을 포장해 가시던 모습이다. 물론 파리에서는 한식이 귀하기도 하지만, 원래 음식 남기는 걸 싫어하신다고(우리도 남기는 걸 못 참는 편이라 음식량이 조금만 남았었음에도). 그래서 본인이 음식 사업은 못 한다고 웃으며 말씀하시면서 반찬을 하나씩 챙기셨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남은 음식을 깨끗이 가져가는 걸 창피하다고 여기는 게 아니라 자신의 뚜렷한 신조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닮고 싶었다.



사장님이 좋아하신다는 카페



그리고 밥만 먹고 헤어지기 아쉬웠던 우리는 근처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마저 나눈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상 하고 싶은 일만 찾아다니고, 좇다 보니 우선 돈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고, 수익화를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파리에서 우연히 한 사람의 삶과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되고, 거기에 더해 사업적인 마인드까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파리라는 도시, 더 나아가 프랑스라는 국가가 주는 네임밸류가 굉장하다는 것도 느끼고.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연락하시며 진지하게 말씀하셨고, 나도 우선 요트에 대해 공부해 보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는 처음엔 의욕이 넘쳐 프랑스어 공부도 해보다가 놓은 지 오래다. 여행 다녀온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 인연은 여행 중 작은 해프닝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이 우연을 기회로 바꿔 더 깊은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건 순전히 나의 몫이니까. 설령 어떤 근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이 경험 자체만으로 나는 한 걸음 성장했다. 역시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깨달음부터. 그리고 진짜 인연이라면, 언젠가 또다시 이어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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